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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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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24g | 140*210*15mm |
ISBN13 | 9791139709001 |
ISBN10 | 113970900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9월 05일 ~ 2024년 11월 01일
[클래스24] 『트렌드 코리아 2025』 이향은 저자 북토크
2024년 09월 06일 ~ 2024년 10월 24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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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흥미를 자극하는, 그러면서 우리를 찔리게 하는 듯한 이나다 도요시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을 읽다보면 우리도 알고 있을 당연하고도 뻔한 내용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나다 도요시는 이 책을 내기 전 이미 동내용의 기사로 2021년 3월에 일본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 책은 그 기사에 젊은 사람들과의 심도있는 인터뷰를 추가하고 약간 수정한 것으로, 한참 트렌드가 지속되는 때에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또 앞으로 이러한 문화를 우리는 어떻게 수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제시하며 마무리해준 점이 통찰력있다고 생각했다.
우리(특히 젊은 세대일수록)는 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게 될까? 이나다 도요시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인터넷의 보급과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등장과 같은 영상 공급 미디어의 다양화와 증가로 우리가 볼 혹은 봐야하는 영상작품이 공급 과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이 소셜 미디어에서 계속 회자되다보니 우리는 그 유행에서 낙오되고 않고 싶지 않은 심리와 본의 아니게 공감을 강요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런데 현대인은 워낙 바쁘다보니 그 화제를 쫓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간 가성비’를 따지게 되어 영화 한 편을 20-30분으로 요약해놓은 ‘패스트 무비’ 라던지, 1.5배속, 2배속 기능을 활용하여 작품을 감상한다. 더불어, 무언가를 하면서도 함께 볼 수 있는 등의 얕은 감상과 알기 쉬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영상 작품이 증가하게 되어 감상보다는 ‘소비’에 가까운 형태가 된 것이다.
나도 MZ세대이기 때문에 책의 많은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단적인 예로 보자면, 최근 ‘더 글로리’를 넷플릭스에서 1.5배속으로 봤다. 책에서 분석한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이 워낙 '더 글로리' 이야기를 하고 관련 유행어가 생기니까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그러는거야?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이 있고 그 동안 나는 빨리 스토리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매체를 소비하고 싶으니 넷플릭스 내 최대 재생속도인 1.5배로 봤던 것이다. 이와 같은 뻔한 이유와 더불어 빨리 감기를 하는 내 개인적인 또 다른 이유는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가 나에게는 너무 느리게 들린다. 나는 평소에도 성격이 급한 편이라 말이 좀 빨라 배우들이 대중을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대사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 1.5배속에서 2배속으로 봐야 편하다.
근데 내 스스로에 대해 발견한 신기한 점은 핸드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로 볼 때와는 다르게 TV로 볼 때는 빨리 감기를 하지 않는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천천히 그 장면을 상상하고 생각하고 음미하며,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는 스포 당하고 싶지 않아서 줄거리도 안 찾아보면서, 인기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결말 스포까지 스스로 찾아 당하고 마음 편하게 읽고 싶어한다.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은 간사한 나의 아이러니는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작품과 소비의 차이라는 것으로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작품 감상이라는 것과 다르게 ‘소비’는 실리적 목적을 수반하기 때문에 화제를 따라가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작품을 보는 행위라고 한다. 결국, 내가 전자기기가 아닌 TV로 어떤 작품을 볼 때는 각잡고 보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정독하는 장르의 책 역시 생각을 해야하거나 토론이 목적인거고, 이는 소비가 아닌 ‘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 나의 심리가 깔려있는게 아닐까.
작가는 이렇게 빨리 보는 것의 분석 뿐만 아니라 수반되는 문제점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에서 등장하는 침묵은 당연히 연출자에 의해 계산된 침묵이다. 백마디의 말보다 주인공의 특정한 행동이 캐릭터의 심리를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거나 세트장에 배치된 미술과 소도구 등이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는 등의 의도된 연출을 우리는 빠르게 넘기기 때문에 스토리만 대강 알고 세세한 중요한 것을 놓친다. 한 편의 영화를 짧게 요약해놓은 패스트 무비는 당연히 편집자의 구미에 맞게 편집되기 때문에 주연을 도와주는 큰 역할의 조연이 무시된다거나 한 작품을 나만의 경험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해석을 불가능하게 하다.
