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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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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24g | 140*210*12mm |
ISBN13 | 9788936457228 |
ISBN10 | 8936457225 |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0월 20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9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소금아이>에 이어 이희영 작가의 삶에 대한 긍정,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열 여덟에 죽은 형, 선우 진.
12년 후 그 형과 쌍둥이처럼 꼭 닮은 모습으로 형이 입던 교복을 입고 형이 다니던 학교에 입학한 동생 선우 혁.
형과는 나이가치가 많이 나기 때문에 추억이랄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형과 같은 교복을 입고,형이 다니던 학교에 다니고 있자니, 자꾸 형이 궁금해진다.
호기심 반 그리움 반으로 형이 남긴 메타버스 속 공간에 들어선 혁은
그곳에서 형이 남긴 공간을 계속 관리해주던 '곰솔'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곰솔은 어떤 이유로 형이 남긴 공간을 10년이 넘도록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입체 퍼즐을 맞춰 나가듯 혁이 형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신비로우면서도 아릿하다.
혁에게 형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기억에는 없어서 늘 궁금한, 어떤 미지의 존재같은 느낌이었을까.
제일 친한 친구 도운에게도 선뜻 말하기 쉽지 않은, 거짓말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게 되지 않는 비밀 같은 존재인 형.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으나 타인의 기억과 기록에 의존해야만 형을 알 수 있고,
그 모습이 실제의 형과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른지 알 수 없으며,
나아가 열일곱이 된 나에게 말을 걸어 줄, 살아있다면 서른이 되었을 형의 모습은 더더욱 알 길이 없으니
형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더 궁금하고 더 그립고 더 애틋하게 느껴졌으리라.
채팅앱으로 존재 하지 않는 형과 대화하고, 형이 남긴 메타버스 속 공간을 들여다보는 혁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또 그 슬픔과 그리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혁이 형의 메타버스 속 공간에서 만난 '곰솔'.
소설 속에 삽입되어 있는 편지의 발신인이 곰솔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곰솔과 형이 어떤 관계였을지는 언뜻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고,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두 사람의 만남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갖게 했다.
그리고 곰솔만 알 수 있는 선우 진의 마지막 사연...
곰솔이 10년이 넘도록 진의 정원을 가꿀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너무나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고
소설을 읽으며 형의 기억을, 친구의 기억을 좇는 혁과 곰솔의 이야기에 매료되었지만
마음에 가장 크게 남는 것은 역시,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친구가, 동생이 그리고 곰솔이 선우진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과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 대해
결국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이 이토록 생경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놀라웠고,
필연적으로 나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수민이 어느 날 아픈 자신을 위해 달려와준 다정한 친구로 기억하고
부모님은 자신 앞에서 곰살맞게 굴던 딸 같았던 아들을 기억하는 것 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가지고 진심으로 다가서야 하겠구나,
그런 좋은 기억들이 나에 대한 정의가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그리고 좀 생뚱맞지만 선우진이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존재였음에도
주변인들이 선우진에 대해 '완벽한 아이였다'고 기억하지 않는 것이 좀 위로가 되었다.
내가 선우진처럼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이 너무 분명함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진짜 모든 면에서 별로인 사람이었다'로 기억되지는 않겠구나 싶은 위로말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같았다.
곰솔과 혁이 마주치는 장면인 동시에 이 책의 제목이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인 이유가 드러나는데
이 장면은 누군가를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본다. 이 소설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엔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가,
곰솔과 진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또 관계맺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해보았고,
누군가에게 제대로 안녕을 전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꼭 한 마디를 고르라면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도, 놓아주지 못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사랑이고, 알고 싶은 것도 다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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