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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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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16쪽 | 552g | 143*195*20mm |
ISBN13 | 9791157686629 |
ISBN10 | 115768662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8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여행 분야가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가깝게는 우리나라 2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을 눈 앞에 두고 있고 멀게는 많은 관광객들로 눈코 뜰 새가 없던 해외 여행 가이드들이 이제는 실직자 신세가 되어 한인회의 라면으로 버틴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한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주요 여행지도 마음 놓고 떠날 수 없는 요즘. 유럽에서 미술관 도슨트로 활약하고 있는 5명의 저자가 유럽 주요 미술관의 명화들을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
유럽 미술관의 유명 도슨트 투어를 책으로 담은 [90일 밤의 미술관]은 동양북스 출판사의 콜렉트 시리즈 중 하나로 유럽 주요 미술관의 도슨트들이 독자들에게 전할 명화 102점을 신중하게 골라서 해설해 주고 있으며 하루 한 편씩 90일 동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언제 어디서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자~ 그럼 90일 밤의 유럽 미술관 도슨트 투어 출발~~
□ 영국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 로톨드 갤러리] - Day 1 ~ Day 21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영국 내셔널 갤러리, 21쪽(左), 24쪽(右)]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정교함과 농밀함으로 내셔널 갤러리를 찾는 수많은 관람객을
감탄하게 만드는 얀 반 에이크의 작품입니다.(20쪽)"
[90일 밤의 미술관]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림으로 영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내셔널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 명화라며 도슨트 투어의 시작을 알린다. 미술 문외한인 내가 봐도 정교한 그림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아르놀피니 부부가 입은 옷의 주름, 주변 사물들과 강아지의 세밀한 표현,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부 뒤 중앙에 놓인 볼록 거울을 확대해서 보면(右) 화가가 얼마나 정교하게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가 있다. 방 안 전경이 모두 들어가 있고 방의 입구, 심지어 부부 앞의 화가까지 묘사되어 있다. 15세기 그림인데 이렇게 정교하고 세밀하다. 만약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해설 없이 혼자 관람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역시 그림은 여유롭게 찬찬히 감상해야 한다). '현대 유화의 아버지'라는 얀 반 에이크가 색을 내는 안료가 엉기게 하는 용매로 그동안 사용하던 달걀 대신 기름을 사용함으로써 마르는 속도가 느려지게 되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이 작은 발명이 미술사 측면에서 엄청난 사건이었다는 해설은 덤이다.
[<34살의 자화상> (左) 62쪽, <63세의 자화상> (右) 63쪽, 렘브란트 반 레인, 영국 내셔널 갤러리]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22번 전시실은 단 한 명의 화가를 위한 공간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이자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빛과 어둠의 미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 반 레인입니다.(60쪽)"
평생에 걸쳐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을 그린 렘브란트는 빈센트 반 고흐를 제외하고 아마도 제일 많은 자화상을 그린 화가라고 한다.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22번 전시실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 2개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34살의 자화상>과 <63세의 자화상>이다. 아무 정보 없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자화상을 봐도 두 사람의 표정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젊은 렘브란트는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멋진 옷을 입고 있고 왠지 거만해 보인다. 당시 렘브란트는 인기 절정의 화가로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었다고 한다. 옆에 있는 늙은 렘브란트 초상화는 젊은 시절 렘브란트의 자신만만한 눈빛은 오간데 없고 왠지 허름한 외투에 겸손해 보이기까지 한다. 63세 때 렘브란트는 자신보다 먼저 부인과 자녀 모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고 화가로서의 명성도 곤두박질쳐서(<낮에 그린 야경>이라는 초상화를 그린 이후 인기가 급락한다. Day 41) 말년에는 경제적으로 궁핍했다고 한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서 자화상을 많이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을 정도로 그는 결국 무일푼으로 세상을 떠난다. 두 초상화를 비교해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세상 순간의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매사 겸손해 하며 인생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외에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소(小)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그림 속 왜상기법으로 표현한 해골을 통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고 이야기 하며(Day 5, 39쪽), 안 얀스 트렉의 <바니타스 정물> 속 화려한 꽃들을 통해 "이 화려함도 모두 순간일 뿐이다. 모두 헛된 것이다. 언젠간 아름다움도 모두 지게 될 것이며, 우리는 화려한 현생을 쫓기보다는 훗날 천국에서의 참된 영생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Day 11, 68쪽)"라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또한 코롤드 갤러리에서는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Day 18>,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Day 19>을 만날 수 있고, 테이트 모던에서는 샤갈의 <꽃다발과 하늘을 나는 연인들, Day 20>, 달리의 <나르키소스의 환생, Day 21>를 감상할 수 있다.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마르모탕 미술관]-Day 21 ~ Day 39
