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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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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56쪽 | 464g | 148*210*30mm |
ISBN13 | 9788935669738 |
ISBN10 | 8935669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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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릴라에게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만 내도 내 안경을 고쳐주는 스테파노가 있는데 내겐 무엇이 있지?"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명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명작은 그 작가가 표현하는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인간 공통의 감정 또는 고뇌를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언어로 잘 표현하는 글이 좋은 글이고,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나의 눈부신 친구>는 4부작 중 가장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레누와 릴라가 자라온 성장과정과 청소년기까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는 특히 어린 시절의 묘사 중에서 드문드문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조금 성장해서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가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했고 그 사실에 질투보다는 인정하는 부분이 컸는데, 2학년부터 내가 성적이 오르고 공부를 잘 하게 되자 다른 누군가보다 그 친구보다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속으로 내심 경쟁하게 되었던 마음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 친구가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기고 싶은 마음? 경쟁하는 마음으로 서로 성장해나갔던 것 같다. 때론 내가 이기적인가?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성장과정에서의 질투이나 경쟁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 시대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 지역과 그 시대의 문화/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나는 50년대 시대상에서 보여주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에 시선이 갔다. 흔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는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머지 않은 과거에 이탈리아에서 이러한 폭력이 만연했음이 놀랍기도 했다.
릴라의 아버지와 오빠는 릴라를 사랑하지만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한다. 레누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와 레누를 때린다. 레누와 릴라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사람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레누는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고 말한다. 레누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과는 달리 지적이고 친절했던 도나토 사라토레를 존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방어할 틈도 없이 도나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소설 속 여성들은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레누도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당시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다.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이러한 우정은 사라지고, 인맥 관리라는 말로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어울리기도 한다나?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이 책이 나폴리 4부작의 그 첫 권이라는 것도, 작가 엘레나 페란테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시작했다. 표지가 주는 느낌이 산뜻했고, 그 이미지가 마치 빨간머리 앤을 연상하게 했기에, 그런 두 소녀이 우정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그리고 봄이 오고 있다..는 기분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책을 읽은 후..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앞으로 이어질 , 소녀가 아닌 여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기대가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빨간머리앤의 그런 소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이다. 정치적,사회적인 혼란과 함께 빈부의 차이가 심했던 시대.
빈곤층이 모여 있던 남부 지방, 그리고 아직은 모든 것들이 평등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차별과 폭력이 난무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웃의 숟가락 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상황의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들의 아이들이 모여 학교를 다니고 놀이를 하고 그 와중에 생겨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움과 다툼과 성장의 아픔..이 모든 것들이 모여있는 그 시골 마을에 두 소녀 '릴라'와 '레누'가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와 취향이 바슷하기에 공통점이 많아 친해질 수도 있고 나와는 다르기에 나에게 없는 것들을 채워주는 상대방이 좋아서 친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릴라'와 '레누'는 아마 후지인 것 같다. 성향이 너무도 다른 두 소녀는 단짝이 되고 언제나 시간을 같이한다.
구두수선공의 딸 '릴라'와 시청수위의 딸 '레누'
1권의 이야기는 그들의 유년기와 사춘기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돈 아킬레 이야기'가 그들의 유년기를 이야기해주고 '구두 이야기'가 그들의 사춘기를 이야기 해 준다.
과연 제목과 그들의 유년기. 사춘기 얘기가 무슨 상관이었을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그 제목은 그야말로 그들의 그 시기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제목이었던 것 같다.
돈 아킬레는 고리대급업자로 당시 어린아이들은 그를 괴몰이라 생각했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돈 아킬레가 몰락하고 그 자식들의 시대가 됨으로 그들은 유년기의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을 때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바탕에 있는 혼란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p29)
또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던 릴라는 오빠 리노와 함께 구두를 수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제작하여 체룰로 구두를 만들어 사업을 키울 꿈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 릴라는 많은 내적 갈등과 함께 외적으로 여성화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런 릴라의 변화를 바라보는 레누 또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많은 변화와 경험을 해 보게 된다.
그러한 그들의 성장통속에 구두라는 것은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릴라와 레누는 서로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비대칭이 아닌 대칭 구도임을 암시하게 된다.
1권의 마지막 장면을 릴라의 결혼식 장면이다. 릴라는 돈 아킬레의 장남인 스테파노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다. 그 마지막에 연적이었던 마르첼로가 체룰로의 남성구두를 신고 나타나 다음 이야기의 갈등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노력형이며 모범생인 레누는 언제나 자신보다 더 명석하고,못 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칠 것 없이 행동했던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녀와 함께 모든 것을 하고 싶고, 릴라에게 자신이 우선이어야했고, 그 누구보다도 릴라가 인정해주는 것이 좋았다. 웬지 그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 그런 친구가 있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아마 조금씩 정도의 차이겠지만 그런 친구는 누구나 한명 정도는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였을까.레누는 항상 자신이 릴라에게 의존하고 자신보다 릴라는 자신을 덜 좋아하는 건 아닐까..그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릴라는 결혼식 당일 준비를 도와주는 레누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p416)
릴라도 레누에게 열등감이 있었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것을 레누에게 이루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눈부신 친구라는 표현과 함께 .. 이 둘은 이렇게 자신들의 관점에서 서로에게 자극받고 또 대리 만족도 하면서 그렇게 우정의 깊이를 더 해가고 있었다.
4부작인 만큼 그들의 60년의 우정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60년 후 릴라의 아들이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레누에게 하면서 시작된다.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릴라.. 30년전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말했던 릴라..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받고 나서는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심을 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 보겠다고..
그렇게 레누의 기록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2권에서는 성인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예상된다. 과연 릴라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될까. 레누는 공부를 계속해서 그들이 벗어나고 싶어했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들의 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또 성인이 된 후 서로에게 미칠 영향은 어떤 것들일까..
지구 저쪽 먼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웬지 오래전의 모습들을 떠 올리며 읽을 수 있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가 되는 듯 하다. 돌아보면 나의 예전의 이야기들도 이렇게 극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시 정리를 해 본다면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그때 그때마다 느끼고 고민했던 감정적인 부분들을 작가가 어떤 극적인 이야기로 건드려 줄 것인지.
그 대목에서 인물들의 내면의 이야기들은 과연 어떤 것들일지.. 그러한 관점에서 이 이야기의 흐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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