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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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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300g | 128*188*20mm |
ISBN13 | 9788954638241 |
ISBN10 | 8954638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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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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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정이 어디쯤인지.. 그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각의 그 절정을 넘어 한번쯤 뒤를 돌아보게 될 때 우리는 그 때를 '황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때는 무엇인가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그 시절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 된다. 마치 해가 중천에 떠 있다가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그 해질 무렵으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쉴 새 없이 달려왔으나 돌아 보니 걸어온 자리마다 폐허...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에는 그것이 원래 한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다. 어려운 시절이 오면서 우리는 진작부터 되돌아보아야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보고 싶을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그리고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일 것이다. 세월이 훌쩍 흐른 후에 찾아간 그 곳은 왜 그리 좁게 느껴지는지.
한창을 뛰어 놀던 넓은 공터는 고작 차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빈터에 불과했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골목길은 마치 미로와도 같은 좁다란 길이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이라도 남아있으면 다행이다. 개발로 인해 옛추억과 함께했던 그곳은 이제는 기억속에 남아있는 한 장의 추억에 불과하게 되버렸다. 어떤 장소 뿐만 아니라 그 장소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골목 입구 어귀에 있던 구멍가게 주인 아주머니. 대중 목욕탕 벽에 파라솔을 펴고 설탕을 저어 뽑기를 만들어 주시던 뽑기 할아버지.엄마와 시장에 갈때 마다 엄마를 졸라 먹던 떡복이 집의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등교길마다 마주쳤던 아랫 골목의 야구부 오빠,,지금은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뭔가가 나를 툭 건드려주면 와르르 쏟아지듯 기억에서 꺼내지는 그런 곳, 사람, 장면들이다. 지금도 마구 떠 오르는 기억들로 피식 웃음을 지어보게 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이 이렇듯 웃음 잣게하는 추억들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점점 추래하게 느껴지는 그곳에서 벗어나 좀 더 큰 세상에서 활짝 날개를 펴 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는 서서히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게 되고 그렇게 '나'를 잃어가며 살아가게 되는 듯 하다.
이제는 해질 무렵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60대의 주인공 박민우.
성공한 건축가로 도심지 개발에 대한 강연을 하고 나가는 그에게 누군가가 연락처가 적인 쪽지를 건네준다. 그 쪽지에 적혀있는 이름 석자 차. 순.아
어린 시절 달동네 달골 마을에서 유일하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학생이었던 그와 차순아.
그렇게 그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 그 달골의 시절로 고개를 돌려보게 된다.
연극 연출을 하면서 심야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정우희와 차순아의 아들 김민우 그들의 삶은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핍폐하다. 작은 출판사에 취직을 했지만 꿈을 쫒아 과감히 직장을 나와 연극일을 하게 되는 정우희 그러나 그녀는 잠을 줄여가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활을 할 수 있다 . 또한 전문대를 나와 취직을 하지 못하고 철거 용역으로 일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김민우 그 또한 이 사회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박민우와 정우희가 교차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지만 결국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실과 과거이다.
어떤 접점이 없이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결국 그 두 이야기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박민우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과연 그의 두 손에 그리고 품안에 남아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때문에 달골에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을까..
가족도 곁에 남아 있지 않는 그.. 그는 문득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사람과 세상은 믿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간이 지난 뒤에 사람드르이 욕망은 그런 가치들 가운데 남길 것만 조금 걸러내고 다부분을 자기 위주로 변형시키거나 폐기처분해버린다. 조금 남겨두었던 것들마저 마치 오래전에 소비했던 낡은 물건처럼 또다른 기억의 다락방에 처박힌다. 건물을 무엇으로 진느냐고? 결국은 돈과 권력이 결정한다. 그런 것들이 결정한 기억만 형상화되어 오래 남는다. (p16)
이러한 기성세대들이 남긴 현실은 정우희와 김민우 같은 힘겨운 청춘들이 살아내야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박민우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그때의 초심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그렇게 달려온 뒤에 남아 있는 것을 그저 안이 텅 비어있는 자신의 모습뿐임을 깨달아가면서... 그렇게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 교회가 있었다. 해질 무렵이 되면 교회에서는 크게 마이크로 찬송 음악을 틀었던 것 같다. 해가 뉘엿 뉘엿해지는 그 때 그 음악을 들으면 웬지 맘이 뭐랄까.. 먹먹해진다고 해야하나.. 그런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일요일 저녁에 듣는 음악 소리는 아.. 내일이면 또 월요일이구나.. 하는 맘에 더 기분이 가라앉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해질 무렵'은 웬지 묵지근한 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해질 무렵으로 걸어들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한 삶의 여정 중에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그 뒤에 생기는 그림자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인가로 채워져야하지만 웬지 점점 비워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그 시점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멋진 노을을 향해 걸어간다면 그 또한 멋진 인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접하게 된 작가의 도저한 질문에 나름대로의 대답을 찾아보는 그런 시간을 갖어본다.
