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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5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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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46.0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29.8만자, 약 9.6만 단어, A4 약 18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5628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1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공포 장르엔 잘 깨지지 않는 법칙이 하나 있다.
사회가 보수화가 되면 될수록 공포물은 발달한다는 것. 이건 당신들이 잘 아는 대표적인 공포물들이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보수주의가 횡행할 무렵인 80년대에 주로 나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할로윈' 같은 것들 말이다. 다른 생각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극단의 보수화는 파시즘이라 할 만하다. 그러한 파시즘은 주로 공포를 먹고 산다. 빌헬름 라이히의 말을 따른다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를 자기보다 더 큰 것에 기대어 없애고자 하는 심리가 결국엔 파시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휘발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공포물은 그러한 대중 심리를 아주 정확하게 반영하는 장르다. 냉전 시대에 있던 50년대의 미국의 헐리우드는 주로 방사능으로 인한 괴물이나 외계인들이 침공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거기엔 미국에게 있어선 완전히 다른 쪽에 있는 타자와 다름 없는 소련이 언제든 미국에게 핵폭탄을 쏠 수 있다는 공포를 반영하고 있었다. 80년대 또한 다르지 않아서, 신보수주의의 첨병인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상대로 인공위성에서 소련이 쏘아올린 핵폭탄을 레이저로 무력화시키는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90년대는?
90년대는 지형이 바뀌었다. 소련의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80년대 이후 한껏 진전된 미국의 보수주의는 새로운 주적이 필요했고 그건 전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아랍권이 되었다. 90년대는 그렇게 미국이 이라크에서 일으킨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시작되었다. 그 시기,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은 것은 밤의 이라크 영토를 향해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미사일의 불꽃으로 가득한 TV 화면이었다.
걸프전과 그 반향인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90년대에 만개했다. 80년대의 풍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남겨 놓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불황 또한 좋은 거름이 되어 주었다. 다시 한 번 공포물이 활개를 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스티븐 킹이 90년대에 많은 작품을 쏟아내었던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크 하프', '돌로레스 클레이븐', 최근 넷플릭스에서 만든 바 있었던 '제럴드의 게임'을 비롯 '그린 마일'이 나왔던 90년대는 스티븐 킹의 또 하나의 전성기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나온 단편집, '악몽과 몽상'은 93년에 발표된 책으로 그 전성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를 열어젖혔던, 개인적으로 최고의 단편집이라 생각하는 '자정 4분 뒤'에 바로 이어지는 이 단편집은 여전히 공포를 창조하는 그의 훌륭한 상상력과 그걸 아주 실감나게 만드는 뛰어난 묘사로 한껏 무장하고 있어 전성기 때의 그의 필력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모두 2권으로 나왔고 각각 600여 페이지로 두툼한 분량을 자랑한다. 1권엔 모두 12편의 소설이 담겨 있는데, 읽다보면 분량은 거의 문제가 안 되며 벌써 끝났다는 아쉬움에 얼른 2권을 잡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제 변죽은 그만 울리고 과연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소개하도록 하자.
시작을 여는 건, '돌런의 캐딜락'이란 제목의, 1권에서 가장 긴 길이의 단편이다.
조직 두목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차량에 폭탄을 설치하여 아내를 살해한 것에 대해 9년이란 시간 동안 엄청난 인내와 노력으로 가장 완벽하고 철저하게 복수하는 남편이 주인공이다. 그는 정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으로 복수를 감행하는데, 소설은 주인공이 그걸 준비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이 탈옥하기 위해 거쳤던 일련의 과정들을 얼른 떠올리게 하며 닥친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위해 끝까지 매진하는 광경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또한 연상된다. 아니, 정말로 그렇게 부를 수 있을 듯하다. '돌런의 캐딜락'은 '복수판 노인과 바다'라고.
두번 째, '난장판의 끝'은 역사상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천재로 태어난 동생이, 마치 90년대 초반의 시대 분위기를 암시하듯, 온갖 분쟁으로 넘쳐나는 세계를 근심하다 드디어 그 모든 분쟁을 종식할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과 그 결과를 형이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다. 그 방법이 어떤 것인지는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다. 갈수록 변화하는 형의 문체에선 대니얼 키스의 '앨저넌에게 꽃을'에 대한 오마쥬가 엿보이기도 한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설정도 스티븐 킹의 필력을 만나면 얼마나 흥미로운 서사가 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단편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의 세번 째 단편, '어린 아이들을 허락하다'는 실제 교사로 일했던 그의 경험이 녹아난 것으로 학생들에게 독재자로 군림하는 노처녀 여교사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에게서 맞닥뜨리게 되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다루고 있다. 예전에 유명했던 드라마 '엑스 파일'에 어느 회사의 직원이 갑자기 회사 동료들이 인간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으로 바뀌었다고 인질극을 벌이는 '프로메테우스'란 에피소드가 있는데 내게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에피소드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을 허락하다'에서, 설정만 살짝 바뀌었을 뿐 거의 베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하고 끝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도록 끌어가는 서사의 힘도 정말 좋다. 1권의 꽤 좋은 단편 중 하나.
