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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2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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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6쪽 | 326g | 135*215*11mm |
ISBN13 | 9791186602096 |
ISBN10 | 1186602090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7일 ~ 2024년 10월 23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1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를 읽으며 이 사람 참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다. 바로 하지현 교수다. 그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도 날카롭고,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제시하는 방안도 실용적이고 위트 있었으며 큰 위로가 됐다. 이번으로 그의 저서들을 두 개나 읽은 셈이 됐다.
공부 중독.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싶었다.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오랜 수험생활을 보낸 나로서는 '팩트폭행'도 이 정도면 공습이 아닐까 싶었다. 두 저자의 대담 속에서 지적되는 현대인의 전형에 내가 딱 들어맞는 것 같아서, 내 얘기인 것 같아 흥미진진해하다가도, 뼈 있는 말에는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그래서 대체 나보고 뭘 어쩌란 건데?'라고 반항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주장 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교육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가르쳐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단다. 그리고 옛날과 요즘이 다른 점은, 인간관계가 협소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지나치게 공부가 삶을 식민지화시키고 있다 보니 후자가 실현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야만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때때로 그런 자각을 했었던 나로서는 가슴이 아주 뜨끔했다. 다행히도 그 해결책이 제시됐는데 (여기에서 '다행'을 느끼는 걸 보니 확실히 문제는 문제다!)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직접 배우라는 것이었다. 요즘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던 방향과 일치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밖에 눈에 띄었던 부분은 주관적인 '공정한 시험'을 요구하는 심리에 대한 파트였는데, 전부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수긍이 갔다. 과잉경쟁에 따른 과잉보상 심리에 대한 논의도 마음을 울렸다. 나 또한 그러지 않다고는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그 해결책이 상당 부분 비현실적이며 아주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레이스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는 옳은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 얘기하는 그들도 알지 않을까. 그것에 필요한 아주 큰 용기와 불확실성을 감당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시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무모한 일이다. 국가가 주도해서 무언가를 해나가는 세월은 이미 지났다지만 이 부분에서는 사회 전체가 진중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서로 협의하여 방향을 설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이 바뀐 게 있다. 일전에 <공부 논쟁>을 보며 그나마 현재로서 한국 사회의 최선은 어쩔 수 없지만 '공정한 시험' 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 답이 없는 문제일지라도 '나만의 답'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수험생활을 이어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고 싶을 때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인용
P. 59
하지만 올라가면 그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그게 불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 채 계속 올백 신화가 올 1등급 신화로 이어지고 (...) 그러면 그런 사람이 있나 보다 생각하면 되는데 '내가 왜 그렇게 안 됐을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루저로 몰아붙이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서 사회 전체가 모 아니면 도, 'all or none'의 구조가 돼요. 위로 가면서 서서히 좁아지는 구조가 아니라, 결정체화된 극히 일부가 정점에 있고 나머지는 전부 모자라는 사람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세계를 불확실성이 없는 순수의 세계로 인식해요. 정체성이 순수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순수하고 일관되고 질서정연하고 완벽한 세상. 원래 세상의 속성인 불완전함, 무질서와 어긋남, 흐릿한 앞날은 경험하지 않게 되는 거죠.
P. 64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과의 대면 속에서 열심히 성찰을 해서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모든 의견은 이견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려면 선생님이 앞서 말씀하신 대로 일단 타석에 들어서야 하거든요. (...) 미디어가 점점 더 대다수의 시민들을 관전평, 품평을 하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어요. (...)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여자의 입장이라면 품평은 구경꾼의 언어예요. 우리는 구경꾼의 언어가 마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P. 102
제 생각에 우리 사회의 지금 이십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받는 가장 큰 선물은 '니네 부모 굶어죽지 않아'거든요. (...) 그러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더 정상성 안에 머물려 하고, 그 궤적대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 제가 환자들을 보면 "저는 비정상인가 봐요" 하고 오는 친구들의 고민 중 큰 흐름이 삶의 궤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데 삶의 궤적이란 게 내가 생각한 내 라인업이 아니라 몇 살 되면 뭘 해야 하고, 몇 살 때 뭘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거예요. 열아홉, 스무 살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야 하는 거고, 대학도 내가 어릴 때부터 내가 생각했던 그 과를 가야 하는 거고.
P. 131
이런 상황에서 더 합리적인 생각은 어차피 길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먼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바로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잘 처리해나가는 것으로 내 삶의 방법을 바꾸자, 그게 더 옳은 게 아닌가 싶어요.
P. 185
제가 이 대담을 하는 이유도 투덜거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방법은 해봤자 소용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정 정도 만들어지면 이 미친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그로 인해서 낭비되는 사회적 자원들을 줄일 수 있는 거고요. 그렇게 돼야 과잉 투자한 상태에서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과잉 보상 욕구를 갖지 않게 돼요.
P. 189
공부를 하는 자가 아니라 공부를 시키는 자가 공부 말고는 시킬 게 없다 보니 그저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키는 자의 '공부 중독'이에요. 삶이 성장의 과정이라면 공부는 성장하는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부는 삶을 식민화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이런 공부를 그만두자는 겁니다. 대신 공부의 자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해요.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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