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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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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PDF(DRM) | 182.42MB 파일/용량 안내 |
페이지 수 | 약 180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60949926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천오백 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려견과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셈이다. 집에서 키우던 개를 몸보신용으로 살육하고, 천하고 더러운 동물로만 치부했던 예전에 비하면, 현재의 반려견 문화는 가히 경천동지할 만한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견주들은 반려견을 제 자식만큼 아끼고 소중히 여긴다. 말 못하고 힘 없는 생명을 지켜주고 보살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다. 세상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여전해서 강자의 폭력이 약자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사각지대의 소외를 외면하지 않고 약자의 입장에 눈과 귀를 모으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임이 분명하다. 약자를 향한 따스한 시선과 관심은 반려견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바, 집에 가자>는 반려견을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 과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어쩌면 그닥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히 반려견을 키우는 방법이나 당부할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과 사람과 강아지의 소통을 다루면서 나아가 인간에 의해 함부로 다뤄지는 동물의 처참한 현실을 고발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몰던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가 자동차만 보면 달려들다가 결국 로드킬 당하는 끔찍한 이야기부터, 새끼만 낳다가 죽는 어미 개와 젖도 떼지 못한 강아지들이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야만적인 장면까지, 동물이 생명으로 존중 받지 못하고 단지 상품으로 다뤄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세태를 드러내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는다. 대량 사육되던 닭이 조류독감에 걸려 살처분 되는 이야기에 들어서면,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무감해진 닭들의 대량 살육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재앙임을 작가는 직시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과 동물 간의 긴장이나 복수나 투쟁을 그리고자 하지 않는다. 동글동글한 심바의 귀여움만큼 작가는 가슴 울리는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살처분된 닭들이 별이 되어 날아가는 그림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나는 그 그림 한 컷을 꽤 오래동안 들여다 보았다. 마치 주인공 미노 방의 벽지처럼 한 면에 가득 채워진 닭의 그림은 아름답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날개를 활짝 핀 닭들이 비상하는 모습은, 모든 생명들이 너나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유토피아를 그려낸 듯 감동적이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넘어서서 함께 살아갈 희망을 꿈꾸듯 작가는 그 그림을 그려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반려견을 키운 지 어느새 십여 년이 지났다. 작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를 떠 올리면 나는 아직도 숨이 가빠온다. 온 집안은 강아지와 즐거웠던 한때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고 때로 혼잣말로 강아지를 불러보는 순간도 습관이 됐다. 강아지와 사별한 후, 시골에서 또 다른 강아지를 입양한 지는 일 년이 넘었다. 강아지와 이별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슬픔이었으므로 또 다른 인연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리움이 사무치고 우울이 깊어지면서 다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졌고,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기로 결심했다. 모르긴해도 새로 온 강아지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끔찍한 사별의 제의를 우리 가족은 또 다시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삶이란 고통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으며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나는 안다.
심바를 데리고 나선 미노가 이야깃속 반려견과 견주들을 차례로 스쳐가는 장면은, 떨어진 듯 이어진 인연과 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홀로보다는 여럿이 힘이 된다. 작가의 시선처럼 서로를 잇는 운명과 인연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좀더 나은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생명이 생명을 만나는 일은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생명은 생명에게서 깊은 위로를 받으며, 그것은 용기와 사랑을 품게 한다. 바로 그런 마음을 불러내는 책이다. 말하자면, 위로와 연대 그리고 용기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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