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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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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433g | 140*209*20mm |
ISBN13 | 9788925554990 |
ISBN10 | 89255549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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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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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스토너(STONER)/RHK/김승욱 옮김』는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작품’이었다가 50년 후,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되었다.(출판사소개) 초판이 출간 1년 만에 절판되었지만 2010년대에 와서 유럽 전역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신화(출판사 소개)를 일으킨 작품이라는 특이점은 비현실적이다. 이 비현실성이 저자인 존 윌리엄스를, 그리고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를 사라진 흔적으로써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해 숨쉬는 인물로 불러낸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p.8) 작품의 첫 문장은 책의 줄거리이자 그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작은 농가에서 농부의 외아들로 태어나 아주 어려서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던 스토너는 ‘집에서 하는 어드렛일보다 조금 덜 피곤한 허드렛일을 하듯이 학교에서 공부’(p.10)를 한다. 날로 척박해가는 땅의 수확에 도움받기 원하던 아버지는 그를 컬럼비아의 농과대학으로 보낸다. 그는 처음 캠퍼스에 들어섰던 때를 잊지 못하듯 아처 슬론 교수의 영문학 개론 시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질문받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후, “모르겠나, 스토너 군?”(p.31)하고 물었던 슬론 교수는 스토너를 새로운 세계, 문학의 세계로 이끈다. 문학은 이제 그에게 새로운 소명이 된다. 슬론 교수 덕분에 ‘처음 시작한 곳에서 다시 출발’(p.42)하는 기회를 잡고 ‘땅’에 메였던 부모의 기대와 행로로부터 다른 길로 들어선다.
‘무남독녀였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독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p.79)던 이디스 보스트윅을 향한 스토너의 구애와 결혼은 자연스럽게 진행된 듯 보였다. 이디스의 어머니 보스트윅 부인을 보았을 때 스토너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아차렸다.’(p.85) 습관적 불만과 앙심과 절망이 베어나오는 목소리까지. 그날 밤 ‘그는 어둠 속을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왠지 낯설고 이상해졌다는 생각을 했다.’(p.88) 자신의 행동이 현명한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던 그가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닫는데는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고 낯설고 두려운 무엇으로 변해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것은 딸 그레이스 스토너, 태어나 처음 1년동안 오직 아버지의 손길과 목소리, 사랑으로만 자랐던 아이,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얼굴에 ‘그 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성이 드러나’던 아이, 스토너의 서재에서 온전한 충만함으로 서로에게 기쁨이었던 아이와의 분리다. 이디스는 두 부녀를 있는 힘껏 떼어낸다, 전략적으로, 철저히.
이디스는 적의 얼굴을 하고 스토너를 공략한다. 그의 거처를 서재에서 일광욕실로, 결국 학교의 좁은 공동 연구실로 몰아내기까지 수위를 높여가는 행동은 충격적이다. 결국 ‘그래서 그는 가끔 이만하면 살 만하다고, 심지어 행복하기까지 하다’(p.180)고 생각하는 스토너의 포기와 수용과 합리화의 단계들은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적의 얼굴이 이쯤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스토너의 세미나 추가 수강을 요청하던 찰스 워커, 그의 지도교수이자 노골적으로 워커를 변호하면서 기이할 정도로 스토너에게 적대적이던 로맥스 박사까지 스토너를 이중 삼중으로 애워싼다. 부모님의 쓸쓸한 죽음 또한 물론이다. ‘이제마흔 두 살인 그의 앞날에는 즐겁게 여길 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아도 굳이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p.254) 그런 가운데 그의 세미나를 들었던 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만남은 위안이고 다행이고 슬픔이며 그럼에도 다시 다행이 아니었나 하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란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p.274) 캐서린과의 마지막 선택 또한 서로에게 최선이었고 다른 여지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고든 핀치의 사무실을 나선 순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작은 중심에서 자라난 무감각한 공간 속 어딘가에서 자기 인생의 일부가 끝나버렸음을, 자신의 일부가 거의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라서 다가오는 죽음을 거의 차분한 태도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p.301) 스토너는 ‘일이 망가질 것’을 ‘우리 자신이 파괴될 것’과 동의어로 생각한다. 그만큼 어느날 그에게 다가왔던 문학은 모든 것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이자 유일한 삶의 의미다. 그는 공격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고통을 호소하는 법 없이 시선을 고정하고는 묵묵히 견뎌낸다. 그의 딸 그레이스 또한 그녀가 될 수 있었을 모든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한 채 도망치는듯한 삶을 감수한다. 인간이 인간을 해롭게 하는데는 이유도 끝간데도 없어보인다. 작품의 마지막, 작가는 ‘죽음’을 묘사한다. 노쇠와 쇠약, 병과 죽음으로의 긴밀한 바통터치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경로를 보여주면서도 특별한 대단원의 막을 그려낸다. 이 마지막 장면들, 그 먹먹함은 『타타르인의 사막(디노 부차티/문학동네)』‘ 의 끝 페이지들을 연상시킨다. 조반니 드로고가 ’인류 공동의 적‘을 대면하는 순간의 밀폐된 공간, 드로고의 마지막 몫인 ’별들‘처럼 스토너는 ’그 자신의 책‘에 손을 뻗는다.
