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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6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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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1쪽 | 517g | 153*220*20mm |
ISBN13 | 9788995800317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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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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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층위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울증처럼 일상 속에서 때때로 정처없는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고, 온 인생을 관통하는 근원적인 상처로 인한 슬픔이 있을 수 있다. 박완서 작가의 '환각의 나비'를 읽으며 슬픔의 정체와 깊이를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썩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아교처럼 끈적이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슬픔'이 묘하게도 위안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기실 문단의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후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을 '여성작가'란 테두리 안에서 논의하고 재단했다. 예의 여성성의 발로, 처절한 연애담과 내면 속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연약한 글쓰기란 꼬리표를 붙이며 말이다. 나또한 다양한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일정 부분 괘를 달리하는 작가들, 가령 오정희, 신경숙, 은희경, 하성란, 김형경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이상하게도 박경리 선생과 박완서 선생의 경우는 달랐다. 왠지 모를 어려움. 노작가들이 풀어놓는 융숭한 문장의 실타래에 지레 겁먹고 멀리하기 일쑤였다. 5편의 중편이 실린 '환각의 나비'를 읽으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출발은 여성성과 모성이다. 끊임없이 희생 당하고, 배신 당하고, 단 한번도 주인된 삶을 살아본 적 없는 우리네 엄마들. 특히 소설집에 실린 주인공들은 전쟁과 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아온 여성들이고, 자식의 죽음(뱃속의 아이까지 포함)이란 엄청난 상흔을 간직한 인물들이다.
모성의 범주에서 자식의 상실 혹은 자식으로부터의 버림 받음은 곧 자신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위협받는 상황. 하여 단순히 여성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모순되고 붕괴된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오정희 선생이 40~50대 여성의 삶을 특유의 유머로 풀어낸다면, 박완서 선생의 글 속엔 도저한 슬픔의 강이 흘러넘친다. 읽으면 읽을수록, 명치 끝을 송곳으로 찌르듯, 삼켜지지 않는 슬픔과 분노를 억지로 참아내듯... 힘든 책읽기가 되어버린다.
국내 유수의 문학상 수상 선집인 이 소설집. '그 가을의 사흘 동안'에선 한국전쟁 이후 창녀촌에 산부인과를 차리고 소파수술을 도맡아했던 한 여의사. 쉰을 앞두고, 필생의 소원으로 아기를 제손으로 받는 것을 꿈꾸다 좌초된 상황을 그린다. 원치않는 성폭행의 상흔을 간직한 여의사. 채 피지 못하고 죽어간 수많은 태아들이 절규하듯 아우성치는 꽃밭의 풍경.
'엄마의 말뚝2', '꿈꾸는 인큐베이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환각의 나비' 등 다른 작품 속에서도 엄마가 등장하고, 상처가 드러난다. 주인공은 그 상처의 정체 앞에 정면으로 대면하며, 때론 정신줄을 놓고 쓰러지기도 하고, 뜬금없이 통곡을 하며, 실종된 엄마를 먼발치서 바라만 보기도 한다. 최근에 읽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의 시점으로 바라본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슬픔이 있다.
6월의 마지막을 함께 한 박완서 선생의 책. 이야기의 층위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지는 단단한 슬픔의 결이 내내 마음을 신산하게 한다. 그리고 가족의 복원이란 전반적인 주제를 논할 때, 그 중심엔 항상 '엄마'의 자리가 있음을, '엄마의 희생과 아픔'이 있었음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 '환각의 나비'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말이 마치 내게 말을 걸듯, 힘겹게 날갯짓하는 나비의 모습처럼 처연하게 다가온다.
몸집에 비해 큰 승복 때문에 그런지 어머니의 조그만 몸은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큰 나비처럼 보였다. 살아온 무게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린 그 가벼움, 그 자유로움 때문이었다. 여지껏 누가 어머니를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드린 적이 있었을까. - P258 '환각의 나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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