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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3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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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84쪽 | 952g | 152*215*35mm |
ISBN13 | 9791168341746 |
ISBN10 | 1168341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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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문득 우리가 기묘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21세기적 삶은 물질적인 것이 점점 배제되어가고, 대신 비물질적 가치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부는 금융과 같은 서비스 산업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는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물질적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에드 콘웨이의 『물질의 세계』는 그런 우리의 생각이 전적으로 착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여전히 ‘물질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물질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 그런 착각은 왜 생긴 것일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 살고, 업무를 보지만 실제로 콘크리트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악착같이 가려져 있다. 그 콘크리트 속의 강철은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노트북을 쓰지만 그것이 리튬이라는 낯선 물질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란 걸 알 수 없다. 어쩌면 ‘2차 전지’라는 이름으로 경제학 뉴스에서나 접할까? 구리는 또 어떤가? 전기의 시대에, 인터넷의 시대에 구리는 세상을 잇고 문명을 이루는 ‘신경계’이지만 구리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것은 늘 가려져 있으며 우리는 향유할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질의 세계 속에 살고 있지만, 물질의 세계를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그런 물질의 세계에 의존하여 살고 있기도 하다.
에드 콘웨이가 가장 중요한 물질로 꼽은 여섯 가지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이다. 이 가운데는 모래나 소금과 같은 태곳적부터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겨져 온 것이 있는가 하면, 철과 구리처럼 인류 문명을 가르는 중요한 재료로 삼는 것도 있다. 그리고 현대 문명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중요한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석유가 있고, 21세기에 들어서야 그 중요성이 극대화된 리튬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구분했지만, 모래나 소금도 현대에 정말로 중요한 물질이며, 그 중요성이 하나도 감소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모래나 소금이 문명에 중요한 물질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금방 생각하는 그 모래나 소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모래와 소금 등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모래에서는 유리 같은 것이 있으며, 소금은 화약이나 비료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또한 철이라고 했을 때도, 구리라고 했을 때도 모래나 소금보다는 그 범위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것들이 변형되고 확장되었을 때 그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같은 물질이며, 같은 기원을 갖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적으로 인식해야 하고, 또 개별적으로도 인식해야 한다.
에드 콘웨이는 이 물질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확인하고 전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광산들, 칠레의 소금 사막을 비롯한 남아메리카의 곳곳, 대만의 반도체 공장(우리나라에 관해서는 몇 차례 언급은 하지만 방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등등. 그곳에서 물질들이 인류와 맺은 관계의 역사를 탐구하고, 그것들이 우리의 삶과 맺는 방식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 그 미래는 어쩌면 어두워 보이고, 또 어쩌면 그럭저럭 헤쳐나갈 것처럼도 보인다. 맬서스로부터 비롯된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견은 지구상의 제한된 양의 물질로 인해 이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그런 제한을 극복해 온 역사를 보면, 또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면 앞으로 한 동안은 끄덕없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물질의 세계는 역설적으로 아직도 불투명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굳이 교훈이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질의 세계는 아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물질에 작은 이상이 다른 물질로 연결되고, 그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문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누리는 비물질적 세계도 위험해진다. 우리가 물질의 세계를 인식하지 않을수록 그 세계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이지만, 완전히 잊어버린다면 그 물질의 세계가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는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러니한 세계이지만,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다. 그것을 우리는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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