작가가 그려낸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은 무엇보다 ‘투명하다’는 단어의 인간화처럼 보인다. 그가 열정적으로 소망하는 순간이나 무기력하게 구석으로 내몰리는 순간이나 스토너는 외부의 것들을 투명하게 통과시킨다. 스토너를 통과해 곧바로 독자에게 닿는 충격은 그래서 더 이상 캐릭터의 것, 작중 인물의 것이 아니고 아림과 통증으로 되살아나고 증폭된다. 왜 이런 일이,이럴때는 어떻게 등의 대안과 처방과 방책을 끌어모으다가도 기대했지만 헛될 수 있고 헛되리라는 ‘인간 조건’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p.388)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의 마지막 성찰은 시처럼 노래처럼 유연하게 흐른다. 어쩌면 그를 처음 이끌었던 ‘소네트’만큼이나 완벽하다. 역자가 인용한 작가 인터뷰에처럼 스토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애정을 갖고 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p.395)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가는 그를 ‘진짜 영웅’으로 생각했다고 밝힌다. ‘진짜 영웅’,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사랑이었건 고난이었건 불평도 핑계도 없이 감당했던 스토너는 그런 면에서 영웅이었음은 분명하다. 또 한 편의 시처럼,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가 적절한 인사인지 모르겠다.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검고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p.159)
그는 다시 숨을 쉬었지만, 그의 몸 안에서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지식 같은 것을. 세상 모든 시간이 자신의 것인 양 느긋해도 될 것 같았다.(p.390)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p.391)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남자의 묵묵한 일생을 그린 소설. 50년 전에 나왔는데 정작 미국에선 주목받지 못하다가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입니다.
긴 인생 사이에는 가끔 기인 또는 괴짜를 흔히 보게됩니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괴짜라면 좋지만, 유아독존에 자신의 세계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격렬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남에게 과격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죠. 그것이 만약 자신의 주변인인 배우자이라면, 또는 지인, 직장 동료라면...... 참으로 불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착하고 순수한 상식인인 영문학자 스토너가 그 불운에 휩쓸린 상태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특히, 그와 대립하는 주임교수 및 그 애제자와의 베틀은 굉장하다고 해야할지 궂이 저정도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지... 세 사람이 등장하는 구두시험장면 등 법률 서스펜스 뺨치는 긴장감에 숨이 멎어서 괴로워 질 정도 이죠. 한편, 스토너는 가정에서도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크든 작든 비슷한 처지의 힘든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하죠. 대체로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그런 비극속에서도 주인공으로도 행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정말 뜻하지 않은 엄청 좋은 작품을 만난 듯이 이 소설은 너무 훌륭한 소설입니다. 책을 다 읽고 놓은 후에도 차분하게 그 감동이 가슴 속에서 자리잡아서 감동의 여운은 깊고 높이 치솟아 오릅니다. 한 남자가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타협하고 생을 마감할때까지,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과의 갈등을 극도로 냉정하고 억압된 필치로 담담하게 그러나 뜨겁게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 너무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문장에 기품이 있고 타오르는 정감이 지성의 싸늘한과 명확성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라고 하는 것은, 작중에서 주인공이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저서를 평했던 말이지만 그대로 이 책을 평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겠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주제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평생 책 속에 살다간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금주령이 시행됐던 1920년대 미국과 1·2차 세계대전 등이 소설의 시간 배경, 미주리 대학이 있는 미주리주 컬럼비아 등이 공간 배경이죠. 주인공은 대학에서 주로 영문학을 가르치는 조교수입니다. 거기에서 대학이라는 학문 장소에서 펼쳐지는 몸도 뚜껑도 없는 학내 정치의 노출뿐만 아니라 스승이 제자의 자질을 발견하고 자신이 뒤를 투입이라는 주제를 보인다.
남자와 여자가 남편과 아내가 되었지만 후반에 시작되는 가정 내에서의 갈등을 주제로 한 소설이기도합니다. 자신을 잃은 중년 남자가 이상형을 같이 세 젊은 여성에게 감춰진 정사 속에서 다시 자신을 회복 해 나간다는 지극히 사소할 수도 있는 별문제 없는 것들이지만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도 있죠. 자신보다 자신을 아는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또한 그 반대로 알 수 없는 악의를 품은 경쟁자와의 치열한 투쟁, 그리고 잘도 이만큼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줄기의 흐름 속에 끼워 수 있었던 그 구성력에 놀라울 뿐이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큰 배경속에서 만들어진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는 것이죠. 주인공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을 때는 두 양차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기간동안에 있었던 일입니다. 뛰어난 소질을 가지면서, 주인공이 일생 부교수라는 위치에서 있는 동안 전쟁과 관련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괴로워했던 것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죠.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의 길을 선택 했는가?를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않되며, 인류의 일 중에는 전쟁과 같은 무력에 의한 승리도 패배도 있지만 그것은 역사책에 기록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과연 문학을 가르친 교육자다운 말로 가슴깊이 명심하게 되는 말 같습니다.
그런 타고난 뚝심과 학문을 통해 연마된 상식을 바탕으로 스토너는 인생의 위기와 고난의 순간들을 조금씩 헤쳐 나간다. 소설은 스토너에 대한 박한 평가로 시작한다. 죽고 나자 아무도 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반어법이다. 그의 모든 행복과 슬픔, 쾌락과 좌절, 영광의 기억을 간직한 채 스토너는 누구보다 생생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지만 긴 시간의 관점에서도 그 인생의 가치가 빛바래지 않는 위대한 보통사람이었다.
문학은 우리의 삶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이끌고 제시해 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스토너와 같이 다른 이의 삶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됩니다. 정말 읽고난 뒤에도 많은 여운과 생각을 하게 만든 반세기만에 빛을보고 우리곁에 찬아 온 <스토너>, 오십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다시 이 소설이 햇빛의 눈을 볼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이제라고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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