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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4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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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8쪽 | 700g | 153*224*24mm |
ISBN13 | 9788971996676 |
ISBN10 | 8971996676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08월 29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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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의 책을 처음 만난 건 [강의]다. 동양 고전에 대한 책이었는데 어려운 내용이 편하게 읽혔다. 글로 쓴게 아니라 강의 내용을 책으로 낸 덕분이겠다.
그 다음에 만난 책이 최근에 나온 [담론].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이것 또한 이전의 [강의]처럼 강의한 내용을 옮겨 놓은 글이다. 책의 전반부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인식이고 후반부는 20년 수형생활에서 얻은 삶의 통찰인데 책의 저변에 흐르는 큰 주제는 '관계'다. 존재란 개별자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개별자간의 관계로 존재하고 인식된다고 한다. 우리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내 이름 석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누구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내로 또는 선배나 후배로, 선생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나와의 관계, 또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로 존재한다. 그러한 관계망을 인식하게 되면 삶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번엔 [변방을 찾아서]를 만났다. 더 널리 알려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여러 군데에서 인용된 것이 많아 좀 더 낯선 이 책을 먼저 접했다. 경향신문에 8차례에 걸쳐 연재한 글을 모은 소책자다. 15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은데다가 사진도 많아 금방 읽힌다. 저자가 써 놓은 현판 글씨가 있는 '변방'을 찾아 다니며 쓴 기행문들이다. 상당히 많은 곳, 많은 분들에게 글씨를 남겨 두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변방의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간적 지형적 개념의 변방을 말함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주체와 중심 사상으로부터 소외된 곳, 변화와 변혁으로부터 무관심한 곳, 그런 생각들이 변방으로 읽힌다. 주류 담론이 아닌 비판 담론, 대안 담론으로의 변화를 갈망한다.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위해서는 변방이 중심부로 끊임없이 흘러들어가는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은 쇠퇴해가고 변방이 다시 중심이 되어가는 것이 역사의 역동성이다. 이 역동성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국가나 조직은 망하거나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그 역동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변방은 중심을 향해 끊임없이 진격하고 반면에 중심부는 견고하게 성을 쌓아 변방으로 부터의 유입을 차단한다. 한 번 중심이 된 후에는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역설적이게도 그 지키고자 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커지는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와 현실 모두에서 목격한다.
몇일 전 한 지인이 폰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십 수년 전에 붓글씨를 써 준 일이 있는데 그걸 찍어 보내온 것이다. 지금 다시 보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끝내 사양할 것을 그러지 못했던 것이 후회 막급이다. 그래도 그걸 집안 거실에 지금껏 걸어두고 계시다고 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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