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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0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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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93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96243272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장혜영의 <어른이 되면>은 전체적으로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족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언니는 여동생과 같이 지내면서, 일부러 무난하고 평범한 모습만 골라내기라도 한 것처럼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동생이 잘 못 하는 것을 언니가 잘 하는 게 있으면 언니가 챙기고, 때로는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조금 있으면 투닥거린 것을 후회하면서 이내 사과하고 화해하고 다시 정답게 살아간다. 전체적인 내용만 보면,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집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자칫 지루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 이야기만 계속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 평범함은 이내 처절한 노력과 감동으로 변화한다.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로 평범하지는 않은 요소 하나가 끼어들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평범함이 오히려 일상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바로 여동생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으며, 언니는 발달장애인 여동생을 오롯이 혼자서 뒷바라지하며, 가족으로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지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야기다. 특히 책에 부속된 CD에서는 이런 감성이 더한층 극대화되는데, 평범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감성이 노래의 구절마다 마디마다 녹아 있다.
저자 장혜영은 어린 시절 발달장애를 앓는 동생에 대해,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대하기만 했다. 어른들이 언니로서 동생을 간수하고 챙기라고 하면 그렇게 했고, 어른들이 어린 동생을 시설에 보내기로 했을 때에도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를 동생에게 남기고, 어른들이 동생을 시설로 보낸 뒤 언니와 여동생의 관계는 무려 18년 동안 끊겨 있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후 동생 혜정과 같이 살기로 결심하면서, 멈춰 있던 자매 사이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시계가 움직이는 것만큼 같이 움직이는,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다. 혼자서 어른이 되어버린 언니가, 미처 어른이 될 기회마저 없었던 동생을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기준에서 평범함의 테두리를 넘어간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당사자 한 명이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혜정에게 편견을 가졌고, 그 편견의 상당수는 언니 혜영과도 얽히고는 했다. 차별적인 선입견이 많았지만, 나름대로는 걱정해서 충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오른이 되면>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은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야말로, 평범한 행복을 뒤흔들고 금기 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잘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편견에서 비롯된 오지랖 내지 간섭이 없었다면, 혜영과 혜정은 훨씬 더 평온하거나, 적어도 덜 불편해질 일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여러 번 언급된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무심하게 상처를 주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일을 겪는 상대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지, 이 책은 무심할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욱 처연하게 만든다. 저자는 투쟁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수용하고 극복하려 노력할 뿐이다.
'상대가 비장애인이라면 하지 않을 말과 행동들을 사람들은 혜정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런 사실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엄마는 내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엄마의 세계에서 혜정이는 여전히 존재 자체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다.'(p.152)
<어른이 되면>은 일단 발달장애인 동생과 평범하게 살아가며 일상의 행복을 찾는 언니의 실화를 수필풍으로 써내려간다. 이 책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상 그게 전부다. 그 외의 메시지나 주장 등은 딱히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언니와 동생이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작게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가족과 함께 산다면 서로 불행하고 불편하리라는 편견을 반성하는 것에서, 크게는 타인의 행복과 평온함이라는 테마에 대해 함부로 넘겨짚고 왈가왈부하며 직접 관여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어쩌면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나 않을지 생각하게 되는 것까지. 평범하지 못할 거라고 단정하면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은, 때로는 비범함을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가혹할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 누구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그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던 사람들이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을 읽으면서, 거듭 떠올렸던 감상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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