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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정판매
발행일 | 2008년 06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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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88g | 153*224*30mm |
ISBN13 | 9788933801673 |
ISBN10 | 8933801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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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개인적으로 나는 박완서씨의 글을 좋아한다. 현학적인 기교없이 옆집 아줌마의 수다처럼 솔직하고 담백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책장을 덮을 때면 마음 한켠에 수북히 쌓인 감상의 조각들이 부슬부슬 일어나서 잔잔한 감동마저 선사해 준다.그런데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작가치고는 정작 제대로 읽은 작품이 몇개 되지 않았다. 박완서님의 활동한 해와 작품을 세어본다면 터무니없이 미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찬찬히 그녀의 글을 읽어보겠노라 다짐을 했고 완서님 매니아를 위해 마련된 듯한 전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계사에서 출간된 박완서 소설전집,,,좋아하는 작가이니만큼 전집에의 욕구가 마구 솟았고 망설임없이 몇권을 구매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작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함께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전까지의 실제 삶을 이야기로 담은 자전적 소설형식의 작품이다. 작가적인 관점에서 였다고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가족과 자신에 대한 기록들을 샅샅이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출판되는 순간 자신의 손을 떠나 대중들의 다양한 관점에서 읽혀지고 평가되어질 것이고 가족개인의 익명성이 사라져버린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망설여질 일이다. 그런점에서보면 그녀는 분명 뭔가 남다른 작가임에 틀림없는 것같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20대이전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결혼 이전까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작품을 거꾸로 읽게 되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먼저 읽은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저변을 흐르는 기본적인 정서가 유사해서 큰 충돌은 없었다.
78년에 출생한 나는 6.25를 전후로 한 격동의 세월을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다. 그것도 체험적인 인식이 아닌 그 세대들이 남겨준 구전과 기록에만 의지하여 지식으로 체득한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된 배경이 바로 그 낯선 기억 속의 6.25를 정점으로 하는 혼란기였다. 사실 어색했다. 우리 세대들에게 그 시절 그녀가 겪었을 시대적인 고통과 어려움은 어느 곳에서도 낯선 장면으로 다가오기만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영화와 문학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세대간의 이질적인 문화와 정서를 교류하는 장이 활성화되어서 어느 정도 생경함에서는 벗어났다고는 하더라고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작품의 시대적이고 공간적인 배경이 주는 참담함보다는 그녀가 기억하는 젊은 시절의 엄마와 올케로 대변되는 여성의 모습과 그들과의 관계가 더 긴 여운으로 남았다.
대개 우리는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빛나는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엄마로 대표되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은 여성작가들의 손을 지나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나 또한 작가의 가족속에서 찬란하게 아름다운 여인들과 재회했다. 바로 작가의 엄마와 올케였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이 하루가 다르게 술렁이는 사회속에서라도 그녀들은 가족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비난과 굴욕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렵던 시절을 그래도 굶지않고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여인네들의 땀방울 덕분이었지만 여자라는 신분적인 한계때문에 사회적인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했다. 팽팽한 이념대립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래서 모질고 구질한 여자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러한 이중적인 시각은 어린 완서에게도 존재했다. 억척스러운 엄마의 생활력을 존경하면서도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점에 대해서는 역겹다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사용했다. 동시에 가족에서의 엄마의 존재감을 부정하려고도 했다. 반면에 엄마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올케에 대해서는 진한 우정과 연민으로 일관되었다는 점에서 비교해본다면 딸로서의 엄마에 대한 정서가 혼란스러웠다. 사실 공식적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오빠가 가장이였지만 역할에 맞는 책임감은 늘 부재했다. 헛된 공상과 과장된 영웅의식에 사로잡혀서 현실을 외면하고 가족을 어려움에 빠뜨리기 일수였다. 지주였던 오빠의 죽음에도 가족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바로 엄마와 올케의 거대한 존재감 때문이었다.
엄마와 딸이라는 애증의 관계에서 시작된 충돌은 작가가 미군부대px에 취직하면서 시작된 독립의 의지에서 뚜렷하게 드러났고 그녀의 결혼에 이르러서는 정점에 달했다. 20대를 지나는 청춘의 가슴을 불태우는 가장 큰 화두는 바로 독립일것이다. 일상적인 변화에 다름없는 독립하고자 하는 20대의 모습치고는 투쟁에 가까왔다. 끊임없이 신식여성이 되기를 강요하는 엄마의 틀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엄마에게 반항이라도 하듯이 결혼과 함께 독립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결혼이었고 엄마와의 이별이었지만 그녀는 하염없이 통곡하듯이 울기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도,,,참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딸이라는 풀리지 않는 관계의 명제를 가장 잘 그리는 장면으로 자평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스라한 과거를 회상하며 펜을 잡은 작가의 모습이 연상된다. 산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주었던 오빠,엄마,올케,큰숙부내외,작은숙부내외,할머니,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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