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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1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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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80g | 148*210*30mm |
ISBN13 | 9788993178029 |
ISBN10 | 899317802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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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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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영상이 브라운관을 타고 흐른다. 마치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 내 온몸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혹자들은 매스미디어의 발달이 사람의 삶과 죽음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렸노라고 말한다. 막연히 끔찍한 것이라고 전쟁을 생각했던 예전을 떠올려 본다면 이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영상 그 자체라기보다는 전쟁을 일으킨 인간의 불필요한 욕심이 아닐까 한다. 사실에 왜곡을 가한 영상이라면 물론 문제가 되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담아낸 영상은 오히려 전쟁의 끔찍함을 알리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한 번 방영되면 그만일 수도 있는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멘트를 날리는 기자들과는 또 다른 것이 카메라기자이다. 그들은 카메라 한 대에 의존해 작업을 한다. 그다지 전문적인 지식을 소유하지 않은 이도 쉽게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진에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말한다. 카메라가 담아낸 영상이야말로 결코 진실을 배신하지 않는 법이라고. 처음 사진이 등장했을 때 예술로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를 놓고 말이 많았던 걸로 안다. 현실을 고스란히 ‘모사’해대는 게 어찌 예술이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와 같은 사진의 특성이 어쩌면 카메라 기자에게는 생명력과도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현장을 누빈 이들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현장이라 하였을 때 가장 먼저 내가 떠올린 것은 바로 전쟁터였다. 종군기자의 이미지가 내 뇌리에 심히 박힌 탓이었던 것도 같다. 물론 이 책에는 일분일초를 다투는 전쟁터에 발을 디딘 이들의 기록도 담겨 있다. 좋은 영상을 얻겠다며 제 목숨까지도 기꺼이 희생할 각오를 하는 사람들의 우직함이 없었더라면 우린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토록 생생하게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겪는 노고라 하는 게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인 듯하다. 충분히 몰두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고 그것이 글이 지닌 한계일지도 모르겠으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충분히 긴장치 못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여유이자 오만함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 아니, 적어도 나는 그들과 같은 어려움에 놓일 일이 전혀 없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보니 완벽히 책에 동화되지 못한 듯도 하다. 어쨌건 가장 현장감 넘치는 글들은 전쟁의 현장을 누빈 이들로부터 나왔다.
전쟁 못지않게 인간으로서는 피해야 하는 게 바로 자연재해이다. 사실 전쟁은 힘들다고는 하나 인간이 의지를 가진다면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의 위대한 힘이 빚어낸 현상들은 예측은 가능할지 몰라도 완벽한 예방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칠레와 아이티의 지진을 두고 아이티가 칠레 정도로만 견고한(?) 건물들을 보유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한데, 그와 같은 사회 인프라의 구축은 하루아침에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티가 지닌 수백 년의 슬픈 역사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다가와 사망한 아내와 아이의 시신만이라도 꺼내 달라 애원하는 사람들의 슬픈 눈빛을 직접 접하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순식간에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애환을 카메라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을 듯하다.
카메라기자도 특종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습성을 온몸으로 체득한 이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들 역시 사람이어서 때때로 카메라 뒤에 제 모습을 숨긴 채 남몰래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영상들을 오늘날 우린 마치 마트의 상품진열대에 진열된 물건들을 접하듯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또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TV를 수놓은 영상의 완성도 안에 깃든 사람들의 땀과 눈물까지 오롯이 받아들이기에 우린 ‘소비’라는 단어에 너무도 심히 길들여져 왔다. 오래전 우리의 부모 이상 세대가 경험한 전쟁을 우린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 당시 아마도 이 땅엔 많은 외신들이 발을 디뎠을 것이고 그 시절을 살다간 사람들의 모습은 사진과 영상에 담겨져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그 때 탄생한 화면들이 혹 오늘날 우리가 그렇듯 하나의 소비상품마냥 흘러지나가기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독서를 마친 지금까지도 내 안에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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