네번 째는 1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단편이었던 '나이트 플라이어'이다.
제목 때문에 조지 R.R 마틴의 동명 작품과 혼동할 수 있다. 마틴의 것은 우주 항해 도중 인류의 지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외계 문명의 산물을 만나게 되는 SF 물이지만(이 작품 정말 좋다. 나도 이걸 처음 읽었을 때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다분한 작품이라 생각했었는데 최근 정말 그렇게 되었다.) 이건 흡혈귀가 나오는 공포물이다. 이 단편을 기대했던 것은 예전에 이 단편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아주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흔한 흡혈귀 물을 전혀 그렇지 않게 만드는 설정이 정말 독특했다. 흡혈귀가 세스나 개인 비행기를 타고 미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작은 비행장의 사람들을 습격한다니. 이건 정말 미국인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설정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그런 흡혈귀가 있다는 것을 유일하게 알아차린 황색 보도 전문 기자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주로 그의 추적을 담는데 마지막 장면이 대단하다. 공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으니 꼭 확인해 보실 것. 그리고 입 밖에 내기가 좀 저어되는, 진짜 스티븐 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그의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장면도 있다. 읽으면 아실 것이다. 그리고 무릎을 탁 치실 것이다. '이게 스티븐 킹이지!' 하면서...
97년에 나온 영화의 포스터.
또 다시 짧은 분량의 다섯 번째, '팝시'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단편이다.
이건 어쩌면 앞의 단편들이 굉장했기에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다. 어쨌든 예측한 대로 되어서 조금 실망한 작품이다.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잘 정리 안 되어 다시 읽어야 했던 '익숙해질 거야'는 93년 로커스상 최고의 단편 소설상 후보작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두번이나 읽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처음 읽었을 땐 이게 왜 그만한 영예를 얻었는지 얼른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에 의해 자주 능욕을 당하는 가상의 마을, '캐슬록'이 등장한다. 캐슬록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마을이 주 무대가 되는 'NEEDFUL THINGS'도 다시 한 번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 꽤 재밌게 읽어서 다시 한 번 읽고 싶은데, 절판된 뒤로 오래도록 재간되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
아무튼 '익숙해질 거야'는 캐슬록에서 오래도록 산 노인들이 불행한 역사가 참 많이 집적된 조 뉴올이 만든 집에 대한 기억들을 주고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두번 읽다 보니 눈에 들어왔는데, 그 집이 혹시 캐슬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점과 불가사의하며 비극적인 사건들이 자주 일어났다는 점에서 캐슬록과 유사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을 사람들 눈에 정신나간 것으로 보이는 조 뉴올의 행각 또한 '이런 정신 나간 소설을 누가 쓰는 거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스티븐 킹'과 많이 겹쳐보인다. 각설하고, 이 단편은 이토록 내 이해가 따라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점철된 삶에서 그나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슬쩍 묻는 작품이다.
'움직이는 틀니'는 정말 기괴한 틀니가 나오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를 다시 한 번 맹렬하게 깨닫게 되는, 주로 바코드를 찍는 기계를 미국 전역에 팔러 다니는 외판원 빌 호건이다. 그는 그리 좋지 않은 예감을 주는 한 아이를 태우는데, 아이가 자기 이름으로 '헤븐'으로 유명한 가수인 브라이언 아담스'란 가명을 쓰자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예전에 한 소녀를 히치하이킹 해주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듯, 그 예감은 적중했고 그는 진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다. 이 전개와 틀니가 어떻게 연결되는 지는 직접 확인하실 것. 읽는 동안 '정말 이런 이야기는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을 거야!'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웃기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이 섬뜩한 그런 소설이다.
'헌사'는 주인공이 오랫동안 호텔에서 청소 일을 했던 흑인 여성 마서가 오래도록 바라마지 않았던 일 - 자신의 유일한 아들이 첫 장편 소설을 출간하는 것 - 이 드디어 이뤄진 데서 시작한다. 그녀는 친구 다시를 찾아가 기쁜 마음으로 그 일을 전하면서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아들과 관련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아이의 진짜 아빠와 그것에 얽힌 미스터리한 일에 대해서. 공포 보다 애로틱한 면이 좀 더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개인적으론.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 비주류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스티븐 킹답게 인종 문제와 여성 문제를 이 하나의 단편에서 모조리 담아낸다. 심심하지만 그런 것을 호러적인 소재와 잘 버무리고 있으므로 괜찮다고 평가하게 되는 단편이다.
'움직이는 손가락'에서도 정말 홀로 움직이는 손가락이 등장한다.
