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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20년 03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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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32쪽 | 4,382g | 128*188*205mm |
ISBN13 | 9791164451937 |
ISBN10 | 1164451936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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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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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무려 1800년 동안의 민담과 역사서들의 텍스트가 한데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후한 말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나관중의 손을 거쳐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국지는 한국과 일본에 자연스럽게 전래되어 수용되면서 그 나라의 정치와 문화적 상황에 따라 내용이 변형되고 또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삼국지의 수용과 변화는 현재에도 각색과 재창작의 과정을 거쳐서 다양한 판본의 삼국지가 출간되고 있는데,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나관중 삼국지 원전 최신 완역판 세트] 역시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한다면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 삼국지]에 대한 완역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역사서라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허구의 작품이다. 그런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판본이 등장하였으며, 또한 전승 과정에서 추가 및 삭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청나라 시대의 모종강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여러 속본(俗本)들을 편집하여 개작을 하게 되는데, 이를 '모종강판본' 또는 '모본(毛本)'이라 한다. 현재 번역되고 있는 [삼국지]는 바로 이 '모종강판본'을 기초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모종강판본'은 나관중의 원본과 12가지 고대 판본을 비교하여 이루어졌는데, 모종강은 사마광의 [자치통감강목]을 근거로 역사적인 내용을 보강하면서 '모종강판본'은 '촉한정통론'을 강조하면서 그에 맞게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다.
그러면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에 의한 삼국지는 무엇일까? 과거 모종강이 그랬던 것처럼 요시카와 에이지는 단순히 '모종강판본'을 그대로 완역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의 추가 및 기존 내용의 삭제는 물론 개인적인 평을 더하여 쓴 것을 말한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1939년부터 1940년에 자신의 삼국지를 신문에 연재하였고, 그 연재된 내용을 모아서 1948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삼국지라고 하면 '모종강판본'과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에 대한 중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실제로 고우영 화백의 만화로 된 삼국지는 바로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을 거의 수용하고 있으며, 근래에 한국에서도 이문열을 비롯하여 여러 작가들의 평역 삼국지가 등장하거나 아예 삼국지의 원전으로 일컬어지는 '모종강판본'에 대한 완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에 의한 영향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이 오랜 시간 주목받고 또 읽혀진 이유가 무엇일까? 더불어 삼국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모종강판본'을 읽는 것이 오히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도 생겨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국지 중에서 '모종강판본'을 읽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이문열의 삼국지 역시 평역에 해당된다. 물론 황석영 작가가 '모종강판본'을 완역한 책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문열의 평역이 대표적인 삼국지로 주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과 궁금증을 안고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을 읽는다면 삼국지의 평역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또 원본과 더불어 왜 평역이 등장하고 있는지를 금세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일 수 있지만, 이 책이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일본의 대중문학 작가의 평역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으로 우선 일차적인 리뷰로 써보고자 한다.
1. 풍부한 상상력과 극적인 구성을 통한 재미
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비롯하여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국지]와 같은 대중문학으로 큰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이들 작품이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그 결과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상상력이 빚어낸 내용과 극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통하여 일약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게 된다. 사실 '모종강판본'의 삼국지는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서를 읽는 것 같이 딱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상당히 빠르고 간략하여 삼국지의 명성을 듣고 그 내용을 바라보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러한 원본에서 불필요하고 지루한 내용들은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과감하게 삭제하고, 자신의 상상이 빚어낸 이야기를 배치하면서 독자에게 흥미와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서 이야기하건대, 천하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서 오래 지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 주나라가 망하면서 일곱 나라로 나뉘어 싸우다 진나라로 통일되더니 진이 망하자 초와 한이 다투다 한으로 합쳐졌다... [모종강판본]
지금으로부터 약 1800년 전, 후한의 건녕 원년 무렵의 일이다. 나그네 한 사람이 있었다. 허리에 한 자루의 검을 찼을뿐 옷차림은 매우 초라했다...[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본]
[삼국지]의 시작을 보면 '모종강판본'은 주나라를 시작으로 중국의 역사에 대한 흐름을 전개시키면서 한나라 영제 말기의 황건적의 등장까지 쉬지 않고 설명을 이어가다가 유비가 황건적 토벌 격문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장비와의 만남으로 진행된다. 그에 반하여 요시카와 에이지는 1800년 전이라는 단 한 줄의 표현으로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짧막하게 언급하고 곧바로 어머니를 위하여 차(茶)를 구하기 위하여 배를 기다리던 유비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모종강판본은 불과 몇 페이지도 지나지 않아서 '도원결의'가 등장하지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은 유비가 황건적을 만나 봉변을 당하다가 장비를 만나고 또 부용이라는 자신만의 허구적 존재를 만들어내면서 '도원결의'에 이르는 과정에 극적인 요소들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러한 시도는 이문열의 평역도 마찬가지이다. 모종강판본의 시대적인 배경은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이야기의 시작은 유비가 공손찬과 함께 노식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는 장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은 이후 일본은 물론 한국의 작가에게 평역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역사적인 고증보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통하여 '모종강판본'의 내용에 살을 붙여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비현실적인 요소 지양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허구의 이야기와 인물들을 탄생시켰지만, 요시카와 에이지는 여타의 삼국지와는 달리 비현실적인 내용은 철저히 지양하거나 부연을 통하여 확실하게 이야기에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삼국지의 내용 중에는 비현실적이며 기괴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예를 든다면 황건적의 수괴 장각의 아우인 장보가 흑요술을 부려 유비군을 괴롭히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관우가 여몽에게 형주를 빼앗기고 죽음을 당한 이후에 여몽에게 관우의 혼백이 씌어지는 장면, 또 오나라가 보낸 관우의 목을 보면서 조조가 말을 걸었다가 관우가 눈을 부릅뜨는 장면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는데,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를 철저히 부정하거나 민간 야사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보의 흑요술은 자연현상으로 설명을 하고, 관우의 죽음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아예 민간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직접적으로 평하고 있다.
