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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1997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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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0쪽 | 153*224*35mm |
ISBN13 | 9788935601967 |
ISBN10 | 89356019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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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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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주주의 2/알렉시스 드 토크빌/임효선, 박지동/한길사/1997
알렉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2권입니다. 1권을 쓰고 나서 5년 쯤 뒤에 발간된 이 책은 민주주의가 미국의 지식인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 미국인들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 풍습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적 사상과 감정이 정치사회에 미치는 영향 총 4부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각 개인이 모두 평등한 사람들로서 각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부를 축적하고 누리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당연히 초창기에는 아무런 사회적 기반이 없는 땅에서 시작한 만큼 모두들 일을 해야 했고 따라서 고상한 학문이나 예술에 심취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만큼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유럽의 귀족들처럼 개인의 독특한 취향에 따라 학문에 깊이 심취하거나 뛰어나 예술가를 후원하거나 하는 일은 할 수 없겠죠. 또 종교 역시 정치와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개인의 영적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으로 역할이 제한되어 과거처럼 어마무시한 예술의 보고와 같은 교회를 짓는 일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도 해외에 나가서 유적지 탐방을 즐겨하지만 볼 때마다 분명 노예상태에 가까운 사람들을 강제 동원했을 테고 이제는 이런 것을 다시 짓거나 하진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약간은 아쉬워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지금 봐도 미국의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이 대중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면이 강하고 키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저자가 이 글을 쓴지는 200년가까이 지났지만 역사와 전통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이 무시될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 아, 물론 저자가 인정하듯이 모든 미국인의 예술과 철학이 그런건 아니지만요.
민주주의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평등의 개념으로 인해 개인은 어떤 위대한 한 사람이라기 보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고만고만한 한 사람이 되는데 이러한 점이 바로 개인주의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오히려 별 대수롭지 않은 개인이 되어 대중의 힘, 사회의 힘이 더 강화되어 소수의 의견이 쉽게 무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계급이나 지위로 인해 보장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데 있어서 부에 촛점이 맞춰지게 되며 모든 활력과 변화에 여기에 집중되어 오히려 지루하고 피로해지기 쉽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원대한 이상을 꿈꾸는 미국인이 없다고 하고 있으나 2부의 말미에 공업인의 대두를 지적하면서 현재 미국인 대부분이 부를 쫓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상업이 아니라 공업인들이 귀족체계에 가까운 집단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언하여 록펠러와 카네기를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미국 여성관이나 명예론 등도 언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평화를 바라지만 그 군대는 전쟁을 바란다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의 평등이 강조되면서 사회와 국가의 힘이 더 강하게 나타나 사회적 여건이 어려워지면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이 질 수 있다라는 말이나 귀족은 별 이득 없이 단순히 명예와 봉사를 위해서 군인이 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의 개인은 개인의 사회적 영달을 위해서 군인이 되므로 강력한 권력을 바라는 군인들이 모인 군대라는 조직은 전쟁이나 내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에는 현대 한국사회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
4부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이러한 평등에의 매몰로 인해 오히려 권력 집중 양상을 띠게 될 것이므로 권력 분립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하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여 권력에 종속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등에 대한 저자의 믿음은 확고하여 귀족사회의 우아함과 세련됨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평등한 상태는 아마 고상하지는 못하겠지만 보다 정의로운 것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저자의 마지막 결론은 자못 감동적이기 까지 했는데요, 토크빌은 확실히 마지막 문장을 잘 쓰는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는 인간의 조건의 평등화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평등의 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노예상태와 자유, 지혜와 야만, 번영과 고통 중에서 어느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아마 민주주의의 예언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고상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거 같긴 하네요. 아직 이른 감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토크빌의 예언이 틀릴 수 있도록 우리 민주주의가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권과는 다른 양식으로 2권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비교적 평이한 번역으로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분의 역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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