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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8년 07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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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3쪽 | 54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1847794 |
ISBN10 | 89718477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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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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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책읽기의 개인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 개인사는 현실의 역사만큼이나 굴곡질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인생에 큰 파동을 일으킬만한 위력을 지닌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질 않고도 인생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하다. 그들의 저 만족스런 표정을 보라. 그건 잠시 내 주위의 지인들 면면을 머릿속에서 돌려보면 간단한 답이 나온다. 그들은 책을 읽질 않는다. 시간이 남으면 어떻게 그 시간을 KILL(죽일까)를 고민한다. 그러고도 어떤 안타까움이나 조바심을 찾아볼 순 없다.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그 둘을 비교해 본다한들 확연히 그 차이가 드러나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술자리에서나 사석에서 이야길 풀어놓는걸 보면, 한 사람의 영혼의 무게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흔하다. 술기운에 말을 잘할 수는 있겠지만, 잡담,험담의 수준을 넘어서질 못한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다. 대화의 소재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눈높이가 필요한 경우가 그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생의 마인드로 아이들은 업그레이드 된다. 그러나 어른들은 왜 그러질 못할까?
4,50의 나이에도 무협지나 만화에만 빠져지내는걸 취미의 일종으로 여길 순 있다. 취미 생활은 여유로움과 피로의 회복을 인생에 제공하는 유익한 활동이니까. 그러나 공자님이 선언하신 인생의 꼭지점, 불혹과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도록 공상과 재미만 추구하는 인생은 누가보아도 가볍고 철없는게 아닌가?
정혜윤 CBS PD의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한 프로 독서가가 어떻게 책과 인물, 인생에 대해 색다른 변주를 보여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이 사회 유명 작가, 영화감독, 배우 등의 책읽기 편력에 대해 들려주는 듯한 책이지만 정혜윤은 이같은 단순한 서술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인간적인 친분으로 그들을 인터뷰하고, 책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정혜윤의 책에 대한 지식과 동경, 집착, 기억 등과 버무려지는 과정을 거친다. 한 인물의 책읽기의 편력에서 시작한 서술은 지은이의 책에 대한 느낌으로 기술되고, 마무리 된다. 그 사이에 실제 인터뷰이(Interviewee)의 목소리는 잦아지고, 인터뷰어(Interviewer)의 톤이 높아진다.
이같은 서술 방식은 책읽기의 프로답게 독특하고 능란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인물들을 보라. 한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독서가들 아닌가?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은희경, 신경숙, 박노자. 이들이 읽은 책과 그 책에서 갈피처럼 꽂아놓은 시간의 기억들과 보조를 맞추기란 서술자의 풍부한 독서량과 이해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혜윤은 그들 못지 않은 책읽기의 프로라 인정해 줘야 한다.
그러나 눈에 거슬리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이나 책의 표지를 훑어보면서 독자가 기대했을 것과는 판이한 정혜윤 식 서술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겠다. 독자는 아무래도 정혜윤의 독서 편력과 인생사보다는 여기에 인터뷰 된 인물들의 책읽기 편력에 더 관심이 많았을 테니까. 곳곳에 보이는 몽환적인 정혜윤의 문장들도 눈에 거슬린다. 내가 흔히 흥미롭게 보아오는 신문의 작가 인터뷰 기사 만큼의 깔끔함과 생동감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작가의 인터뷰에서조차 서술자가 지나치게 개입해 자의식을 흘려 놓는다면, 주인공은 보이지 않고 작가만 설쳐대는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물론 이 책의 미덕은 충분하다. 서술의 깊이과 변주의 능란함은 엄청난 독서량과 지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처음부터 끝까지를 채우고 있는 것또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책에 대한 애정과 책읽기에 대한 열정이다. 덧붙여, 그들이 선택해 읽었던 독서목록의 폭을 충분히 벤치마킹할 필요성이다. 독서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전을 읽지 않고, 베스트셀러에나 기웃거리며 통찰력 있는 독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선도적인 독서가들의 책읽기 여정에 덧붙여, 그들이 선택한 책 목록을 친절하게 책의 뒷편에 묶어둔 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로서 감사할 일이다.
이 시대 내노라하는 작가이자 감독이자 배우들인 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독서가들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능수능란한 책읽기는 개인적인 인생사에 따라 다른 길을 걷고 다른 목록을 취하고는 있지만, 저마다 도달한 곳은 한 인간이 일군 개성적 세계이며, 그 세계가 보여주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책안에 길이 있다, 라는 걸 그들의 삶은 확실히 증명한다.
이 책이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과 재미있는 착각을 제공해준 것도 언급해야겠다. 진중권이 초경량 비행기로 비행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 더군다나 거금을 주고 초경량 비행기를 아예 사 버린일은 놀랍고 부러운 일이다. 김탁환이 어렸을적 앓었던 지병으로 한 때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그것이 그의 문학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거란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박노자의 이름이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을 갖고 있다는 사실, 국내에선 일자리가 없어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교에서 교수 자리를 얻었다는 점. 그리고 착각 하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가 선혜윤씨(개그맨 신동엽의 아내)라고 생각한 나의 무지. 그래서 왜 재밌는 남편 얘기는 하나도 없을까? 라는 불만이 가끔씩 일었다는 점. 검색해보니, 그건 나의 우스운 착각이었다. 정혜윤씨는 CBS PD, 선혜윤씨는 MBC PD였다. :>
200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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