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가 넘는 옛 만주 땅, 중국 동북 3성을 누비면서 CJ 그룹 식품 법인의 영업 최일선에서 근무했던 황경호 군이 이번에 『네 지붕 한 가족』이라는 역사 소설을 내게 되었다는 데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10여 년 전 작가의 우직함과 성실함을 믿고 식품 법인의 중요 거점인 동북 3성 시장을 맡겼는데, 작가는 제 기대 이상으로 전원 중국 현지인으로 구성된 법인을 잘 관리하였고, 직접 승합차에 제품 샘플을 싣고 한반도보다 더 넓은 동북 3성의 곳곳을 누비면서 발로 뛰는 영업을 통해 당사의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 하였습니다. 그렇게 작가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키운 중국인 직원들이 지금 중국 CJ 식품 법인의 핵심 인재가 되었으니 이 자리를 빌려 작가 황경호 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작가와 관련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아마 동북 3성에서 작가의 주도로 진행되었던 ‘가짜 제품 소탕’ 사건일겁니다. CJ의 우수한 제품을 모방한 짝퉁 제품이 나오자 작가 특유의 뚝심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이 발동하게 되었고 끈질긴 추격 끝에 가짜 제품 제조책과 판매책을 일망타진했었지요. 중국 정부 기관과 협업하여 이뤄낸 성과로서 당시 중국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들 위험하다고 했지만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작가의 투철한 직업관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옛 만주 땅에서 일하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예사로 보지 않고, 우리 자손 세대가 잘 알지 못하는 동북아시아 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잘 풀어낸 작가 황경호 군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작가가 기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평화로운 새 시대를 기원해 봅니다.
- 박근태 (CJ그룹 중국 본사 대표/ CJ 대한통운 대표이사)
1932년, 경상도 사천 땅의 바닷가 끝 마을 안도부락. 꽃 피는 봄이면 동네 뒷산에서 진달래며 어린 쑥을 뜯어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며 고양이 이마만 한 땅뙈기에서 소작도 짓는 그 아이의 가족, 어민이자 소작농 집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땅을 침략한 일본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입니다. 아이는 일본 학생의 모함을 받아 다니던 소학교에서 쫓겨나고, 만주 봉천의 포목상에서 일하는 외삼촌을 따라 만주행 열차를 탑니다.
같은 해. ‘홍경래의 난’으로 널리 알려진 평안도 정주 땅에서 소작농이 있었습니다. 치솟는 소작료에 울분을 참지 못한 채 마름을 죽이고 대대로 노비 생활을 하던 고향마을을 새벽 찬 바람 맞으며 만주로 향한 가족이 있습니다.
이렇게 이역 땅 만주 봉천에서 만난 가족들, 그러나 그 땅은 일제가 수립한 괴뢰정부 만주국의 중심이었습니다. 일제에 맞서 싸우는 항일운동의 중심이자, 중국 대륙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조선이 받아들인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싸우고 화해하며 세월을 따라갔습니다. 아니, 세상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오늘이 되었습니다. 조선 땅에서 만주로, 다시 남과 북의 분단국가와 인근의 일본, 중국으로 옮겨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디아스포라. 자신들이 뿌리내려 살던 땅을 떠나 외로운 타지에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당초 자신들이 가졌던 규범과 관습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는 민족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소설 ‘네 지붕 한 가족’은 어두운 시절, 눈물을 흩날리며 고향 땅을 떠났지만, 결국 마음만은 그 땅을 떠나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입니다. 슬픈 우리의 지난날 이야기이자, 바로 한국 현대사를 흐르는 하나의 물줄기입니다.
그간 황경호 작가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눈여겨보아 왔습니다. 여느 비즈니스맨과 달리 그에게서는 늘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 ‘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이상의 끌림을 받은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소설을 읽고서야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황 작가야말로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가슴의 작가가 20여 년간 맨발로 뛰며 눈물로 써나간 ‘네 지붕 한 가족’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이종목 (스코트라주식회사 대표이사)
식민지 말, 일본의 기세가 파죽지세로 뻗어나가던 시절, 억압에 못 이겨 나라를 버리고 떠나야 했던 우리 선대들의 흥미진진한 대서사, 수많은 민초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생생한 궤적에 어느새 빨려 든다. 당대 풍경이 눈에 보일 듯 펼쳐지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나라의 약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만주로 떠나는 것은 동일하지만 범진은 새로운 이상향을 만들려는 군인으로, 준길은 일본에 빌붙는 사업가로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주인공, 아직 어린 영덕은 역시 일본인의 행패에 고국을 떠나야 했지만 숙부, 준길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갖게 된다. 조선과 만주, 한국인들이 살던 봉천을 옮겨 다니면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등장인물의 활약상을 말하기 위해 당대의 사건을 가져온다. 남만주철도회사와 관동군과의 연계과정이나 조선혁명군의 활약상을 읽어가노라면 철저한 공부에 놀라고 한편으로 이 많은 정보를 언제 수집했나 감탄하게 된다. 간혹 저자가 지나치게 개입해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기는 하지만, 사업과 군대와 가정 그리고 장터를 아우르는 장대한 스케일과 거칠 것 없이 내닫는 필력이 놀랍다. 숨 가쁜 역사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자식 세대까지 아픔이 이어지지만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 아래에서 슬기롭게 맺힌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작가는 어느 이데올로기나 민족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주인공 일가가 대를 이어 맞닥뜨리는 시련을 표현하였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볼 단어는 ‘신발’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빠지지 않고 접할 수 있는 이 신발을 통해 가족의 생계가 이어졌고 이것이 또 매개체가 되어 가족 상봉을 이뤄주었다.