그러고 보니 황석영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나 보다. 유명 작가였지만 작품에 선뜻 손 가지 않았고 흐지부지 잊었던 듯하다. 그런데 이번 신작은 달랐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강한 끌림이 있었고 '나는 왜 여기 서 있나'라는 메시지는 우리의 지난한 삶을 돌아보는 내용을 품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흔히 해질 무렵은 인생의 황혼기에도 비유되고 동 틀 때와는 다른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 효과를 발휘한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내일을 다짐하듯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스라한 지난날의 궤적을 좇을 때가 있다. 센티 해지면 눈물 한 방울 떨궈도 별 이상할 것 없는, 해질 무렵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선사한다. 평소 책 읽을 때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한 구절의 메모도 남기지 않았다. 기록장에는 해질 무렵이라는 제목만 덩그러니 쓰여있을 뿐 백지 상태 그대로인 거다. 그만큼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메모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몰입해서 읽었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집중하지 못한 채로 수박 겉핥기식 독서를 했던 것일지도. 분명 재미없게 읽은 건 아니라서 부랴부랴 처음부터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온 세상의 고향이 다 사라졌어요.
내 말에 김선배는 먼바다 쪽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그거 다 느이들이 없애버렸잖아. 아, 노을 곱다! -28쪽
대충 짐작했지만, 저자가 다루는 시대는 내가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때이다. 유신정권이 뿌리내리고 억압된 자유로 최루탄 가스와 폭동이 비일비재하던 시대, 자란 후 가끔 TV와 매체로 간간이 만나던 기억 외에 내 경험에 체득된 그 시절의 기억은 없다. 당연하게도 난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할 수는 없기에 7~80년 시대 앞에서 나는 항상 벙어리가 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60대 건축가 박민우의 삶의 궤적을 쫓을 때는 그저 텍스트를 눈으로 훑는 수준에서 그치는 느낌을 어쩌지 못한다. 다행히 소설은 또 한 명의 삶을 더 교차 서술하고 있다. 스물아홉 연극연출가이자 편의점 심야 아르바이트생 정우희 그녀이다. 격동의 80년대를 살아온, 내 삶과는 시간차가 존재하는 박민우의 삶에 오롯이 몰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반면 정우희의 삶은 지금 내가 사는 시대의 모습이다. 고스펙, 고학력으로 도배해도 취업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들리지 않나. 현 세대가 왜 이토록 궁지에 몰렸는지 저자 황석영은 지난 세대를 통해 세상에 증언한다. 모든 것은 자신들 탓이라면서 말이다.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도덕적이지 못한 행보에 결국 죽어나는 건 자식들이다.
소설은 고교 시절까지 산동네 달골마을에서 구두닦이 패거리 아이들과 어울리며 지냈으나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해 부와 성공을 거머쥔 건축가 박민우를 중추로 그의 첫사랑 차순아,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정우희와 차순아의 아들 검은 셔츠의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대외적으로 성공한 삶을 이룬 박민우이지만 실상 그의 삶은 실패와 다름없다. 육체적으로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어깨가 굽은 그의 옆에 남은 가족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엮이지 않은 결혼은 부부의 별거 아닌 별거를 불러왔고 아내와 자식 모두 외국으로 떠나 보낸 채 한국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 차순아의 등장은 10대 소년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온다. 어묵집을 하며 생계와 박민우를 가르쳤던 부모님이 계시던 곳, 첫사랑 순아의 국숫집, 째깐, 재명 구두닦이 형제가 있던 산동네 달골 마을은 산업화와 재개발, 이른바 도시화의 물결로 이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곳의 추억을 하나둘 떠올리는 박민우는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던 지난날의 과오 때문에 회한에 잠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중요한 서사점인 현시대의 반추를 이끌어온다.
아, 잊었네요. 나는 내 아이의 이름을 민우라고 지었습니다. 김민우. 나는 그애가 우리처럼 어렵고 가난해도 행복했으면 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요. 왜 우리 애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요.-177쪽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 그게 세대, 계층 간 사회의 모습에서도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을 황석영은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박민우를 위시한 여러 건축가, 정, 재계 인사들이 갈고 닦은 건축과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인간적 면모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인간미 위에 고층 빌딩을 세우고 부당한 거래를 통해 잇속을 챙기며 우리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터전을 말살했다. 그곳에 다시 터를 잡고 살아가는 건 그들의 다음 세대다. 그 말살된 세대로 대표되는 것이 차순아의 아들 검은 셔츠 김민우와 정우희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번듯한 정규직 직장을 얻지 못한 김민우는 철거 용역 일을 전전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뼈 빠지게 일해도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마찬가지로 정우희는 연극연출이라는 자신의 꿈을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곳의 실정 또한 별반 나을 게 없다. 여름이면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는 반 지하방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삼각김밥으로 두 끼의 끼니를 때우는 모습은 슬프게도 우리의 실상이 더 낫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있다.
꿈을 따를 것인가,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밥벌이를 택할 것인가. 우리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둘 다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수단이 되고 발판이 되며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전자를 선택하고 밥벌이의 고단함까지 충당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꿈보다 돈을 따르고 곧 그것이 자기 자신의 꿈이라 믿게 된다. 훗날 인생이 저물어 갈 때, 후회가 많은 까닭은 우리가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는 밑거름, 탄탄한 터전이 부족해서였다는 아쉬운 한탄 아닌 한탄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비단 윗세대만의 잘못으로 탓하기에는 미안한 감이 있지만 아무리 발악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지금의 젊은 청춘들이 숱하게 경험하고 있지 않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런 소설이 탄생했고 말이다. 사실 어떤 일에 앞서 탓을 하면 잘 될 일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안다. 불안하지만 무조건 부딪혀 보는 거고 어떻게든 자생력을 키워 곧고 튼튼한 거목으로 자라는 일,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모든 건 자각한다는 게 중요하고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 모든 세대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의 윗세대가 우리에게 미안해하듯이 또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미안해질 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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