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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1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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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388g | 128*188*20mm |
ISBN13 | 9788961880824 |
ISBN10 | 896188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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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그는 여행자다..
가끔 하는 일탈로써의 여행이 아닌 삶에 중심에 놓인 여행.. 그래서 이 책은 가볍지 않았다. 페이지 마다 여독이 묻어났고 아직까지 남겨져 있는 자유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사막처럼 끝없어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그를 여행으로 몰아낸 이 말처럼 그의 여행기는 자유, 그 만큼 고독도 느껴졌다. 혼자 여행을 여러 번 떠나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자유로웠던 것 같다. 길을 걷다가도 나의 코드와 맞아버린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그 무엇에 한나절을 매달려 보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먹었고 졸리면 잘 곳을 찾아 들어갔다. 약속도 없었고 시간관념도 없었다. 자전거를 달리다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서고 흥미가 당기면 몇 일이고 머물렀다. 이 골목이 끝나면 다음 골목이 나오고 그곳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었고 나는 말을 걸고 그들은 웃었다.
인도네시아 지삼수 담배, 자카르타에 처음 도착한 새벽 이슬람사원에서 들려 오던 이국적인 소리, 나랑 같이 살던 찌짝녀석.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중국인으로 알았던 오잭기사, 미고랭, 나시고랭, 경북 상주에서 3시간을 생각없이 걷다 만난 100년 넘은 나무와 할아버지, 진주 버스정거장의 높이 쌓여 있는 정종박스들, 있는 대로 굴러다녔던 경주의 시내, 합천 뇌룡정에서 문을 열자 나타난 무릉도원, 사상터미널의 숨겨진 별, 남해 대교 아래 거북선, 완도의 까막섬. 양산의 어느 열녀문, ...
하지만 그때 나의 자유를 막아선 건 운명도 아니었고 대단한 의무도 아니었다. 현실 그 자체. 돈이 다 떨어져서 돌아온 탕자처럼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세상은 아주 잘 만들어진 기계처럼 나 같은 나사 하나 빠져도 잘 돌아가도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그 여행에서 얻는 현실적인 가장 큰 교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혹시 전화가 꺼졌을 때까지 고민하고 OUTLOOK의 task는 나의 지상과제처럼 밀려 있다. 한 줄 밀려버리면 끊임없이 오류가 나는 프로그램처럼 강박감까지 느낄때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현실에서 여행을 할 수 있게 그리고 여행을 꿈꿀 수 있게.. 몇 바퀴 못구르다 콩깍지속에 들어간 콩에게 힘내라고 그리고 뿌리를 내리라고..
어쩌면 여행을 못 떠나서 불행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말하듯 아름다움을 느끼는 예민한 안테나가 꺼져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돌아서 낮선 골목을 지나 익숙한 그곳으로 가보아야겠다. 운이 좋다면 그리스의 고양이보다 모던한 햇볕쬐는 서울 고양이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오래된 여행자인 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매일매일 꽉 짜인 일상, 휴가라고는 여름에 일주일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도, 돌아와서의 막막함도 엄청나다. 따라서 TV에서 보는 수많은 여행 인파나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여행 서적을 보며 언젠가 나도 떠날 날을 기약하기보다는, 그들의 자유와 나의 부자유와 그 사이의 우울함을 느끼게 되는 적이 많았다.
그래서 외국여행이 자유화된 1988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여행하고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살아온, 오래된 여행자로 자처하는 이지상 님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내게는 사치로 생각되는 여행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에게는 무엇인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적중했으니,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도 여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적용될 깨달음과 위안이 녹아 있었다.
여행과 현실 사이, 길에서 주운 빛나는 것들, 여행자로 살고 싶으세요?, 지금 그곳에서 행복해야 해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진 안에는, 여행할 때의 마음가짐과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주옥같은 순간들, 여행가 또는 여행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 주는 말들, 돌아온 여행자에게 주는 말들이 들어 있다.