3. 일본의 역사적인 사례 반영
'평역(評譯)'이기에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평가가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에서 저자가 요시카와 에이지이기에 등장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이 곧잘 눈에 띄는데, 일본의 역사와 비교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유안이 아내의 고기를 삶아 현덕을 대접한 것은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서나 도덕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이나 불결한 것이나 부정한 것을 싫어하는 성질로 인해 오히려 불쾌감조차 주는 이야기이다.
- 3권, p. 353 中에서 -
유비가 여포에게 패하여 도망치다가 유안이라는 사냥꾼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유안은 지금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자신의 아내를 죽여서 그 허벅지의 살로 유비에게 고기로 대접한 것이었다. 이 부분을 요시카와 에이지는 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독자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위와 같이 평한다. 아울러 비슷한 상황에서 무사가 아끼던 매화나무를 불에 태워서 손님을 따뜻하게 해줬다는 일본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삼국지에서의 유안의 대접을 더욱 비난하고 있다. 또한 조조와 원소가 하북에서의 자웅을 가리던 '관도대전'을 일본 전국시대의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이 천중도에서 여러번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묘사한 장면도 오로지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4.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
'평역(評譯)'이기에 가능한 또 하나의 특징은 삼국지에서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가를 직접 접하는 것 역시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모종강판본'에서는 촉한정통론에 입각하여 글을 쓰다보니 사실 유비 진영에 대한 평가는 관대했는데, 적어도 요시카와 에이지는 그와는 달리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그의 평역이 조조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그 이전의 삼국지들이 유비쪽에 치우쳐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조조의 죽음과 더불어 그가 이룬 업적은 물론 결과적으로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감춰진 욕망을 막판에 드러냈다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공과 과에 대하여 꽤 균형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평가는 특별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제갈량에 대한 존경심 때문인지 이 시리즈의 후반부는 그에 대하여 거의 할애하는 것은 물론 따로 번외편으로 제갈량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을 읽는다면 삼국지를 왜 다양한 판본에 따라 읽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은 위와 같은 특징으로 나름의 삼국지를 개척하였지만, 다소 문제가 될만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이야기가 제갈량의 죽음과 더불어 끝난다는 점이다. 스스로 제갈량과 그 이전 인물들에 대한 애착감을 표현하면서 거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하여 소회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극히 그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후 아주 적은 분량으로 제갈량 사후의 역사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모종강판본'이 제갈량 사후부터 사마염에 의한 통일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자의적인 이야기의 마무리는 삼국지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평역 역시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들 역시 요시카와 에이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앞으로 새롭게 쓰여질 삼국지의 평역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또한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이 중일전쟁 시기에 쓰여진 점을 감안한다면 앞서 언급한 일본의 역사와 관점의 반영은 당시 일본의 군국주의와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소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유안이 자신의 아내를 죽여서 유비를 대접한 일은 분명 끔찍한 일이지만, 그 내용이 이야기의 극적인 전개를 위한 허구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지만, 마치 그것을 실제의 일로 간주하면서 일본의 미담과 비교하여 중국을 미개한 것으로 표현한 것이라든지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을 이용한 비유를 통하여 충성심과 무사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 역시 특별한 의도를 지닌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러한 부분들은 중국 또는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삼국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평가로 인하여 야기되는 문제점을 생각해 봄으로써 평역에 대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평역은 시대와 장소마다 다른 욕망들이 뒤엉키면서 삼국지의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형을 가능케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은 비록 일본에서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삼국지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보니 이 10권으로 구성된 책들을 차분하게 읽어보는 것도 삼국지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맞춤법과 오자가 다수 눈에 띈다는 점이다. 조사의 사용과 같은 맞춤법이라든지 간단한 오자는 어느 정도 감안하여 읽을 수 있지만, 아예 잘못된 표기는 당혹감마저 느끼게 된다. 특히 이름에 대한 오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삼국지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독자에게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들이 개선된다면 이 책은 아마도 평역으로서의 삼국지는 물론 익숙한 이야기로서의 삼국지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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