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웃분께서 김두식의 '색,계' 출간에 대한 기대글을 정기적으로 포스팅했던 지라 '색, 계'로 표현되었던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서점에서 진열되자마자 집어들었다. 김두식, 김두식 하길래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는 같은데....도통 누군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궁금함을 마무리짓고는 했는데(궁금해하면서도 찾아보지는 않는 이 귀차니즘...ㅋㅋㅋ) '불편해도 괜찮아'의 저자인 것이라. 세상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객관적이려고 노력(내가 보기에)하면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 책을 보면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런? 책도 재미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능력있는 저자란 생각을 책을 읽을 당시에 했었다. 그런데 욕망해도 괜찮아의 저자가 불편해도 괜찮아의 저자와 동일인물이라니. 나도 모르게 저자가 밝히는 '듣보잡'의 굴욕을 안기는 독자가 되고 말았다. ㅎㅎㅎ
어떤 메시지나 교훈을 주는 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그런 책과는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교수' 것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저자지만 어떤 처세나 교훈을 이야기(이런 책은 넘쳐나니까)하는 대신 우리 속에 감춰진 혹은 꼭꼭 숨겨온 욕망을 발견하면 참 속 편하다. 라는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특별히 이 말은 꼭 머릿 속에 넣어둬야지 라던가 아이폰의 메모장을 열어 명언에 가까운 저자의 말을 기록해 놓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욕망 그리고 저자가 관찰한 대중들의 욕망을 읽으면서 나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발칙한 밥벌이 전문가 황진규님의 포스팅을 읽으며 '내 숨겨진 욕망'에 대한 껍질을 하나 벗겨냈는데 그렇게 까다?보니 내 욕망을 직시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나뿐만이 아닐 최고 지식인 층인 '교수' 역시 자의적이건, 타의적이건 억눌린? 욕망에서 자유롭기는 힘들구나 공감하게 되었다.
저에게는 글을 써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뿌리깊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욕망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욕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두 욕망은 서로를 미워하며 같은 방을 써 왔습니다.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욕망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것인데,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묵시적 계율 때문에 우리 욕망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뒤틀어졌습니다.
=> 난 통쾌한 책이 좋다. 내가 말하는 통쾌함이란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게 마련인데 그 이중성을 아무렇지 않게 대면하는 사람에겐 통쾌함이 있다. 예를 들어 김어준이 가장 대표적인데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볼 만한 통찰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야생?과 같은 자신의 본능적 기질을 함께 가지고 있다. 아마 그와 같이 있으면 주변이 도시가 아니라 밀림 속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처럼 김두식 저자의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었을 때는 오호...이 분 꽤 괜찮은 것 같다. 라는 생각을 가졌더랬다. 그래서 트위터도 팔로우하고 그 분이 형의 칼럼에 대한 소신을 밝혔을 때 리트윗을 날리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고 나서는 돈이 많건, 적건,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진보건, 보수건 사람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세심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에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라는 느낌을 저자에게 받게 하는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게 통쾌했다. 그것이 자신의 욕망으로 보여주지 못했던 혹은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본능'에 가까운 모습이리라. 자신의 본능을 마주한 사람에게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김선주 선생은 남녀간의 호의와 그 표현은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 모두를 도둑놈 취급해서도 안 되고 어정쩡하게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남녀가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남녀 모두가 알아야 할 지혜겠지요.
=> 참 조심해야 할 부분이긴 한데, 모든 일은 완연한 강제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쌍방 원인제공에 근거한다는 것. 나도 동감이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20대라면 공감하지 못했을 거다. 나이가 많건, 적건, 결혼을 했건, 안했건, 동성이건, 이성이건 그것이 '남,녀'일 때 남자가 여성에게 보이는 호의가 비율적으로 더 많은 것일 뿐, '사랑'은 '사람에 대한 호감'을 전제하에 싹 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호감을 가진 그 사람이 동성이건 이성이건, 결혼을 했건 안했건, 나이가 많건 적건 '사랑'을 마음으로만 할지, 아니면 몸으로 할지, 아니면 몸과 마음으로 다 할지 여부는 어른으로써 치러야 할 '책임의 대가'에 상응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 책임의 대가를 전제하에 행동해야 '어른'인 거고.
원래는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고 누린 다음에야 어른이 되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만이 '훌륭한 어른'이 됩니다. 그저 '어른 행세'하는 법만 배운 소년들이 '훌륭한 어른' 타이틀을 거머쥐는 셈이죠. 인간이 평생 써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볼 때, 지랄이라는 실탄을 거의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겉은 멀쩡한 어름인데 마음 깊은 곳 감성의 어느 한 구석은 텅 빈 소년들입니다. 갈 곳을 잃은 '색'은 마음 한구서거의 더 어두운 공간으로 숨어들어갑니다. 잠복한 것일 뿐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 다른 말 다 필요없다. 본인이 어른인지 아닌지 여부를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어른으로써 첫 발을 내딛는 물음이다. 몸만 컸다고 어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물론 나도 가끔 어른과 아이를 오가지만) 이런 물음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디를 가나 청중과 독자의 반응은 10퍼센트의 과도한 호감, 10퍼센트의 과도한 비난, 그리고 80퍼센트의 무덤덤함이었습니다.