보통의 여행서에는 여행 떠나기 전의 준비 과정을 잠깐 이야기하고,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지상 님의 이번 글은 구체적인 테마로 떠난 여행서가 아니라 산문집으로, 그간의 오랜 여행에서 느낀 감상들이 주를 차지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여행 중, 여행에서 돌아온 후까지 모두 다루는 것이다.
그는 내려 놓는 것의 가벼움과 여행지에서 보석 같은 순간을 만나는 즐거움, 먼 길에서 느끼는 외로움, 한계 효용 체감에 따른 설레임의 감소, 돌아와서의 현실 적응의 어려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들은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서를 찾아읽는 적극적인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떠나기를 귀찮아 하고 주변 배경이 없이 온전하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떠나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가볍게 감싸 안는다.
항상 북적거리고 현란한 축제에 참가하고 사막을 건너고 정글을 트레킹하고 높은 산을 오르는 것으로만 일생을 보낼 수는 없다. 여행이 길든 짧든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좀더 깊어지고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소박하게 평범한 일상 속의 작은 행복도 쌓기를 권한다. 지금, 이 곳에서 말이다. 왜냐하면 삶도 하나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나라의 특색 있는 사진들, 그리고 그가 마음으로 끌어안아 온 것들을 읽는 즐거움은, 젊은이들이 외국에 한번 다녀와서 펴낸 더 다채롭고 더 활발하고 더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여행서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 이제는 해외 여행객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눈만 돌리면 동네 뒷산도, 시내 한 복판도, 국도변의 작은 마을도 여행지로 다가올 것이고, 그 안에서 바로 지금, 이 곳에서 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반갑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떠나고 싶어서...
현재의 삶을 치열하게 정진하며 살아왔기에 이제 좀 색다른 것을 찾아 나서고 싶다~!
라고 외칠 때 자신의 내면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 곳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떠나올 때 헤어져야 하는데 너 준비가 되었니?'
88년 우리나라가 여행자유국이 되면서부터 줄곳 지금까지 세상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여행기를 쓰고 사진을 써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일이라는 이지상씨의 여행산문집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만 해도 여행은 단순히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색다른 체험행사였었다.
하지만 클래식한 타자기의 활자체로 뚜렷하게 '떠나다, 만남과 이별' 같은 다소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해, 그리고 떠나고 싶어하는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다.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여행을 인생에 비유한 것이 쉽사리 와 닿게끔 진솔하고 담담한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사진을 대충 훑어 본 후 본격적으로 내용을 찾아 떠나는 것도 매우 즐거웠다. 처음엔 여행 정보를 폭 넓게 읽는 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나 읽을수록 온갖 치장으로 화려하고 달디달게 크림을 입힌 한 조각 케이크를 먹는 느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아도 짭짤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하고 속이 든든한 베이글을 베어 먹는 기분이 들었다.
휴가를 보내기 위한 단기여행, 즐기고 먹고 쉬고 관광하고 쇼핑하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세상 반대 편의 오래된 골목구석으로 가서 그 곳에서 게으르다 싶을 정도로 한가롭게 거닐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라고 권하고 있었다. 세상을 여행한다는 것, 특히 장기여행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셈이었다. 여행을 떠나야할 지, 현실에 머물러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돈을 모아야지만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내 시력을 교정해주었다.
사람의 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지상씨는 현실의 고단함과 피로감을 외지에 나가 확 풀어버리고 온다는 보통의 한국사람이 갖고 있는 여행목적이 얼마나 피상적인 지를 자신이 그 동안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누며 깨달은 점, 이질적인 환경, 음식, 문화에 대해 적응하느라 흘린 눈물 등을 통해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깨닫게 해 주고 있다.
대신 한 나라의 문화를 오직 경제적 수준으로만 평가하는 얄팍하고 저속한 시각을 벗어버리고 다소 어색하고 불편한 그 삶 내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 소중한 인내, 감사,희망, 사유할 수 있는 시간 등을 찾아내어 내 안에 넣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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