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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년 1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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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68쪽 | 620g | 140*210*35mm |
ISBN13 | 9791158884680 |
ISBN10 | 11588846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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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수업 때 이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 나는 괴담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 책의 어떤 단편을 읽어보면 좋겠다며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소개받았다. 그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우들과 이 그룹을 만들게 되었고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인상깊게 읽은 단편 몇 가지를 골라 리뷰하고 싶다.
역시 표제작인 「종이 동물원」은 단연 최고였다. 이 단편 속에는 동양인 인종 차별, 여성 인권, 중매 결혼, 다문화 가정, 중국의 역사 등 많은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플롯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릴 적, 종이로 호랑이인 ‘라오후’를 접고 놀았던 엄마와 주인공인 ‘나’인 잭. ‘나’의 엄마는 중국인이고, 아빠는 미국인으로 둘은 중매로 결혼하였다. ‘나’는 중국계 미국인이며 커 가면서 중국인 피를 가진 ‘나’를 또래 친구들이 놀림으로서 중국인 피가 섞인 자신과 엄마가 싫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그 마음이 더욱 커져 자리 잡게 된다. 엄마와 중국어로 말도 하지 않고 10대 생활을 보내는 ‘나’. 시간이 지나고 엄마는 암에 걸리게 되어 병상에 눕게 되고 일찍 돌아가시게 된다. ‘나’에게 종이로 만든 장난감인 라오후는 잊혀진 존재였다. 살아 숨 쉬던 종이 인형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게 되어 그렇게 기억의 깊은 곳으로 잊혀 갈 때쯤, ‘나’는 엄마가 쓴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미국에서 사는 중국인의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지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는 엄마의 사랑, ‘[아이]’를 느끼며 소설은 끝이 난다.
내 모국어가 전달할 수 있는 ‘뉘앙스’의 힘과 의미가 있다. ‘나’의 어머니가 전하려는 사랑이라는 발음 ‘[아이]’는 미국인 아버지의 ‘love’와 의미는 같겠지만 다른 분위기가 있다. 엄마는 엄마의 언어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종이접기를 통해 만든 동물들은 엄마의 손길로, 엄마가 숨을 불어 넣은 마법의 종이 동물들이었다. 중국인인 엄마의 모든 것이 담긴 라오후는 ‘나’에게 추억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일부로써 소중한 선물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기 시작할 때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원래 익숙한 것들이 더 잘 되지 않는가. 플롯도 단순하지만 숨겨진 내용과 상징들은 무거워서 다시 한 번 읽어도 명작인 소설이었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은 표제작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SF 판타지 장르로 1부와 2부 정도로 스스로 나누어 읽었다. 실제로 소설이 나누어져 있진 않다ㅋ 어쨌든 읽다 보니 교수님이 내게 읽으라 했던 단편이 이 단편임을 알았다. 왜냐면 괴담……이라면 괴담이라 할 수 있는 요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자들을 홀려서 정기를 빨아 먹는 그런 흔한 구미호 요괴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기분이 조금 나빴다. 왜 이 시대에 이런 여자 요괴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다행히 그런 진부한 요괴 이야기는 아니었고, 산업 혁명과 연관 지어 기계 인간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염의 성격과 그의 미래 방향성이다. 요괴 사냥꾼인 량과 량의 아버지가 어느 날 후리징이라는 구미호 요괴와 그의 딸 염을 만나게 된다. 후리징은 아버지로 인해 죽게 되는데 량은 염을 붙잡지 않고 보내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국에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기계들이 세상을 장악한다. 그렇게 마법의 힘이 점차 약해져 요괴 사냥꾼의 입지는 줄어 든다. 돈벌이가 힘들어진 량의 아버지는 자살을 하게 되고, 량은 염처럼 혼자가 된다. 이렇게 염과 량은 “살아남는 법을 배우”(92쪽)기로 한다. 량은 기차와 철도를 다루는 일을 배우게 되면서 기계 다루는 것에 매우 익숙해지게 된다. 반면에 염은 가진 것은 미美 밖에 없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하여튼 그래서 몸을 팔며 돈을 버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스테레오 구식 여자로 설정을 해놔야 나중에 읽었을 때 쾌감이 큰 법. 것도 그럴게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된다. 염이 어느 부잣집의 마음에 들게 되어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놈이 약을 먹이고 염을 기계로 개조해버렸다. 기계로만 흥분한다는 그 미친 부자가 염을 성폭행하려 하지만 염의 기계 몸이 그놈보다 더 힘이 강해서 이겨버렸다. 염은 자신의 숨은 힘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량에게 부탁하게 된다. 염의 오랜 소망은 가장 편한 몸인 여우의 몸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는 것이다. 량은 염의 그런 소망을 알기에 그동안 배운 기술들을 이용하고 또 공부하여 몸을 개조해준다. 그 후 염은 더 강해진 몸으로 메탈 여우(책에서는 크롬 여우라고 표기되어 있다)가 되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내 자유를 되찾게 해 주겠다는 말을 하고 사라진다. 정말 멋있는 엔딩이다.
이 단편 소설은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이라는 단편 영화 시리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뒤늦게 알게 되어 그 회차의 영화를 봤는데 역시 소설이 더 좋다. 그러나 메탈 여우가 된 염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어 그 쾌감은 배가 되었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염이 크롬 메탈 여우가 되어 자유를 찾아 떠나는 장면이다.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그간의 고생을 묻고 떠나는 장면이 벅찼다. 또한 염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남성인 량이라는 점도 좋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남성인 량이 조력자가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아마 남성 작가여서 그런 듯) 그리고 여성인 염이 몸을 팔고 다니는 일만 했다는 것도 진부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했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하나의 꿈을 향해서 간다는 결말로 향하는 것. 그게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내 괴담 소설을 쓸 때 그런 여성혐오 적인 것을 타파하기 위해 일부러 여성혐오 적인 시선들을 넣었었는데, 이 소설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도 원치 않은 내 몸과 성惺을 사고 파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작은 부분만을 떼어 놓고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러프하게 감상평을 적긴 했지만 대부분 이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 믿으며…….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단편은 가장 마지막 단편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 동북아시아 현대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소설은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인간 실험 ‘731부대’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이 소설은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큐멘터리 스크립트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의 주된 정서는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이다. 인류의 역사를 역순으로 볼 수 있는 망원경은 단 한 번 밖에 볼 수 없으며 지나가면 영원히 끝이다. 그곳에 직접 다다르는 것도 아니고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아니니 시간 여행도 아니지만 어쨌든 양자 얽힘 현상을 끌어와 이런 신기한 망원경이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소설에는 한국의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중국인인 켄 리우가 이러한 내용을 써서 일본에는 이 단편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이가 없다^^)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이렇다. 그러한 시공간을 보고 오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기술적 특징은 가해자들이 감추려 하는 역사를 영원히 감추려 하는 위선적인 기득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73428.html) “항의 집회를 막느라 가짜 집회 신고를 먼저 하는 기업의 행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어쨌든 이 단편들은 모두 읽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현재 우리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AI나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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