=>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포장'하는 것을 많이 꺼려하는 그러면서도 자랑은 수시로 하는 저자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과장'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포장'은 필요하다.' 대체 과장과 포장의 기준이 어디란 말인가? 난 옳은 말이네 끄덕이면서도 어디까지를 과장이고 어디까지를 포장이라 여겨야 하는 거지?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1인기업을 하면서 주변에 퍼스널 브랜드 또는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포장'이란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포장'이란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은 무관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장기전으로 돌입해서 뭔가 자기만의 핵폭탄(책이나 전시회 또는 누군가에 의한 스포트 라이트 등)을 만들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이 균형점을 찾는 것도 욕망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를 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포장은 곧 마케팅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대놓고 마케팅을 하기도, 그렇다고 혼자 고립되기도 뭐한 나같은 1인기업은 여전히 그 욕망의 언저리에서 꾸물댈 뿐이다. 아참, 딴 얘기 하느라 빨간색 글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못했네. 왜 저 말이 솔직하냐면, 10퍼센트의 호감, 10퍼센트의 비난, 80퍼센트의 무덤덤함. ㅋㅋㅋ 나도 스타일코칭하면서 생각해보니 의뢰인들의 10퍼센트는 호감, 10퍼센트는 비난(까지는 아니어도 비판), 그리고 80퍼센트가 무덤덤한(말은 좋다고 하는데)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강의가 업인 '교수'도 저런데 약간 안도감이 든 것은 사실이다.
세상에는 분명히 나랑 안 맞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 이 전의 책들은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대하고 나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잘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요즘 책들은 그렇지 않다. 너랑 맞지 않으면 안 만나도 되며, 고객은 왕이 아니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며 마치 누군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내 잘못'인 것처럼 여겼던 이전과는 달리 '그냥 나랑 안 맞았을 뿐이야'하며 새로운 대안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와 맞지 않는 이유를 꼼꼼이 따져봐야겠지만 맞지 않을 경우 '안 만나도 되는 힘있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니 '관계'에서만큼은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 갇혀 억눌리지 말고 자유로워지자. 대놓고 말해도 좋고. I don't like you.
그런데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한순간의 결단이나 기교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는 근본적으로 '혼자서는 용기'와 연결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
독립된 개인으로 서는 게 중요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부모님이 당장은 서운해 하시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런 독립된 자세가 옳습니다. 그런 독립은 빠를수록 좋고, 부모님의 섭섭함도 빨리 지나갈수록 서로에게 좋습니다.
=> 자기다움 모임에서 항상 하는 말은 '혼자 노는 사람이 같이도 잘 논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정말 그렇다고 봄. 혼자 놀 줄 모르는 사람은 같이 놀아도 잘 못놀지 않나? (그렇다고 내가 잘 논다는 말은 아님. ㅡㅡㅋㅋ) 뭐 어쨌든 우리는 결론적으로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여있지만 가족들 역시 피로 묶여 진한 '애(愛)'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도 내가 나를 독립적으로 사랑해야 가능한 것이므로 여러모로 홀로 설 수 있는 독립의지는 참으로 중요하다.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저자의 말처럼 내가 나로써 굳건하지 않으면 관계의 '대등'성에서 한 쪽으로 기울어 불편해지고 삐그덕거리게 마련이다. 타인과 내가 대등한 것처럼 이 관계에서 '대등'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자립'하지 못한 사람일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수록 나에게 집중해야 할 것이다.
처음엔 리뷰를 써야지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방대한 리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본인도 놀라는 중이다. 내가 욕망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내 욕망에 대한 한 가지를 까보자면, 나 역시 내 일을 하면서 '돈을 대놓고 밝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돈은 중요하지 않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고 돈에 초연한 척 했었다. 그런데 저자가
'몸이란 게 참 이상해서 홀대하면 할수록 무의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그럴 수록 나는 돈을 갈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와중에 '드러내고 나를 알리는' 것에 대해 불편한 욕망을 발견했다. 돈은 벌고 싶은데 돈을 밝히는 사람이란 느낌은 주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면 나를 '은근'히 드러내고 돈 역시 '은근'히 벌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이다. 몇일 전 내가 '예전에 쓴 글을 보고 감동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고 실제로 그 때랑 비교해서 지금이 더 나아져야 하는데 더 퇴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욕망에 대한 솔직함'의 차이였던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그 때는 내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려니 그 반대급부로 보여질 '본능적 이미지(숨기고 싶어하는)'가 '이상향의 이미지(드러내고 싶어하는)'에서 벗어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내 욕망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니 행동은 자꾸 움츠러들었고 결과적으로 제 자리에 서 있는 꼴이 많았다. 최근에 발견한 최초의 욕망이자 내 안에 숨겨진 가장 강한 욕망은 '돈'이었던 것이다. 욕망에 대한 껍질까기의 시초는 이웃블로거이자 '당당한 신입사원의 7가지 습관'의 저자 '황진규'님(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ㅋㅋㅋ)의 돈에 대한 포스팅이었지만 그 알맹이는 '욕망해도 괜찮아'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아마 저자가 본인도 욕망에 대해 매일 고뇌하고 있다는 책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내 욕망에 대해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최고 지식인층이라고 하는 명색이 '교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저렇게 '권력의지'없이 까발리고 있는데 나같은 1인기업(물론 나도 유명해지고픈 욕망이 있다.)이 뭐라고 나에겐 욕망같은 건 없어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김두식이라는 이름이 기억이 안나 저자에 대해 본의 아니게 '듣보잡'의 굴욕을 선사(나만 아는. ㅋㅋ)했지만 난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 권력의지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혹은 자신의 본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페르소나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사람이 아무리 '권력의지'가 없다고 해도 '교수'라는 직함을 달면 그 직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다반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을 한권의 책으로 풀어낸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이젠 나에게만은 더 이상 '듣보잡'이 아닌 김두식 교수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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