공인회계사 하워드 미틀라는 어느 날 우연히 세면대 배수구 위로 쑥 올라온 사람의 손가락 하나를 보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퀴스쇼인 '제퍼디'에 나오는 모든 퀴즈의 답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하워드는 이 일로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그 손가락의 등장으로 인해 세상이 돌연 불가사의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할수록 비례하여 손가락은 길어진다. 몇 미터에 이를 정도로. 그 혼란과 이로부터 가중되는 불안을 견딜 수 없었던 하워드는 앞서 오컴의 윌리엄이 했던 걸 그대로 하고자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단편 '변신'을 스티븐 킹 스타일로 쓰면 이렇지 않을까 여기게 되는 단편이다. 오컴의 면도날을 재치있게 사용한 것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제목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유명한 추리 소설 제목과 같은데, 거기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이어지는 '운동화'는 '움직이는 손가락'과 연장선 상에 있다.
여기의 주인공 텔 또한 하워드 못지 않게 기존의 자신과 세계의 모습을 완전히 다르게 되돌아 봐야 하는 순간을 접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하는 타보리 스튜디오 3층 화장실 첫번째 칸 문 밑으로 운동화를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운동화는 그가 당시 최고 음반 프로듀서인 폴 제닝스를 만나 같이 일할 때마다 마치 '나 잊은 거 아니야?' 하듯이 같은 장소에서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런 우연의 겹침에 어이 없어 하던 텔의 눈에 운동화의 끈 하나가 계속 빠져 있다는 게 들어오며 혹시 저 운동화의 주인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을 가지게 된다. 그는 애써 운동화의 존재를 잊으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것은 점점 더 강한 인력으로 텔의 일상을 빨아들이게 된다.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존은 첫번째 칸 문 앞에 서서 운동화에게 말을 건다. 이번에도 스티븐 킹은 타자의 출현으로 인해 기존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이 단편은 '움직이는 손가락' 보다 먼저로 88년에 발표되었는데, 그 때가 보수화가 심화된 시기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당시 미국 사회에 보내는 충고라 할 만하다.(90년에 발표된 '움직이는 손가락'도 마찬가지고.)
'운동화'도 로큰롤 팬인 스티븐 킹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뒤이은 '밴드가 엄청 많더군'은 더욱 그렇다.
제니스 조플린, 오티스 레딩, 로이 오빈슨, 버디 홀리와 같은 예전 로큰롤 스타들이 주루룩 등장하는데, 로큰롤 혹은 록 팬이라면 나처럼 아주 즐겁게 읽지 않을까 한다. 미국에서 오래도록 존재했던 제임스 딘이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진짜 죽은 게 아니라 사고사로 위장했을 뿐 실은 어딘가에 잘 살고 있다는 도시 괴담 비슷하게 이 단편은 이런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죽은 그들이 미국의 어딘가에서 실제로 모여 살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들의 음반을 꽤 많이 보유한 나 또한 당장 거기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거긴 스티븐 킹이 창조한 장소라는 것을. 아내는 극구 말렸지만 남편의 고집으로 '로큰롤 헤븐'에 잘못 들어간 부부가 당하는 곤경이 여기서 펼쳐진다. 대체적으로 과거 로큰롤에 대한 향수가 넘쳐나지만 이러한 과거 회귀에 대해 날선 경고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과거를 미화하고 그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게 또 보수가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던가? '밴드가 엄청 많더군'은 거기에 대한 비판으로도 얼마든지 읽힐 수 있다.
마지막 '가정 분만'은 지구 밖에 갑자기 출현한 '스타 웜우드'로 인해,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간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그건 분명 임산부일 것이다. 주인공 매디 페이스가 바로 그렇다. 그는 지구가 종말로 향해 가는 가운데 분만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런 그녀의 앞에 얼마 전 죽은 남편이 나타난다. 과연 그녀는 무사히 분만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소설의 지구 종말 상황이 90년대 초반의 걸프 전쟁에대한 비유로 읽힐 수 있다면 메이 페이스의 분만은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암시한다고 봐도 그리 틀리진 않을 것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모성은 타자라는 것을 생각할 때(이는 죽은 남편이 다시 나타나 공격한다는 설정 속에서 선명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타자에 대한 열림이 갈등과 분쟁 속에서 종말로 치닫는 위험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나타내는 단편이 아닐까 한다.
이것으로 1권에 나오는 단편들을 모두 소개해 보았다. 이제 총평하자면, 호러에 있어서나 재미에 있어서나 그리 실망할 것이 없는 좋은 단편집이라고 하겠다. 스티븐 킹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이 단편집을 기존 킹의 팬은 물론이고 좋은 장르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도 기꺼이 추천한다. 재미를 넘어 당대 사회에 보내는 메세지까지 유기적으로 잘 담겨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공포물이 사회 비판을 위한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단편집을 통해 확인하지 않을까 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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