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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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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60g | 140*215*20mm |
ISBN13 | 9788965746614 |
ISBN10 | 8965746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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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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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영화 「도가니」를 기억할 것이다.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는 그처럼 많은 이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문제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감사를 했을 뿐 아니라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도 잇따랐다. 그리고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하에 개정된 걸로 알고 있다. 사실 나는 이번 작품도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알았다. 물론 책이 나온지 며칠 되지 않았고, 책보다는 영화가 가진 힘이 크다는 것을 안다. 아무래도 작품을 쓰기에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했을 것이고, 많은 자료들을 참고했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도가니』 와는 또다른 문제작이다.
대체적으로 어느 한 도시의 이름을 거론하기가 복잡할 때 상상의 도시 '무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도가니』에서도 무진이라는 도시를 사용했고, 그 전에는 김승옥 작가가 『무진기행』에서 무진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사용했다. 무진은 주로 안개에 쌓인 도시로 대변된다.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그들이 하는 정치마저 흐릿할 뿐이다. 힘이 없는 일반인들은 당하기만 할 뿐이고, 관계기관에 호소해도 그들은 침묵할 뿐이다. 공지영은 이렇듯 『해리』에서도 무진이라는 가명의 도시를 선택했다. 이 곳 또한 안개에 쌓인 도시이며 악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하나의 고발이 이어지고 사람들에게 침묵하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고 말한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한이나는 한 인터넷 사이트 뉴스텐의 기자다. 암에 걸린 어머니가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병간호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곳 무진으로 발걸음을 했다. 이나에게 있어 무진은 아픈 곳이었다. 어렸을적 이나에게는 해리라는 친구가 있었다. 엄마가 죽고 매일 술에 취한 아버지와 집나간 오빠가 있는 불우한 아이. 반면 이나는 화가인 어머니와 대학교수인 새아버지와 널따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나가 고등학교때 서울로 전학을 가고 대학에 갔을때 해리는 그녀에게 한 번만 도움을 달라고 했었다.
이나는 엄마가 입원한 무진 카톨릭대학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최별라 라는 여성을 만나 백진우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백진우 신부 때문에 딸아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백진우 신부의 이름을 들은 이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 자신의 가슴에 손을 넣었던 소름끼치는 기억을 떠올렸다. 인터넷 신문 기자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나는 최별라의 이야기를 듣고 이 사건을 밝히리라 마음 먹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어렸을 때 친구였던 해리의 이름을 듣는다. 고작 열세 살의 나이에 속옷 가게에서 자신의 팬티 색깔을 말했던 해리를 떠올렸다.
책의 앞 부분에 해리성 인격 장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래서 해리가 해리성 인격 장애를 가진 여성이리라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소설 속 해리와 백진우 신부는 해리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도 더 장애인 같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은 악의 축이었다. 주로 짧은 미니 스커트에 목이 깊게 파인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해리, 신부라는 직책으로 인권 운동을 하며 우리에게 큰 슬픔을 가지고 있는 세월호 사건이 있는 팽목항을 다니는 행보를 보였다. 그들의 겉모습만 보았던 추종자들은 그들이 올린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의 모금 운동에 기꺼이 동참했다. 무진이라는 도시의 검찰이나 경찰 등 힘 좀 쓴다는 작자들은 해리의 봉침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슬픈 사람은 악할 수 없다. 악한 사람은 슬플 수 없듯이. 슬픔이 무력함이고 수동적이며 받아들임의 형태라면 악함은 욕망이고 공격적이며 거부의 형태이다. 욕망과 공격과 거부가 악하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슬픈 사람들끼리는 서로 한눈에 알아본다. (1권, 218페이지)
내가 의심이 많은 것일까. 아니면 이들이 무지한 것일까. 무언가에 꽂히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렇게 무모하게 다가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소설 속 무진은 거의 썩었다고 봐야겠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무진의 권력자들. 그들의 약점을 쥐기 위해 해리와 백진우가 했던 행동들은 도무지 사람같지 않았다. 백진우와 해리에게 피해를 당했던 자들이 법으로 호소해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던 관계자들은 썩어 있었다. 그토록 순수하게 좋아했던 어떤 한 남자도 말이다. 그 남자의 웃음소리, 그의 말에서 나타나는 불편함. 이 모든 것들은 권력앞에 무릎을 꿇은 자들에게 나는 냄새와도 같았다.
이 세상에 우리가 남기고 갈 것은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이에요.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맺었든 그렇지 않았던....., 그것도 아니면 삶은 너무 비루하고, 우리는 그냥 고급 먹이를 찾는 짐승에 가깝겠죠. 그러면 너무 비참하잖아요. (2권, 267~268페이지 중에서)
소설 속 배경이 무진 시 이듯, 이나에게 도움을 주는 이가 바로 『도가니』 속 서유진이었다. 『도가니』의 무진과 마찬가지로 『해리』 속 무진도 역시나 비리와 악의 축들이 판치는 곳이었다. 안개에 쌓인 무진은 다시 혼돈 속으로 가라앉았다. 불의는 이렇게 해결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나.
*전2권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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