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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2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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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376g | 153*220*13mm |
ISBN13 | 9788954677158 |
ISBN10 | 8954677150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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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나’는 바다에 막 도착한 작은펭귄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모든 것이 두렵겠지만, 지난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다.
나와 만나기 전에,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었을 때 초원으로 나갔다. 초원에서 아내와 딸이 생겼다. 노든은 훌륭한 코뿔소이자 행복한 코뿔소였다. 사냥꾼들이 아내와 딸을 죽이기 전 까지는 말이다. 아내와 딸을 잃고 노든은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그 곳에서 친구 앙가부를 만났다. 앙가부는 초원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노든이 해준 이야기 중 바람처럼 달리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노든은 앙가부와 함께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앙가부는 동물원 화재사건 날, 죽었다. 노든은 혼자 탈출했다. 또 그때 만난 게 나의 아빠, 치쿠다. 원래 나는 버려진 알 이었다고 한다. 그걸 치쿠가 절친 윔보와 발견하고는 키웠다고 했다. 하지만 윔보는 화재사건 날 잔해에 깔려 죽었다. 윔보가 자신과 자리를 바꾸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었을 거라고, 치쿠는 말했다. 노든은 치쿠와 매일 바다를 찾아 걸었다. 그런데 어느 아침, 치쿠는 일어나지 않았다. 노든은 치쿠의 몫까지 살아야 했다. 노든은 나를 열심히 보살폈고, 결국 내가 알에서 깨어났다. 우리는 늘 함께였다. 노든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해본 적 없는 수영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긴긴 밤을 함께했다. 홀로 절벽을 올랐다. 부리가 아파도 쉬지 않았다. 드디어 바다에 도착했다. 안녕, 노든.
노든은 왜 ‘나’를 키워줬을까? 그리고 치쿠와 윔보는 왜 버려진 알을 가져다 키웠을까?
그것은 서로를 의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드넓은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어느 날 부모님께서 내게 책 한 권을 읽어보라고 주셨다.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 된 이 책은 ‘긴긴밤’이라는 책이다.
어느 날 코끼리 고아원에 이름없는 코뿔소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고아원에서 나가 살게 된 코뿔소는 아내와 딸을 가지게 되지만, 상아 사냥꾼들이 아내와 딸을 죽이고 사라진다. 코뿔소는 슬픔에 잠겨 아내와 딸의 시체 옆에서 잠들게 된다. 그런 코뿔소를 발견한 동물원 사람들이 코뿔소를 데려가고 노든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노든은 앙가부라는 코뿔소 친구를 만나고 앙가부와 함께 동물원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결국 들키게 된다. 그리고 얼마뒤 상아 사냥꾼들이 찾아와 앙가부를 죽이고, 노든은 ‘지구 상의 마지막 흰바위 코뿔소’가 된다. 노든은 상아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뿔이 잘리게 된다.
그 무렵 펭귄들이 사는 곳에서도 일이 발생한다. 버려진 알이 발견된 것이다. 아무도 그 알을
품지않자, 어릴 때부터 서로를 도운 치쿠와 윔보가 그 알을 품기로 결심하고 며칠 뒤 갑자기 전쟁이 발생했다. 윔보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걸 본 치쿠는 알만 챙겨서 나오고 동물원에서 탈출한 노든을 만나게 된다. 치쿠와 노든은 알을 지키면서 먼 여행길을 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알이 부화하고 치쿠는 죽게 된다. 부화한 알에서는 작은 펭귄이 나오고 노든은 펭귄에게 바다를 찾아가라고 한다. 펭귄이 노든과 헤어지고 바다로 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만약 노든이 아내와 딸을 지켜냈더라면 어땠을까?’부터 시작해
‘내가 노든이나 치쿠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가 노든이었다면 난 노든처럼 절망에 잠겨 복수심을 가지지 못했을 것 같다.
아내와 딸의 죽음부터 앙가부, 치쿠의 죽음. 나를 보호해주고 행복하게 해준
모든 것들을 잃어서 매일 절망속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나를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예전의 나도 친구관계가 혼란스러운일이 있었다. 거짓된일로 상처를 받고 안도와주면 화를 받았던일,무시당했던일등등많은 일을 겪었었다. 그때마다 내 가족들은 나 하나의 생활을 위해
과거에 자신이 했던일,알고 있는 대처방법을 알려주면서 나는 대처가 잘되었고 망가진 친구관계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지금처럼 잘살게되었다 가족들이 나를 도와줄때마다 가족들의 모습은
마치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매일악몽을 꾸던노든을 위해 악몽을 극복하고 복수심을 조금씩 버리게 만든 앙가부와 치쿠를 닮은 것 같아보였다
만약 내가 치쿠였다면, 윔보를 버리고 갈 때 마음이 아주 아팠을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함깨해온 친구인데, 나와 함께 동행해주었던 친구인데, 왜 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라는 죄책감을 가지며 큰 고통을 가졌을 것이다.
