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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8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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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50g | 132*225*20mm |
ISBN13 | 9788937460043 |
ISBN10 | 8937460041 |
[카프카 사후 100주년 기획전] 카프카를 좋아하세요?
2024년 05월 31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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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IV / 민음사 18번째 리뷰] '카프카로 가는 길'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 카프카가 쓴 길지 않은 소설들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문구들의 연속이지만, 뜻밖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난해한 문구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싶어지는 묘한 기분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벌써 3일째 '카프카의 문학'을 읽고 있다. 하지만 딱히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꽤나 '자전적인 소설들'을 쓴 탓에 그의 고독한 일생만을 단편적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는 것뿐, 여러 날을 읽었는데도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것 같지도 않은데, 딱히 이렇다할 '무엇'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카프카의 소설들을 '난해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책에서 반복해서 읽은 소설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먼저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했다는 표현을 이 책에서는 '흉측한 해충'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골의사>를 비롯해서 카프카의 소설들을 연구할 때에는 '현미경 눈'으로 카프카가 소설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라는 점도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우선 '벌레 vs 흉측한 해충'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사실 '벌레'나 '흉측한 해충'이나 같은 말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넘어가자. 하지만 누군가 "너의 어깨에 '벌레'가 있다"와 "너의 어깨에 '흉측한 해충'이 있다"라는 말을 했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다. 물론 '벌레'가 대부분 흉측하고 징그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모든 벌레가 '해충'은 아니기에 징그러운 느낌은 들지언정 경악을 할 정도로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흉측한 해충'은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을 당할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소스라치게 놀랄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자기 '흉측한 해충'의 모습이 되었다는 표현은 <변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또한, 해충이란 표현에서 그레고르의 가족들이 받은 충격이 단순히 '경제적 위기'만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로 품을 수조차 없는 '구역질 나는 외모'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변신>에서 그토록 성실하고 사랑받던 그레고르 잠자가 하루 아침에 가족에게서마저도 철저히 '외면' 받게 된 것인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한편, <시골의사> 같은 한마디로 헷갈리는 소설을 마주한 독자에게 '현미경 눈'과 같은 문체로 써내려간 카프카라고 설명을 덧붙이니, 참으로 찰떡같이 이해가 되었다. 어느 평론가는 '카프카의 소설'을 읽을 때에는 너무나도 자세하고 선명한 문장표현인데도 '전체맥락'을 파악하려 들면 곧바로 어지럼증을 잃으키게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냔 말이다. 우리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전체를 조망하기에 '현미경'은 절대로 어울리는 도구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카프카의 소설들이 그렇다. <시골의사>만 보아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급히 마차를 타고 떠나야 하는 상황묘사가 아주 일품이다. 그런데 멋들어진 마차를 끌고 갈 '말'과 '마부'가 없는 상태다. 그렇게 의사는 오도가도 못할 상황에 처해 있는데, 몇 번의 '장면전환'이 이루어지자 '말'을 마차에 매어있고 '마부'도 출발준비를 마치고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떠나려는 참인데 홀로 집을 지켜야 하는 어린 하녀를 걱정하는 찰나에 마차는 출발을 하고, 온몸이 근육질인 마부는 출발하는 마차에서 뛰어내려 하녀가 문단속을 한 의사의 집안으로 뛰쳐들어가고 만다. 의사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어린 하녀가 당할 봉변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마차를 멈추어야 했지만, 마차는 어느새 환자가 머무는 집에 당도해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의사는 환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환자를 살펴보았지만, 환자는 치료가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에게 당신은 건강하다고 말하는 순간, 환자의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피를 흥건하게 쏫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렇게 의사는 환자치료에 전념하게 되는데...
이처럼 <시골의사>의 문장 하나하나는 매우 구체적이며 상황묘사가 선명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어지는 다음 문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는 전개를 펼쳐낸다. 없던 말을 등장시키고, 없던 상처가 느닷없이 나타나서 독자를 당혹시킨다. 마치 '현미경 눈'으로 세세한 것을 살펴보다 살짝 움직여진 샘플로 인해서 현미경의 렌즈는 전혀 다른 세상을 펼쳐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카프카의 문체는 선명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표현되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소설'을 자아내곤 한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어쩌면 카프카의 소설들은 '미완성'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이 죽거든 자신이 쓴 글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카프카의 유언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탓에 오늘날의 우리는 '카프카의 소설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 카프카가 그런 유언을 남긴 까닭이 바로 자신이 쓴 글들이 '미완성작'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직 '수정'과 '퇴고'를 거치지 않은 거칠고 미완의 소설들이었기에 세상에 발표되는 것을 꺼렸던 것은 아닐까? 사실의 진위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미완성작'이라는 말을 꽤나 설득력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카프카의 소설들'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가 펼쳐내는 색다른 걸작을 감상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의 작품들이 '미완'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눈썹이 사라져버린 '모나리자'도 우리는 최고로 아름답다며 감상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해석'을 즐기라고 말했다. 난해한 만큼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나 많은 '해석'들 가운데 무엇을 '정답'으로 꼽을지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답'이 없다면 '오답'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 틀릴 걱정은 염려 붙들어매고서 자신만의 '정답'을 즐기듯 풀어내면 그뿐이다. 그렇다고해서 '모든 답'이 옳은 답일 수도 없는 법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해석'을 하는 수고를 했다면, 한 가지 수고를 더해야만 한다. 바로 상대를 '설득'해서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럴 듯한 정도를 넘어 '논리성'을 갖추고, '추론'까지 가능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카프카에게로 가는 길'을 담담히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장담컨대,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매우 '용감'한 사람이 분명하며, 그렇게 장착한 '용기'로 다른 문학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실력(안목 혹은 눈썰미)'까지 갖추게 될 것이 틀림없다. 카프카의 문학을 이해하고 즐길 정도면 여러 문학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쌓게 될 테니 말이다.
