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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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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518g | 132*224*23mm |
ISBN13 | 9788937461125 |
ISBN10 | 893746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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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리뷰(2005년 1월, 1판 1쇄)
◎장면 하나: 주택가 문방구 앞 축구게임기 앞에 작은 체구의 남녀 학생 여러 명이 있다. 모두 담배를 물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각, 학교 수업종이 친 후 십 분 동안 터져 나오는 소리들이 주택가를 울린다. 큰 웃음소리, 고함, 욕……. 싸우는 소리도 간혹 들린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는 계속된다.
◎장면 둘: 온 가족 대상 오락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의 욕에 관해 이야기한다. 청소년에게 높은 지지도를 얻는 한 가수가 말한다. 어른들이 더 심하죠. 어른들부터 고치세요.
방 창문으로 내다보면 아래엔 문방구가 있고, 고개를 들면 골목길이 보인다. 중학교, 고등학교 후문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해가 지면 아이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든다. 아침이 되면 여기저기 아이들이 다녀간 흔적이 발견된다. 담배꽁초, 술병 그리고 소변 자국. 흔한 풍경이다. 낯설지 않다. 아이에게 맞고 기가 죽는 것도 희화화시키는 시대다.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에 나오는 알렉스 일당에게 폭력은 취미, 농담거리다. 지나가는 노신사를 때리고 어린 소녀부터 중년 여인까지 가리지 않고 성폭행한다. 그들에게는 남녀노소, 피해야 할 대상도 없다. 자신들 눈에 띄는 사람만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집을 방문해 괴롭히기도 한다. 실제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악질 중 악질이다.
하나, 알렉스 일당에게도 끝은 찾아온다. 그들에게 공격당한 노인이 죽은 것. 일당은 모두 자리를 피하고 경찰에게 주요 대상이었던 알렉스만이 체포된다. 감옥에서 알렉스는 정부에서 실험 중인 루도비코 요법의 희생양이 된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상을 틀어주며 알렉스의 눈을 스크린으로 고정시킨다. 몇 주 동안의 교화로 알렉스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구역질을 일으키는 증세를 보인다.
물론 나도 꿈꾼 적 있다. 멋진 발차기와 주먹으로 녀석들을 제압하는 장면. 소설 속 정부와 어른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강경책인 셈인데,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제로 막는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알렉스는 분명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지만 후반부 그가 처하게 되는 상황을 보면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눈을 제대로 감을 수도 없고, 감정까지 억제 당한다. 나중에는 정치의 편가르기에도 이용된다.
감정을 치유하고 오랜 시간을 두며 이야기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알렉스는 어리다.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 때는 대부분 어른 세계를 경멸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거친 말투와 행동은 그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다. 지나친,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짓을 했다면 분명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루도비코 요법은 해결책이 아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비행 청소년을 싫어한다. 그들을 감싸주며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착한 흉내의 어른들도 싫어한다. 청소년 시절 그들에게 맞아봤고 당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 없이 맞아본 사람들은 안다. 개선책이나 반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인 폭력이 당하는 이에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지를.(물론 모든 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민감한 소년의 일기장에는 매일 자살,죽음이란 낱말이 오른다. 학교 가는 것이 두려워진다. 학교 생활이 재미없다. 친구 숫자가 줄어든다. 폭력은 주변을 소외로 물들인다.
하나, 어른 세대의 강제적인 행동은 옳지 않다. 소통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지 못하고, 인간과 동물이 그러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문제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 방관 뒤에는 그들의 한낱 젊은 충동 때문에 고통당하는 피해자가 존재한다. 그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소통은 이뤄져야 한다.
담배피고 술 마시고 하는 행위까지 일일이 간섭하진 않는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을 테니까. 문제는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타인에게 피해가 갈 경우다. 무관심도 옳지 않고, 루도비코 요법도 마찬가지다.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될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부하고 감상적인 결론이다. 어쩔 수 없다. 방관하다간 나도 맞고 당한다.(사실 한 달 전에 이미 경험했다.)
작가 앤서니 버지스는 전반부에는 비행 장면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정부의 강제적인 치료 요법을 보여주며 인간의 자유 의지 문제를 거론한다. 제목처럼 태엽 달린 오렌지신세가 옳은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면 이것은 미래 사회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근 미래에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행간 사이로 떠돈다. 소설의 화자는 알렉스 본인이다. 그네들끼리 사용하는 은어가 등장하는데 번역본이라 맛이 덜하지만 사실감 넘치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돼 많이 알려졌다.(소설은 1962년, 영화는 1971년) 실제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이후에 본 나로서는 소설의 폭력 묘사에서 영화의 잔인한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작가는 이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을 밝혔다. 하긴 어떤 작가가 영화로 소설이 기억되길 원하겠는가.
(사족: 물론 공들인 문체 하나하나가 영상문자로 흡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소설 원작도 갈수록 줄어들고, 설령 있어도 소설은 읽지 않는다. 그게 현대 시대다. 앤서니 버지스가 공포감을 느낄 세상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시대는 변하지만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시계태엽 오렌지』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국가 권력이 개인을 흔들고 쥐는 폭력이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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