가끔은 나도 ‘내 소중한 것들이 모두 없어지면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으면, 치쿠와 노든이 만난 것처럼 함께 절망을 극복할 사람을
찾을 것이다. 마음 속 깊이 나 자신도 모르는 절망을 극복하고 노든과 치쿠처럼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50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 긴긴밤』
서평문을 쓰려 책을 다시 읽어 내려가자 덜컥 겁이 났다.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순간순간의 장면에 과몰입된 나는 이 책 속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었다. 책 밖으로 빠져나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각을 정리해야 하지만 이미 늪에 빠져버렸다. 그만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애꿎은 노트북만 닫았다 열었다 한다.
『긴긴밤』 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검푸린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_심사평
학창 시절 『갈매기의 꿈』을 참 좋아했었다. 얇은 두께에 14살 나에게 주는 감동은 너무도 컸었다. 특히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조나단이 자신만의 비상에 성공하는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짜릿한 희열로 다가온다. 그 뜨겁고도 편안한 여운이 여기 『긴긴밤』의 펭귄으로 이어진다. 둘째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학교에 들고 가서 읽겠다던 아이는 하교 후 엄마를 보자마자 와락 안긴다. “엄마 책이 너무 감동이었어.” 내가 질문하기 전에는 결단코 먼저 입을 열지 않는 10살 아들을 이토록 스윗하게 만들어 버린 책. 내 아이도 그 여운이 오래도록 그와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왠지 뭉클하다.
갈매기 조나단 시걸의 여운이 펭귄에게로 또 내 아이에게로 이어지는 한편, 나는 코뿔소 노든에게서 『노인과 바다』의 짙은 바닷빛 여운을 느낀다. 비록 내 삶이라도 ‘내가 선택한 삶’이 있고 ‘삶에게 선택되어진 나’ 가 실존한다. 그런 인생의 맛을 조금 알아버린 지금의 나는 펭귄의 도전을 엄마의 마음으로 매우 응원하면서도 노든의 인생의 역경과 그의 마지막 선택에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p40. 다시 눈을 떴을 때 노든의 하얀 뿔은 반쯤 잘려 나간 채였고, 그의 곁에는 더 이상 앙가부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철조망 앞에는 다음과 같은 푯말이 걸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분노와 미안함, 노든의 처참한 심정을 대신하는 눈물이었다. ‘삶에 선택 되어진 나’의 상황이 이리도 고통스러울 수 있음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은 인간이 동물에게 하는 잔인함에 마음이 아팠을 장면이다.
『페인트』를 읽으면서, 성숙하지 못한 하나의 인격체로 또 다른 인격체를 돌보는것 _에 대하여 생각이 깊었던 요즘이었다. 고민하나가 늘었다. 생명체 vs 생명체의 입장에서 서로의 생명에 대한 윤리란 것이 존재 할까? 내 생명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기준 되어진 윤리 말이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적용해서 그것이 순리인 듯,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그러나 내가 또 다른 강자에 의해 노든처럼 짓밟힌다면? 그때도 자연의 순리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깊어진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충만한 사랑과 지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코뿔소 노든은 자신의 핸디캡을 서로에 의지하며 살아가는게 당연했던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랐다. 노든이 정체성 찾기를 고민할 때 코끼리들은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노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노든의 거칠지만 따뜻한 품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먹고 자란 펭귄도 그랬다. 펭귄에게 자신의 바다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응원하면서 두려움에 차라리 코뿔소가 되겠다는 펭귄에게 노든은 말한다.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받은 사랑과 응원이 내 마음 바구니에서 넘치고 넘쳐 흘러내릴 때, 비로소 세상에 한 발 내딛는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코뿔소 노든과, 펭귄이 두려움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들의 마음 바구니에 넘치는 사랑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또 그 사랑을 베풀 수 있었으리라.
".... 그땐 기적인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게.“
어쩌면 나는, 지금 누리는 나의 기적을 너무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바로 내 옆에 ”우리“의 기적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우리남편, 우리아이, 우리친구, 우리책.
YOU !! 에게도 그렇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코뿔소 품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그땐 기적인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게.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들과 자란 코뿔소다.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으면서 매일 악몽을 꾸고 살아남은 것이 운이 좋은 것인 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들을 코뿔소의 뿔을 얻기위해 쉽게 코뿔소들을 사냥하며 코뿔소를 멸종직전에 이르게까지 만든다. 그러다 전쟁으로 노든이 있던 동물원이 파괴되면서 노든은 다시 한 번 세상밖으로 나서게 된다. 치쿠와 버려진 알을 데리고. 치쿠는 죽는 순간까지도 펭귄알을 품었고 노든은 그렇게 태어난 펭귄과 함께 바다를 찾아떠난다.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은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가족을 만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아내를 잃는 그 순간은 터져나오는 울음에 책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상처입은 채로 동물원에 가게 된 노든이 앙가부를 만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지만 또다시 친구를 잃게 된다.
