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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1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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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584g | 135*216*30mm |
ISBN13 | 9788956057866 |
ISBN10 | 8956057869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3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역사저널 그날 7권>과 함께 구매한 <역사e 5권>.
문득 책 주문을 하다가 그 책 아직 안 나왔나 하고 검색해서 구매하게 되는 책들이다.
정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역사테인먼트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책들과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지만, 신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국 보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한국사가 수능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역사에 대한 책을 자녀에게 사 줄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씁쓸한 현실이다.
이번 역사e 5권도 흥미로운 주제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역사 책을 봐도 모르는 것이 나오고 또 나온다. 다 잊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 조카야.. 니가 "다 잊어"를 너무 고모에게 많이 불러줘서 그런 거 아니니?
변화를 마주하다, 문화를 품다, 세상과 소통하다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각각 7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변화를 마주하다에서 만난 충격적 사실. 우장춘 박사의 태생에 관한 것이다.
부산에는 우장춘로라는 도로가 있고, 그 끝자락에 우장춘박사 기념관 같은 것도 있는 것으로 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다. “씨 없는 수박”을 소개한 것이 그만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것으로 잘 못 알려진 농과학자. 그냥 대단한 일을 하신 양반으로만 알았더랬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명성황후 살해사건을 도모한 한국인 중의 한 명, 우범선이었다. 우범선은 구한말 제도에 불만을 품고 명성황후 살해사건에 참여하게 되고, 바로 일본으로 피신을 했지만 국모의 원수를 갚으러 온 옛 동료에게 죽음을 맞는다.
한국에 이미 가정을 꾸렸던 우범선이었지만, 일본인 아내와 다시 살림을 차렸고, 그가 죽을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아내와 큰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 큰 아들이 우장춘 박사라는 것.
일본인에게는 조센징으로, 조선 동포에게는 역적의 아들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비참한 삶을 살았으며, 평생 아버지의 원죄를 짊어지고 한국과 일본 사이를 맴돌았던 비운의 천재였던 우장춘.
그는 그 원죄를 짊어지고도 해방 후 한국을 찾아 피폐해진 우리 나라의 농업 발전에 최선을 다했다. 그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나라에서도 그에게 훈장 내리는 것을 주저했지만 결국 그가 죽기 전 훈장을 수여했고, 그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인정해준 것이라 여기며 눈을 감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 글을 보여줬더니 정말이냐며, 늘 보던 길이고 이름이라서 그런 내용을 몰랐다면서 놀라워했다. 시간을 내서 한 번 기념관을 찾아가봐야 할 것 같다.
“문화를 품다”에서는 한국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TV 드라마로 방영 중인 “도깨비”에는 너무 멋진 외모의 현대화(!)된 도깨비가 나오는데 그 얘기는 아니고, 일본화 된 도깨비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글이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무섭고 뿔이 난 도깨비의 원형은 일본의 도깨비일 확률이 크다고 한다. 우리들의 이야기에 나타난 도깨비는 친근하고 무섭지 않다고.
칼 구스타프 융은 “집단으로 전승되는 신화와 전설, 민담을 옛 조상들이 경험했던 의식들이 쌓인,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 녹아든 지혜의 보고”라고 했단다. 따라서 한국인의 도깨비에 대한 인식변화는 단순히 겉모습을 바로잡는 과정이 아닌, 민족 고유의 문화원형을 복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일본의 잔재가 뿌리깊은 곳은 이처럼 도처에 널려있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2015년 4월, 1960년대 전 세계 교구가 상세히 표시된 세계 중요문화재인 요한 23세 교황 지구본을 복원한다고 바티칸이 발표했다. 그 복원에 사용될 재료는 유럽 복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재료이자 오랜 세월이 지나도 수명을 잃지 않는 종이 바로 한지였다.
사실 우리는 한지와 일본의 화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비슷한 종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복원에 사용했던 화지보다 더 우수한 종이가 한지라고 한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 잿물로 삶고 두드리고 섬유를 건져 올려 짜고 말리고 다듬고 다리는 99번의 제작 과정을 거쳐 질긴 내구성, 보온과 통풍이 우수하며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 보관성이 뛰어난 종이 한지.
그 맥이 끊어지게 된 것은 역시 일제 하의 일이었고, 화지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기세등등할 때, 우리 한지는 아직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주목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계승자를 찾기 어렵다는 다큐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가장 분개했던 것은 1957년 우리말 큰사전의 발행에 관한 이야기였다.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우리말 큰 사전의 발행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말미암아 회원과 관련 학자 16명 기소처분, 12명 기소유예,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2명이 옥중 사망하는 바람에 와해되고 말았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풀려난 그들은 작업하던 원고가 사라져 망연자실해했다고. 그때 경성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압수되었던 작업 원고가 거기서 발견되었다고 했던 것.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다시 중단되었고,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은 한글 간소화를 강요하는 국무총리 훈령을 공포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너무 화가 났다. 지금 역사 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정부에서 정책적 개입을 하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집필 자체도 자신들이 하든가. 2년에 걸친 공방 끝에 국민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고, 드디어 1957년 사전이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사전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우리말의 근간이 되는 사전작업이 중단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최초의 한글사전이 나오기까지도 이렇게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니 신념 하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어찌 그 사전들이 발간될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사할 일이다.
“세상과 소통하다”에서는 다시 세종시대로 넘어가 악기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그림에서나 봤던 편경. 그냥 기역자 모양의 돌이 주렁주렁 달려 있던 그 악기 편경이 모든 아악의 표준음이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 편경의 재료를 구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우리나라만의 음악을 수립한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세종은 그 바쁜 와중에 언제 또 음악까지 손을 뻗쳤을까 생각해보면, 타고난 금수저였지만 누구보다 열일한 왕이 아니었나 싶다. 겨우 2009년에야 편경 복원에 성공했는데, 아악을 연주했던 유교 전통을 가진 동아시아 국가 중 편경 복원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고 하니 자랑스러워해도 좋겠다.
책을 다 읽고 에필로그로 접어들어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역사저널 그날 7권>에서 격쟁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뿌듯해했는데, 그 격쟁이라는 것의 후폭풍이 대단했다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격쟁을 한 백성은 “임금의 행차에 뛰어들어 소란을 피운 죄로 백성들의 소원 수리는 임금에게 고할 내용을 문서로 적어 바친 후 형조에서 형장을 맞은 뒤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임금에게 할 말이 있어 격쟁을 한 것인데 소란죄라니. 정말 불쌍한 백성들이 아닌가.
그나마 정조 재위 시절 1300여건의 격쟁이 있었지만 격쟁을 한 뒤 큰 벌을 받거나 고을에서 쫓겨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지배층의 압력으로 인해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 백성들의 격쟁은 점차 위축되었다고 하니 민주주의 길은 멀고도 험한 일이었다.
이처럼 역사는 한쪽만 봐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기득권의 입장에서 기록된 역사는 다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약자의 입장에서 돌려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역사가 더욱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다. 늘 고마운 책, <역사 e 5: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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