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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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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512쪽 | 662g | 134*185*33mm |
ISBN13 | 9791164454242 |
ISBN10 | 1164454242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1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너무나 많이 들어봤기에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책의 내용을 보면 다들 ‘친환경 무소유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마 그래서 읽은 듯한 생각이 더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 마가스님의 작품해설을 보면 법정스님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책이란 내용이 나온다. 나 역시도 말로만 들어왔던 책을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계기가 법정스님이 사랑한 책들에 [월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마음일 뿐, 선뜻 손이 가질 않아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도대체 [월든]에서 소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내고, 또 월든 호수를 찾아가기까지 하는지 알고 싶었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숲에 오두막을 짓고 2년여 동안 홀로 살았던 이야기이다. 소로는 1845년 7월4일부터 자신이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살기 시작하여 1847년 9월6일 숲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숲에서 보낸 첫해의 삶을 [월든]에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 해는 첫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하니, [월든]은 일 년의 기록이기도 하고 이 년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들어간 이후 쭉 그곳에서 생활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그가 45년 생애 대부분을 월든 호수가 위치한 콩고드 근방에서 머물렀다는 사실을 호숫가 오두막에서 머무른 걸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월든]에서 발견한 친환경 무소유의 삶에 나 또한 관심이 많았기에 기대를 안고 읽었다.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집은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1.6킬로미터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어쩌다 낚시를 하기 위해 호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나무를 하러 오는 사람들, 그리고 간혹 소로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가 tv에서 만나는 ‘자연인’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로는 3월말쯤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집을 짓기 시작하여 7월4일부터 그 집에서 살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집을 짓는데 석 달 조금 넘게 걸렸다. 한 칸의 방, 침대와 탁자 하나 그리고 벽난로가 전부였다. 또한 그는 자연에서 수확하거나 스스로 씨를 뿌리고 거둔 농산물과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면서 의식주를 꾸미기 위해 자본에 예속되어 비참할 정도로 가난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소박한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다리를 다치면 치료를 받아 고치면서, 바지 다리가 찢어지면 그냥 버린다. 진짜 훌륭해지는 것보다, 세상 사람의 눈에 훌륭해 보이는 것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다.’(35쪽)
‘우리는 왜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애쓸 뿐, 적은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을까?’(55쪽)
‘나는 숲에서 보낸 2년여의 경험을 통해, 심지어는 이러한 기후대에 살아가는 사람도 지극히 적은 수고만으로 얼마든지 먹고 살 식량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식단만 먹어도 얼마든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해갈 수 있다.’(92쪽)
‘인간은 땅을 재산, 혹은 재산획득 수단으로 만 간주하는 비천한 습관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에, 그리고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풍경은 훼손되고 농업은 타락하고 농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천한 삶을 보낸다.’(246쪽)
소로가 숲에서 살았던 생활방식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소로처럼 살 수는 없다. 소로가 살았던 시대보다 문명이라고 하는 것이 그만큼 더 우리를 예속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소로가 ‘집이나 가구를 장만하는데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평생 쓸데없는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낸 연민을 통해, 우리는 우리 내면에 감추어진 탐욕의 그늘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자신의 욕망을 다스릴 수 있었던 소로의 삶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 일게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극히 필요한 것들만을 소유한다는 것, 아마 그것이 무소유의 삶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마음이 바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의 삶임을 소로는 말하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런 삶을 루저의 삶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공과 끝이 없는 욕망에 이끌려 자신이 내면이 피폐해지는 것도 알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삶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삶이 더 좋지 않을까?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숲에서 살며 단순히 무소유의 삶만을 실천했다면 아마 우리가 받는 감동의 폭은 조금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물질적인 성공추구와 자연파괴를 당연시하는 세태 속에서도 오로지 자연을 벗하면서, 호숫가의 고요한 정경과 깊은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였기에 그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단지 몇 시간의 노동만으로도 삶을 꾸릴 수 있게 되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독서는 물론 기차역의 종소리와 기적소리, 새 소리 등 숲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그의 삶과 함께 했다. 가까운 이웃도 1.5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숲이 경계 지은 지평선만이 시야에 들어오는 그곳에서 숲에 사는 동물들과 고독은 그의 상상력을 먹여 살렸다. 그리고 겨울동안 얼었던 호수의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와 철새가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것을 지켜보는 삶은 이미 자연과 동화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숲으로 들어간 건 의도한 대로, 삶의 정수만을 직면하며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랬을 때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고, 죽음이 닥쳤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134쪽)
2년여의 숲속 생활을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자급자족의 삶이 가능함을 깨달은 소로는 숲을 떠났다. ‘나는 숲에 들어갔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를 안고 숲을 떠났다. 마치 내게는 살아가야 할 삶이 몇 개쯤 더 있어서, 숲에서의 삶을 위해 더는 시간을 바칠 수가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483쪽) 아마 무엇이든 소유하려 들고, 그로 인해 삶이 비천해지는 사람들에게 삶이 아닌 소유를 줄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소로는 ‘놀랍게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스스로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 어떤 특정한 길을 밟아 그것을 자신 만의 길로 만들어 버린다’며, 욕망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진실하며, 자연을 벗하는 삶을 살라고 수많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조했다.
‘소박한 삶을 살아갈수록 복잡한 우주의 법칙도 간결해 질 테니, 이제 고독은 더는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더는 가난이 아니며, 약점도 더는 약점이 아닌 것이 된다.’(484쪽)
‘우리가 사물에 부여하는 얼굴 중에 진실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진실만이 그 무엇보다도 오래간다. 대체로 우리는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거짓된 입장에 서있다. 타고난 천성의 허약함 때문인지, 멋대로 상황을 가정하고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어 버린다.’(489쪽)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는 점은 불변의 진리다. 자연의 나날은 매우 평온하여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는 법이 없다.’(166쪽)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월든]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의 삶이 나에게 맞는 삶인지 소로는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는 오롯이 그 사람 자신의 몫이다. ‘아무리 삶이 고달프더라도 당당히 맞서 살아야 한다.’는 소로의 말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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