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탄성을 내뱉게 한 책, ‘열세 살 우리는’

“와우” 고요한 밤에 책을 탁 덮으며 탄성을 질렀다. 책을 읽는 내내 복잡한 단어로 가득했던 내 머릿속은 새하얀 물감으로 칠해졌다. 입은 벌어진 채 마치 조각상처럼 다물지 못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나타난 ‘충격’이라는 단어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였다. '나에게도 곧 닥쳐 올 열세 살은 이런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인가!' 내 마음 속에 충격이라는 도장을 꾹 남긴 책 ‘열세 살 우리는’ 이다.

‘열세 살 우리는’은 사춘기, 폭력, 어려운 가족 환경을 보여준다. 이 책은 보리와 루미의 영상 통화로 시작한다. 루미는 컴퓨터 화면으로부터 보이는 보리의 침울하고 우울한 표정을 보고, 보리를 위로해 준다. 자신의 처지도 좋지 않지만 긍정적이고도 밝은 모습으로 친구를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루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리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비관하며 루미의 노력을 밀어낸다. 반면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는 듯 해 보이고, 보리 자신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는 세희라는 친구에게 호감이 생기며 점차 가까워진다. 보리는 세희와 처음에는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끼고 세희야말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세희는 보리에게 늘 거짓으로 대하고 보리는 그만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세희와 친했던 내내 보리는 루미를 떠올렸고 세희에 대한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 보리는 루미의 진심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루미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루미는 보리의 마음을 받아주며, 그 둘은 다시 친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내 머릿속에 콕 박힌 장면은 바로 세희가 루미의 동생을 자신의 동생으로 꾸민 다음, 레몬을 먹이며 즐거워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세희의 시작부터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레몬을 먹으며 아기들은 괴로워하고 있는데, 세희는 웃었다. 보리는 이러한 세희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본인과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한 세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세희는 그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삼인 그룹이라는 회사에서 퇴직을 권고 받고, 이에 맞서 철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보리의 아빠를 자신의 아빠라고 속였다. 나는 이때 조금이나마 있었던 세희에 대한 관심과 좋은 감정이 겨울에 시든 꽃처럼 내 마음속에서 시꺼멓게 시들어버렸다. 나는 내 가족을 떠 올려보았다. 내 소중한 가족을 관심거리로 이용한다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내 가족에 대입 시켜보자 세희에 대한 분노가 성난 파도와 같이 치밀어 오르고, 그런 일을 겪은 보리가 불쌍해 마음속에 슬픔의 물결이 일렁였다.

보리는 세희의 유혹으로 ‘퍼플 마스크’라는 클럽에 가입하려 했다. 이 클럽은 부유하고 소위 잘 나가는 언니 오빠들이 속해있다. 공부도 잘하고 본인들에 대한 특권의식을 느끼며 주변에 나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클럽이다. 처음에는 보리도 이 클럽에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선배들이 요구하는 나쁜 행동을 하기에 이른다. 보리는 이 클럽에 속한다는 것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탈출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힘 있는 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내가 약자이거나 내 상황이 나쁘면 나쁠수록 그 상황에서 회피할 구실을 찾는다. 사춘기를 곧 마주하는 나이인 열세 살의 아이들에게 ‘힘을 가진 자’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무리를 짓고 그 무리에 소속된 것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무렵에 힘까지 더해진 퍼플마스크 클럽과 같은 무리는 내 양심과 바꿀 만큼 유혹적일 것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어떤 험난한 비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다고 한다. 나는 어떤 유혹이 나를 찾아 올 지라도 내 내면의 힘을 강하게 길러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염치없지만 용서를 빌고 싶어. 정말 너무 미안해 루미야.” 마지막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보리가 본인의 잘못을 느끼고 그 때 보였던 용기 있는 모습이다. 루미는 순간 가슴에서 뜨끈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보리에 대한 마음이 쉽게 용서되진 않았다. 하지만 루미는 자신에게 사과해준 보리에게 진심을 느끼고 다시 둘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보리는 루미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루미가 자신을 용서할 때 까지 10만 번이고 사과할 각오였다. 졸업하는 그 순간에도 부모님과 학교에도 잘못을 고하고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 용감해보였다. 보통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싶었을 것 같은 데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에 책임 있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라면 과연 모두에게 나의 잘못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혹은 '루미처럼 보리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다시 친해질 수 있었을까?'. 나는 먼저 자신에게 화난 루미에게 손을 내민 보리도, 용서하는 루미의 모습도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나도 그런 진실 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나는 삶의 밝은 부분만 느끼며 살아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른 또래의 어두운 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충격'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열세 살 우리는’을 읽으며 보다 더 사회를 알게 되었고 각자 어떠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 나왔던 주요 인물, 세희, 루미, 보리 셋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모두 힘든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과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떤 대처를 할 것인가? 아마도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까? 루미의 행동과 가족, 친구를 대하는 모습에 배려 심을 느꼈고 나 또한 루미처럼 주변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야겠다고 자극이 되었다. 내 마음속에 자연 재해를 많이 일으킨 이 책은 앞으로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책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