또한 주인공은 신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평화주의, 가족주의, 평범한 일상이 왜 그렇게 소중한지 작품을 읽으면서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우리 역사의 공백기라고 할 수 있는 식민지 시대의 만주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 이강선 (성균관대 영문학과 前대우 교수/번역가)
1997년 베이징에서 중국어를 배우러 오던 첫날 부산공항에서 작가와 같은 비행기를 탄 지 벌써 22년. 황경호 작가는 유학 온 그 대학의 가장 예쁜 한족 학생과 결혼을 했고 그 이후로 중국 땅 위에서 젊음을 보내게 된다. 지금은 더 예쁜 딸 둘의 아빠가 되었고. 그가 보여준 삶에의 애착과 성실하고 공부하는 자세는 늘 귀감이 되었다.
네 지붕 한 가족. 작가의 부친이 바로 주인공과 같은 사천출신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사천은 진주시 아래 바닷가로 갯벌이 잘 발달되어 예로부터 경상도에서는 살 만한 곳이었으나, 조그마한 한반도에 세상의 풍파를 비켜 갈 곳이 어디 있었으랴. 결국 이 소설 네 지붕의 한 가족, 어쩌면 한반도의 모든 한민족은 신의 버림 같은 숙명인지, 우리네 역사를 우리 스스로 갯벌 속으로 빠뜨린 우리의 아둔함인지. 여하튼 역사는 반복되고 그 아둔함도 숙명도 반복되는 것은 한반도 한민족의 운명인 듯하다.
작가의 도움으로 나도 동북지역을 제법 여행했다. 백두산 바로 아래 내두산, 우리말로 굳이 풀어보면 젖꼭지산인데, 이곳에 하늘 아래 첫 조선족 마을이 있고, 난 몇 년 전 그 마을 모처 산속 초가집에서 며칠을 묵은 적이 있었다. 그때 들은 얘기가 있다. 애기가 없던 조선족 한 사람이 북한에서 씨받이 처녀를 구했고, 그녀는 애기를 낳아주고 애기가 젖꼭지에 아직 젖을 물릴 때에 2만 인민폐를 받아서 북한으로 돌아갔는지 어쨌는지… 그 애기는 6살쯤 제법 영리해 보였다. 애기는 엄마 없이 자란 듯했고, 애기 아빠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녀에 관해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술안주 정도로…
개개인의 슬픔이 민족의 비극이 되고, 민족의 비극이 개개인의 슬픔이 된다. 그러나 그 비극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이 인류사임이 이 소설을 통해 다시 각인된다.
흑룡강, 요동, 길림성의 중국 동북 삼성은 압록강 두만강에 잘리고, 러시아 동쪽 얼어버리는 바다, 몽고의 큰 산과 사막이, 아래로는 한족의 본산 베이징이 막고 있어, 동북은 기실 인구 일억의 섬이다. 오히려 반도인 우리가 대륙이다. 작가가 십여 년 동안 그 섬의 거의 모든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린 경험이 이 소설의 힘이 된 듯하다. 시장바닥에서 채소 파는 아줌마 앞에 쭈그려 그들 삶을 듣고, 새벽에 청소하는 영감과 담배를 나누고, 희망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과 교제하고, 동북의 명사들과 한잔했고, 또 가끔은 중국 미인도 만났으리라. 그러면서 부이황제의 흔적부터 일본군대, 중국공산당, 장학량을 거쳐 한국 전쟁 등 숱한 풍파를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 세월의 체득이 바로 이 소설에 녹아있고, 작가의 정신세계는 아마도 그 역사의 중심에서 소설 속의 가족들과 함께했으리라.
이제 독자들은 이 소설로 동북과 한반도가 하나로 연결되는 묘한 전개와, 그 속의 삶 하나하나의 한과 사랑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 김종대 (박사, 단동압록강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