책의 말미에서 작가는 빨리 감기 시청, 건너뛰기 습관의 현상을 비판하는 것보다는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논의를 시작해보고 싶은 게 원래의 목적이”며 “사람들의 욕구가 기술을 진화시키고 기술 진화가 다시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는 “시대적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참고하고 이용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제안하는 점도 좋았다. 이제 남들에게 내가 왜 영상을 빨리 감기로 보는지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겠다.
내용과는 별개로 번역이 참 매끄러워서 (원작자의 투를 그대로 가져오신건지 초월번역을 하신건지 일본어 구사자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가독성도 매우 좋았던 것도 책에 대한 좋은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다 보면 심심찮게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곁눈질하게 된다. 젊은 층일수록 웹툰이나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특이한 것은 누구 할 것 없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러나 의외로 이 책의 저자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견한 ‘빨리 감는’ 콘텐츠 시청 습관은 크게 눈이 뜨이지 않는다. 실제 20대 초반의 자녀들에게 n배속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느냐 물었더니 도리어 왜 그래야 하냐 되물으며 자신들은 강의 동영상 이외에는 정주행을 선호한다고 답한다.
일단은 약간의 낭패감부터 맛본다. 젊은 층이라고 해서 모두가 유행에 민감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인 저자의 시각으로 볼 때 일본에서는 매우 일반화된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저자는 매우 다양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영상 플랫폼에서 기술적으로 빨리 감기 기능이 제공되기에 가능해 졌고,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일일이 감상할 여유가 없으며, 정액제로 구독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관행이며, 마음에 드는 강렬한 장면만을 모아 보는 게 피곤한 감정 읽기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집중력 없이 대충 보았다 하더라도 한 번 더 보면 그만이고, 영상을 보고 싶다가 아닌 알고 싶다는 자극을 충족하면 또 그만이다. 이들 소비층은 특정 감독이나 작가의 팬이라기보다는 작품의 내용에만 치중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누구’의 작품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품을 올바로 이해하는 정석적인 접근법 보다는 잘못 해석하는 것조차도 관객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개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기기가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되어 그 편리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불가능한 일이 손에 꼽힌다. 음식 주문이나 식당 예약부터 항공기 이용과 여권 발급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소불위다. 모든 것이 편리하니 굳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필요성마저 무뎌진다. 깊고 좁은 전문성에서 넓고 얕은 대중성으로 시대의 척도가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적 소비 성향은 ‘리퀴드 소비’로 지칭되며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소비되는 기간이 짧고 다음 소비로 금방 ‘이동’하며 둘째, 액세스 베이스로 대여나 공유처럼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며 셋째, 같은 정도의 기능을 얻는다면 물질을 덜 소비한다.
각각의 특징에 대하여 아마도 저자는 일본인들의 속성을 잘 발견해 낸 듯한데, 과연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세계적인 사조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 경우와 일치한다는 법은 없을 테지만, 어쨌든 ‘빨리 감기’라는 추세의 핵심은 매우 잘 짚어내고 있다. 예컨대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소비하는 추세는 분명히 인정할 만하지만, 타인과의 대화에 끼기 위하여 시간을 아껴 시험공부 하듯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영상물 시청을 빨리 감고 건너뛰는 습관이 현대사회에 나타난 이유로 영상 작품의 과다 공급, 바쁜 현대인의 시간 가성비 지향성, 모든 것을 대사로 설명해주는 영상 작품의 증가를 들고 있다. 또한, 원인의 배경으로는 영상 공급 미디어의 다양화 및 증가, SNS로 공감을 강요당하고 개성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얕은 감상이 많아지면서 알기 쉬운 것이 추구되는 흐름을 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일찍이 200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부터 서서히 기술적 토양이 준비되어 온 셈이다.
저자가 ‘콘텐츠를 시청하는 습관’을 주제로 최근 인류의 생활 양상에 변화를 가져온 원인을 날카롭게 파헤친 데 대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한편, 이는 단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해 주었으면 싶은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비록 대동소이한 결과가 예측되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일본과 달리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지도 않고 개인의 취향을 쉽게 무시하지도 않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시간 가성비를 정의로 받아들이는 Z세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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