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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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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0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4.3만자, 약 1.4만 단어, A4 약 2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08062504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로맹 롤랑(1866-1944)이 쓴 베토벤의 생애(Vie de Beethoven)는 현재 기준에서 보면 아득하게 먼 1903년에 쓰여졌다. 베토벤에 대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는 많지만 이 전기는 음악 이상으로 세월과 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문체로, 또 소설가의 훌륭한 사건과 심리 묘사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는 고전이라고들 말한다.
(가장 친숙한 베토벤의 초상 이미지. 요제프 칼 슈틸러(Josef Karl Stieler)의 작품)
로맹 롤랑은 영웅적인 서사에 관심이 많았고 천재들의 전기를 썼다. 이 베토벤 전기 이후로는 1905년, 1911년에 <미켈란젤로의 삶>, <톨스토이의 삶>을 발표했다. 이 책을 읽고 로맹 롤랑이 쓴 다른 예술가의 전기가 궁금해 다른 책들도 사 보았는데 말하자면 주말에 현실에서 약간 동떨어진 느낌으로 먼 과거의 예술가의 생애를 읽는 몰입감을 주었다.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기여한 최고의 장편 역작인 <장 크리스토프Jean-Christophe>도 베토벤을 모델로 했다.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 예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음악학과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던 로맹 롤랑은 음악에 대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소설가로서의 인간 본성과 성격 묘사로 소설가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평전을 남겼다는 것이 내 인상이었다. 이 평전에서는 물론 베토벤 자신이 남긴 말이나 유서, 편지의 정보도, 말하자면 트리비아도 얻을 수 있다.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은 예를 들어 괴테를 존경했지만 공화주의자가 아닌 그와는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없었다. 괴테에 대해 베토벤은 "항상 위대하고 당당해서 D장조처럼 생각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만의 감상인 셈이다.
로맹 롤랑이 쓴 곡의 해석은 예를 들면 이렇다.
(베토벤의 7중주곡과 제2번 교향곡에 대해)
<7중주곡> 속의 ‘변조變調하는 안단테’의 테마는 라인 지방의 가곡이다. <제2번 교향곡> 역시 라인 강이 낳은 작품이다. 자기의 몽상에 미소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의 시이다. 이 교향곡은 명랑하면서도 심각한 일면이 있는 듯한 곡이다. 거기에서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남도 나를 기쁘게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느껴진다.
(베토벤의 제7번 교향곡과 제8번 교향곡에 대해)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제7번 교향곡>과 <제8번 교향곡>이다. 이 두 곡은 1812년에 테플리츠에서 몇 달 동안에 쓰여졌다. 전자는 리듬의 대향연이고 후자는 해학을 담은 교향곡이 이 두 작품은 그의 모습이 아마 가장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빌린다면 온통 ‘단추를 풀고’ 나타난 작품이다.거기에는 괴테와 젤터에게 무서움을 준, 정신없이 터지는 쾌활과 열광이 있고 엉뚱한 대조가 있으며,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대규모의 기지가 있고 거인적인 폭발이 있다. 그래서 북독일에서는 <제7번 교향곡>은 주정꾼의 작품이라고 했다 ? 아닌게 아니라 주정꾼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힘과 천재에 취해 있는 인간의 작품이다.
로맹 롤랑은 1814년을 베토벤의 인생의 절정기로 썼다. 그리고 이어 가장 슬프고도 참담한 시기가 뒤따랐다고 적는데 이는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았던 시기이다. 빈에 대해 작가 자신도 ‘세속적 정신이 들어찬 이 인공적인 도시’라고 쓴 것이 흥미롭다. 베토벤은 빈을 좋아하지 않았고 웨스트팔리아의 궁정으로 가려고 했다. 또 역사적으로 베토벤을 빈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부유한 귀족이 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일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19세기 태생으로 물론 20세기와 21세기보다 베토벤의 시대에 더 가까운 작가의 19세기 초 격동에 대한 시대의 분위기의 묘사는 동시대에 고전 음악가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가까운 묘사가 있다. 19세기 유럽사는 당연히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 배경으로서, 현대의 책들보다 그 분위기를 가까운 필치로 쓰고 있으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인상에 남는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롤랑은 1814년 빈 회의 뒤에는 로시니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베토벤이 현학자로 취급되었다고 썼다. 이 시기 베토벤은 또한 완전히 청력을 잃었다. 1815년부터 베토벤은 대화도 편지에 의지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대로 그는 청력만 잃은 것이 아니라 폐결핵과 류머티즘, 황달, 결막염 등에 시달렸다. 직접 지휘도 할 수 없게 된 베토벤의 삶은 어찌 보면 소설가가 집필하기에 정말 맞을 만한, 드라마틱한 이야기이다. 책이 이 쯤의 생애를 서술할 때 분량은 반 정도가 된다.
보통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교과서로 배우는 음악사 정도라면 (다른 경제난에 시달린 음악가를 포함해) 이런 전기를 읽지 않는 이상 베토벤의 이 시대 궁핍함에 대해서는 읽은 적이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그는 구두에 구멍이 뚫려 외출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가난한 이야기는 100년 전쯤의 이야기이면 거의 전설이 되어 리얼하게는 와닿지 않는다. 베토벤이 소나타 하나를 작곡하는 데에 3달이 걸렸지만 받는 돈은 얼마였는지 같은 설명이 나와야 현대적인 의미에서 최저…시급도 안 될 것 같은데?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윽고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는 제9번 교향곡을 만드나 여전히 사회의 관심은 이탈리아 가극에 쏠리며 받을 만한 인정을 받지 못해 굉장히 실망한 이야기 등 직업에 몰입하지만 인정받지 못했을 때누구나 느낄 좌절감을 현대의 독자도 물론 공감할 수 있다. 예술가나 음악가들의 이런 개별적인 이야기를 읽지 않는 이상 그들의 삶이나 시대에 대한 이해는 재미없고 딱딱한 교과서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 불운했던 천재라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평 대신에, 베토벤이 곡료를 지불하지 않은 귀족 때문에 소송을 하다 지쳐버렸다는 구체적인 서술들을 읽는 것은 극적으로 흥미롭다. 클래식 음악에 아주 얕은 관심이 있더라도 이 짧은 (진입 장벽도 낮은) 전기를 추천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그런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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