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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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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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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28.91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72915799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8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용경식/ 까치/ 2014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소피의 선택, 양철북, 25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페인티드 버드 등등 당대를 살았던 작가들은 물론 이후 세대의 작가들도 속죄, 더 리더 같은 멋진 작품들을 내놓았죠. 영화도 제법 본 편이라 새삼 새로울 것이 있을까 기대반 걱정반 하면서 책을 펴 들었습니다만, 아 세상에나 이런 작품을 이제서야 알아보게 되다니.
작가는 헝가리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소설 속의 내용 대부분이 2차 세계대전을 어린시기에 겪은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본래 3부작으로 결심하고 쓴 글은 아니었으나 1편인 비밀 노트를 내고 나서 후속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동안의 고독이 나오게 되었고 이 3부작을 우리나라에서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게 되면서 출판사에서 임의로 붙인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책 내용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세 가지 거짓말을 써 넣는 장면이 나오며 크게 보면 이 3부작 자체가 하나하나 다 거짓말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잘 지은 제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세 가지 거짓말 이라고 해도 되었을 것 같긴 해요.
1부는 전쟁 통에 더 이상 대도시 공습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자신의 쌍둥이 아들을 국경 가까이 시골에 있는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글을 쓰는 주체는 이 두 아이들로 1인칭 복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억척스럽게 살아내고 할머니 집을 일부 점거하고 사는 점령군 장교와 당번병, 마을에서 따돌림 당하는 언청이 소녀와 그 엄마, 서점과 문구점을 경영하는 빅토르 아저씨, 마을 신부, 당관료인 페테르 등등의 사람들과도 친분을 쌓아가게 되죠. 하지만 점령군이 떠나고 다시 자국군이 들어오지만 또 다른 점령군이 오는 난리 통 속에 어머니도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버지라는 남자가 나타나게 됩니다. 몰래 국경을 넘으려는 아버지를 따라 소년들도 떠나보지만 아버지는 지뢰를 밟게 죽게 되고 소년들은 헤어져 한 명은 국경을 넘고 다른 한 병은 할머니의 집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나죠.
2부는 되돌아 온 소년 루카스의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소년은 홀로 남아 농사를 짓고 일을 하고 오갈 데 없는 여자와 그 여자의 불구인 아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또 수용소로 끌려간 남편을 그리워 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도 떠나고 난 뒤 애지중지하면서 양아들처럼 함께 지내던 아이마저 사라지게 되자 루카스는 종적을 감추고 35년이 지나 이곳에는 오래전 국경을 넘어갔던 다른 아이 클라우스가 나타나게 됩니다.
3부는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편에는 2부의 마지막에 등장한 클라우스(Claus)의 이야기가 나오죠. 1부 이전의 사연이라고 할 수 있는 소아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던 이야기, 재활한 이야기, 학교를 다닌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신과 루카스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며 자신이 국경을 넘은 뒤에 신상에 벌어진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합니다.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라고 하니 2부에 나왔던 어린 아이가 떠오르더군요. 2편은 재밌게도 또다른 클라우스(Klaus)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1편에 나온 Claus가 루카스로 바뀌게 됩니다. Klaus는 부모님이 다투면서 아버지가 죽게 되고 형제는 다치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나와 있진 않지만 실상 형제는 죽은 것으로 여기고 있죠. 하긴, Claus는 자신이 루카스라는 인물과 같은 인물이라면서 언제나 혼자인 것이 너무 외로워서 형제를 만들어냈다고 하죠. 그러면 Claus와 Klaus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2편에서 두 사람은 직접 만나고 길게 대화도 나누지만 다른 사람들 중에서 이들이 만나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Claus의 죽음을 전해 듣고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자신의 아버지 무덤 곁에 묻겠다는 Klaus . 어쩌면 이들은 넷, 셋, 혹은 둘이었으며 하나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부 2부 3부 1편과 2편으로 가면서 앞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말이 된다 해도 마지막 편 역시 거짓말 일 수 있기에 사실 참거짓 나누기는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이 가득하지만 실은 모두 진실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어떤 게 거짓이고 어떤 게 참인들 구분하는 게 아예 무의미할 만큼 이들의 상황은 매번 끔찍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이렇게 살았을 것이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렇게 살았을 것이며 이후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났지만 어느 누구의 삶도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 마치 평행 우주처럼. 같은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운명이라지만 모두 괴롭고 외롭고 힘겨운 운명.
Klaus-Lucas는 이들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여 쌍둥이 아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나누어주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인가 저 자신이 전후 세대이지만 분단 국가를 살아온 한국인이라 이 책을 읽는 느낌이 좀 더 각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도적이다 싶을 정도로 절제되어 무감각하고 건조한 표현들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독특하고 흡인력 있는 문체가 되어 저에게는 읽는 내내 압도되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본디 지어낸 이야기라고 합니다만, 어찌 진실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 생각없이 밤늦게 집어들었다가 아쉬워 하며 반만 읽고 다음날 쉴새 없이 읽었네요. 아, 역시 세상에는 아직도 놀랄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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