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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8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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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490g | 127*187*30mm |
ISBN13 | 9788998791544 |
ISBN10 | 89987915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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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5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김탁환 작가가 북스피어에서 책을 낸다고 했다.
요 몇 년 뜸했지만 나는 한때 김탁환 작가의 역사팩션, 특히 백탑파 시리즈,에 흠뻑 빠졌었다.거침없이 밀어붙이지만 늘 따뜻하고 아련함이 남는 작가의 스타일에 매료되어 그의 책을 많이도 읽었다. 이력을 보면 나와 한참 거리가 멀지만, 사소한 공통점을 들먹여서라도 한사코 친밀한 사이라고 우기고 싶은 작가였다.
북스피어는 번역을 시작하면서 책이나 작가가 아닌 출판사를 눈여겨 보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레이더에 포착된 곳이다. 기발하고 공격적인 이벤트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이 둘의 조합이라! 신선함을 넘어 파격으로 느껴졌지만, 여태 둘이 보인 행보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이 만난다니까 그것만으로 반길 이유가 충분했다. 김탁환 작가의 책은 늘 도서관에서 빌려만 봤는데 이번에야말로 내 돈 주고 사보게 됐다며, 출판사 블로그에 가서 설레발도 쳤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이 책이 세월호 희생자 수습작업에 참여앴던 故 김관홍 잠수사의 얘기라는 것을. 갑자기 '기대'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둘의 파격 행보가 조금 이해될 듯했다.
이른 아침, 책을 펴들었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부족이 무색할 만큼 책을 읽을수록 정신이 벼려지는 느낌이었다. 눈물이 차올랐다, 한숨이 터졌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내겐 세월호에 관한 한 계속 관심가지고 지켜봤다는 치기가 있었다. 다 아는 얘기일 테지만 의리 혹은 의무로 책을 읽겠다고 생각했던 만용이 있었다. 다 박살났다. 사실에 기반한 르포르타주 식 팩션이 아니라 오로지 픽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작가의 놀라운 필력에만 새삼 감탄하며 작가의 오랜 팬으로 남으면 그뿐인데.
책을 덮고 시계를 보니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김 잠수사가 출연했던 팟캐스트 방송을 다시 봤다. 방송 당시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때 나는 김 잠수사가 왜 저렇게 시원시원하게 말하지 않는지 좀 의아했었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던 거였다. '잠수사는 입이 없다'는 신조를 깨고 동료들의 입이 되고자 했을 때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낳을 수많은 억측과 오해를 경계했던 거였다.
책의 결말은 조금씩 희망을 드러내고 있지만 바다호랑이 김관홍 잠수사는 이 책이 나오기 전인 6월 중순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가의 말대로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참혹했던가 보다. 선의를 가진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정신과 약을 끊었다고는 하지만, 혼자 하잠줄에 의지해 까막 어둠 속 선내에 들어가 희생자들을 수습해 안고 나올 때의 생생함은 언제고 환청과 환영으로 되살아났을 것이다. 또 칭찬받아 마땅할 동료가 과실치사 혐의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둔갑하는 상황에서 없는 입을 열어 증언을 시작하면서부터 김 잠수사의 심신에 가해진 린치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누구보다 선심을 다할 박주민 변호사를 도와 국회의원에 당선시켰고, 곧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믿음직한 김탁환 작가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니 이젠 좀 편해지고 싶었던 것일까.
죽음보다 못한 삶을 마감하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길에, 이번에는 수습 실종자들이 나와 김 잠수사를 가슴에 안고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안내를 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천천히 오셔도 됐을 테지만, 기왕 오셨으니 함께 가자는 말과 함께.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사고 현장에는 왜 갔느냐는 물음에 김 잠수사는 그렇게 말했다. '실종자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는 것이 옳고, 또 제가 심해 잠수 기술을 지녔으니 갔다'고. 또한 박주민 변호사의 운전기사로 선거운동을 도운 것에 대해서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선 박주민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옳고, 또 제가 대리운전을 할 정도로 실력을 지녔으니 가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탁환 작가에게는 '형님도 세월호 유가족과 유대하는 것이 옳고, 또 이야기 만드는 기술을 가졌으니 장편소설을 쓰는 거'라고. 연결해보면, 북스피어 김 사장님은 세월호 참사에 뭐라도 도움되는 일을 하는 것이 옳고, 책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재주를 가졌으니 책 출판을 책임졌을 것이다. 그럼 나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이 옳고, 책을 읽은 후 다른 사람과 느낌을 공유하는 취미가 있으니 알리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글을 좀 잘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다. 부디 많은 사람이 작가의 바람처럼 '뜨겁고 읽고 차갑게 분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관홍 잠수사는 세 아이의 아빠였다.
* 나 잠, 이 나라가 몽땅 썩은 건 아냐. 그랬다면 벌써 무너졌겠지. 민간 잠수사 얘길 들을 사람은 많아. 우선 나부터 지금 듣고 있잖아? 엄청 궁금해. 맹골수도에서부터 병원을 거쳐 법정까지.
(302쪽)
* 하지만 여러분도 명심했으면 해. 가만히 있으면 흠도 없지만, 가만히 있다간 다 죽을 수도 있어.
(327쪽)
* - 뭐가 두려우십니까?
- 우린 다 바뀌었는데, 우리에게 잠수해서 선내의 실종자를 찾아 모시고 나오라고 명령한 이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정말 두렵지.
(328쪽)
김관홍 잠수사가 세월호 청문회에서 한 말. 출판사에서 이스터에그로 책 표지 뒷면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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