#변신 - #프란츠카프카
7월 17일 277p. #민음사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13
한 줄의 문장 속에서 여러 가지 단상들이 파편이 되어 튀어 올랐다. 먼저 ‘잠자는’이라는 말을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고 (^^), ‘잠자’는 그레고르의 성이었고, ‘불안한’이라는 단어에서 그레고르는 왜 불안한 꿈을 꾸나에 의구심이 일었다. 불안한 꿈을 꿀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일까? 또 벌레에도 종류가 많은데 하필이면 왜 ‘해충’으로 그를 변신시킨건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일었다.
책이 고전이라 책서명만 검색란에 넣어봐도 여러 가지 정보들이 우후죽순 이어진다. 워낙 유명하고 또 유명한 것 뿐 아니라 ‘실존주의’와 맞닿아 카프카의 작품 중 경단편임에도 시사하는 바가 묵직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벌레가 된 가족’이라는 질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얼마 전 sns에서 짧은 영상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통화로 “내가 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거예요?”라고 질문하는 여성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판타지스러운 설정인 이 ‘벌레가 된’ 나의 모습과 또 변신을 한 아이, 또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내용은 그레고르라는 청년이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 있었고,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가 벌레로 변해버린 후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존재가치가 옅어지고,가족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들 속에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가를 떠올리게 한다. 외면되어지고, 무시되어져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실제적인 존재에서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존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피하기만 하던 어머니가 어느 날 완연한 벌레인 그레고르를 마주하고는 혼절하고 그런 모습을 맞닥뜨린 아버지가 분노하며 내던진 사과가 등껍질에 깊숙이 박혀 시작된 고통이 가족들의 철저한 외면과 고립속에서 서서히 죽음으로 치닫게 된다. 마지막 부분, 어떻게 저게 우리 오빠일 수 있냐라는 누이동생의 말에서 처음에는 음식을 챙겨주고 방을 치워주는 등 가족으로서 유일하게 오빠를 마주하고 보살피던 그녀가 왜 마음이 서서히 바뀌어갔는지 또 그가 외롭게 죽은 후 남은 가족들이 이후의 삶을 희망적으로 그리며 휴가를 떠나는 모습에서 현실의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이야기들을 읽어나갔다.
독서모임으로 읽은 책이라 편하게 읽었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거리를 만들며 짧은 분량의 소설을 읽었다. <변신> 자체는 대략 70페이지 정도로 짧은 내용이다. 하지만 짧은 내용 속 생각해보고 나눠야 할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무겁고 깊었다. 가족의 안녕을 책임지기 위해 자신의 기꺼이 희생하고 또 그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오히려 더욱 더 박차를 가했던 그의 삶이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하면서 과연 그는 그 삶에서 해방이 된건지, 저주를 받은건지 사실 모호하기도 했고, 벌레로 변한 자신을 자각하자마자 걱정한 건 이게 뭐야? 가 아니라 회사는 어떻게 가지? 였을 정도였던 그에게 가족의 부양은 어떤 의미였을지가 궁금했다.
또 벌레로 변한 그를 바라보며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는 가족들의 시선도 궁금했다. 기꺼이 마주하며 보살피는 누이, 차마 마주하지 못하는 어머니, 적대시하며 분노하는 아버지. 벌레로 변한 그는 계속해서 그들의 가족이었을까? 그냥 단순히 없애도 괜찮은 해충이었을까? 누이가 바이올린을 켤 때 아픈 몸을 이끌로 방 밖으로 나온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한 행동일까? 누이에게 마지막까지도 단말마의 고통을 안고 행한 책임감이었을까? 지저분해지는 그의 방이 대변해주듯 어느 순간부터(대략 2달정도의 시간) 멸시 당하고 외면 받게 되는 그레고르는 과연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아스라이 스러져가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건 다수의 혐오와 멸시, 무시와 폭력때문은 아닐까? 그레고르의 죽음은 과연 자살인가, 타살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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