하지만 노든은 살아남은 것이 정말 운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p.40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고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찬 노든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노든과 스스로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낸 어린 펭귄. 너무도 다른 둘이 바다를 찾아떠나는 여정이 자꾸만 먹먹해져서 혼났다. 노든을 지키기 위해 할 줄 아는 거라곤 똥뿌리는 것뿐인 펭귄의 모습에도, 나도 그래라고 대답한 노든의 모습에서도, 복수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말하는 펭귄의 말에도 눈물은 시도때도 없이 흘러내렸다.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윔보와 치쿠가 버려진 알을 품어 준 것부터, 전쟁 속에서 윔보가 온몸으로 알을 지켜 내 준 것, 치쿠가 노든을 만나 동물원에서 도망 나온 것, 마지막 순간까지 치쿠가 알을 품어 준 것,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노든이 있어 주었던 것……. 그 모든 것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다. p.94
안전하다 생각했던 동물원에서 나와 홀로 나아가야 할 수많은 긴긴밤이 무척 두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길로 두렵지만 긴긴밤을 견디며 찾아갈 것이다.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우리를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내 옆을 지킨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힘을 줄 것이고 나 역시도 그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하는 삶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게 긴긴밤을 보내며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게 될 거라고 말이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124
노든의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운 그림들이 있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앞으로 이어질 긴긴밤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했으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했다. |
지난해 출간된 동화 <긴긴밤>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동물친구들과 알에서 깨어난 아기 펭귄의 이야기이다.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긴긴밤>은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동화임에도 수많은 어른들의 마음을 울렸다.
작년 제주에 내려갔을때 잠시 들렀던 제주살롱 대표님도 인생동화라며 강추해주셨던 책이기도 해서 당시 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기억도 난다.
이 책을 북클럽책으로 선정하고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나니 역시나 왜 많은 어른들이 이 동화책을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수많은 코끼리들 사이에서 편안한 삶을 살던 코뿔소 노든은 큰 용기를 내어 고아원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곳에서 잊을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고아원밖 세상으로 나온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혜롭고 마음 따뜻한 코끼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코끼리로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끝끝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바깥 세상을 향한 희망을 찾아 떠났던 노든은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가족을 다 잃게 되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고 다시 동물원으로 구조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그곳에서 다시 잔혹하게 코뿔소의 뿔을 노리는 뿔사냥꾼에게 하나밖에 없는 동료이자 친구 앙가부를 잃게 된다.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뿔을 훔쳐가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은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 코뿔소 노든은 전쟁으로 파괴된 동물원을 펭귄 치쿠와 치쿠의 알과 함께 탈출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펭귄 치쿠에게서, 그리고 치쿠가 떠나고 다시 알에게서 찾는 노든은 알이 부화하여 그곳에서 태어난 펭귄을 돌보며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치쿠의 알에게 베푼다.
펭귄은 물에서 살수 있는 존재이기에 바다를 찾아 떠나는 머나먼 길을 함께 하며 노든은 아기 펭귄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아온 이야기들, 끔찍했던 기억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와 자신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긴긴 밤에 대해서도.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 되었다.
노든의 긴긴 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각자에게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 긴긴 밤을 떠올려보게 된다. 말할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웠던 밤들. 그리고 노든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순간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들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우리 인생의 시간들.
노든의 끝나지 않을것 같은 고통은 다른 이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진다.
나의 삶이 오롯이 나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과 사랑으로 꽃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마음 한켠에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의 폭에 어느정도 한계를 긋고 있었던것 같다. 아이가 어릴때 함께 읽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일부러 찾아보거나 그림이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보는 동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화가 어른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폭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나보다.
<긴긴밤>을 읽고 난 지금, 동화가 줄수 있는 감동과 생각의 폭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와 그가 만나는 동물들을 통해 전하는 삶의 고통과 기쁨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 기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을 덮을때 즈음 한마디로 압축하기 힘든 여러 감정들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솟구친다.
이 책이 남기는 긴 여운은 오랜시간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멤돈다.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코뿔소의 이야기를 단순히 멸종동물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한 동화라고 단정하기에는 이 책이 전하는 메세지가 너무도 크다. 뿔 사냥을 하는 밀렵꾼들과 아프리카의 잦은 내전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 결국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흰바위 코뿔소가 존재했었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는 걸 알고나서도 동물을 보호하자는 메세지보다 노든이 보여주는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이 더 깊게 마음을 울린다.
노든이 평온하던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코뿔소로 살아가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선택했던 것처럼 아기 펭귄 역시 노든과 이별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바다로 힘차게 나아간다. 둘의 이별은 슬프지만 이 헤어짐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해피앤딩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그것이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임을 알기에 깊은 바다로 홀로 나서는 아기 펭귄에게 응원을 마음을 보탠다. 아기 펭귄이 자신의 곁에 안주하며 머물지 않고 자기의 세상을 찾아 떠나도록 종용하고 격려하며 홀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남겨진 흰바위 코뿔소의 묵직한 사랑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듯함이 차오른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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