청소년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성인이 되고 거진 '본격 문학'을 읽었다. 대학원 언니가 같이 읽어보자고 했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했고, 요즘 또 영어덜트 문학이 조명받고 있지 않은가? 『페퍼민트』는 주인공 '시안'이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호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안의 엄마가 식물인간이 된 원인에는 소꿉친구인 '해원'의 엄마에게 있다. 해원의 엄마는 감염병 '프록시모'라는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가상의 감염병이다) 감염병을 옮긴 그것도 '슈퍼 전파자'다. 해원의 엄마도 생계를 위해 프록시모 감염인 것을 모르고 그냥 출근했다가 '슈퍼 전파자'가 된 것이었다. 시안과 해원, 그리고 해일(해원의 오빠), 시안의 엄마, 해원해일의 엄마 모두 친했다. 서로 친밀한 사이였기에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은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시안의 엄마는 그 일로 식물인간이 된 것이니까. 시안은 그날부터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다운 삶이 아닌 간병인의 삶이 되었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해일을 보고 감정의 복수를 꿈꾼다. 해원을 다시 만나 엄마를 그만 끝내달라고 부탁한다. 『페퍼민트』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문제와 무척 가까운 소설이다. 첫 번째로 돌봄의 문제다. 시안은 고3이지만 입시나 취업의 미래는 포기하고 오로지 엄마를 돌보기 위해 계획을 짠다. 시안과 아빠는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일을 하고 일상을 산다. 그리고 시안의 엄마를 병원에서 간병하는 최선희 선생님 또한 집에 간병해야 할 자식이 있다. 선생님은 엄마를 간병하느라 힘든 시안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e북 134쪽) 너무나 슬픈 말이다. 모든 인간은 돌봄을 받으며 자란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크고 작은 돌봄을 주변에서 받는다. 그러나 시안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았지만 어른이 된 것처럼 엄마에게 돌봄노동을 한다. 아픈 가족을 두고 사는 가족들은 어떨까. 내게도 아픈 할머니가 계신다. 정신도 온전하시고 할일도 잘 하시고, 혼자 해내려고 하시는 할머니가 다 좋지만, 가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불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행'이라는 감정은 못된 것일까?  두 번째로는 대한민국의 타인을 공격하는 못된 마음들이다. 해원네 가족은 감염병을 옮겼다는 해원네 가족을 욕하고 신상을 털어 괴롭혔다. 온 동네의 왕따에 괴로워하며 해원은 이름까지 개명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는 출신지까지 속인다. 가족 모두가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팬데믹 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여성에게 화살이 돌려져 각종 욕설에 성희롱까지 너무나 많은 비난을 준 일이 있었다. 그건 재앙같은 일이다.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당연히 병을 옮겼다는 사실 자체는 나쁜 일이지만 나쁜 '짓'인가 하면은 그건 더 깊게 들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메르스가 퍼졌을 때도 그렇고 코로나가 퍼졌을 때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일을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행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소설에는 그런 한국의 현실이 잘 담겨있다. 시안이 엄마의 생을 끝내달라고 해원에게 협박..을 했을 때 너의 가족이 슈퍼 전파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복잡한 심정이 든다. 이 책은 토론거리가 많은 책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시안이라면, 내가 해원이라면, 내가 시안의 아빠라면, 내가 해원의 엄마라면. 그리고 내가 식물인간이 된 시안의 엄마라면. 소설 속의 인물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은 커지고 커져 내 안에 큰 무언가를 반드시 만들어준다. 『페퍼민트』는 그런 책이다. 아주 쉽고 의미 있는 책이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딱 알맞고 내 동생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었으며 초보 독서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 '페퍼민트'라는 단어는 제목이나 목차를 제외하고  8번 등장한다. 페퍼민트는 마시는 차로서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미각을 깨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가장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페퍼민트 차는 엄마를 끊임없이 기억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페퍼민트의 고유한 향은 시안이 존재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시키기도 하고 생각을 가다듬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페퍼민트'는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듯, 페퍼민트의 실제 향처럼 은은하게 소설 속에 머물러 있다. 페퍼민트의 향은 내게 화사하기도하고 화하기도 하다. 어떤 때는 그 향이 좋고 어떤 때는 그 향이 부담스럽다. 시안에게 페퍼민트는 엄마에 대한 여러 감정들을 뜻하는 것 같다. 엄마에 대한 모든 것들은 시안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절망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중성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분도 『페퍼민트』의 페퍼민트 향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