[자크 루이 다비드,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125쪽)]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은 루브르 박물관을 거닐다 보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유명세도 있지만 그림의 거대한 크기에 먼저 압도되지요.(124쪽)"
대학시절 유럽배낭 여행 중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명화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명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다. 당시 그림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게 전시실 중간에서 압도적인 크기로 다가온 대작으로 그림 속 주인공이 나폴레옹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2년이 넘는 작업 기간을 거친 작품이라 하는데 완성된 작품을 본 나폴레옹은 1시간 가까이 감상하고 "마치 내가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127쪽)"라고 찬사를 보내며 황제의 관을 잠시 벗고 다비드 앞에서 고개를 숙여 존경심을 표할 정도였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1시간 가까이 감상한 그림을 배낭여행 당시 나는 5분도 채 안 보고 지나쳤다.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는데 결국 지금은 기억에 남는 그림이 거의 없다. 코로나19가 진정된 미래 어느날 다시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한다면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폴레옹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찾아보면서 말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도시에서의 춤> (左), <시골에서의 춤> (右),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168쪽)]
"저는 종종 미술관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자신이 꼭 갖고 싶은 작품을 하나 고른다 생각하고 보기를
권합니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 많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때 그날 자신이 꼭 사고 싶은 작품을 찾는다고
생각하고 보면 미술 감상에 대한 집중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중략).166쪽"
도슨트의 이야기처럼 꼭 사고 싶은 작품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미술을 감상한다면 앞서 내 경험을 언급했듯이 한 번에 많은 작품을 보려다 결국 제대로 된 명화 감상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 한 쌍의 남녀가 춤을 추는 두 개의 그림이 있다. 왼쪽 그림은 왠지 격식을 차리고 추는 춤으로 차갑고 우아하게 느껴지는데 오른쪽 그림은 자유롭고 밝으며 행복감이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두 그림 모두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었던 프랑스의 르누아르의 그림으로 왼쪽 그림의 여성은 수잔 발라동이라는 화가로 인상파 화가들의 주요 모델이었던 인물이고 오른쪽 그림의 여성은 르누아르의 부인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춤을 추는 행복한 미소가 인상 깊은 그림이다. 두 여성의 표정, 옷, 장신구,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식물도 차이가 나는데 서로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흥미롭다.
르누아르는 굉장히 많은 그림을 남겼다고 하는데 관절이 망가져서 붓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마비된 손에 붓을 묶어서 거의 온몸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그림을 그리냐는 질문에 르누아르는 " 고통은 사라지고 아름다움은 남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화가의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미술관에서,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행복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Day 22>,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 Day 26> 등을 감상할 수 있고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Day 32>, 클로드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 Day 35> 등을, 마티스 미술관에서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Ⅳ, Day 39>를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내부 전경, 182~183쪽]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마우리츠하우스 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 -Day 40 ~ Day 45
유럽에서 작은 나라에 속하는 네덜란드에는 빈 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등 유명한 화가들을 많이 배출했는데, 특히 반 고흐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있기에 반 고흐 팬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네덜란드이다. 나 또한 유럽 배낭 여행 중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방문하여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명화들은 거의 기억이 안 나는데 다행히 반 고흐 미술관 그림들은 천천히 감상해서 기억이 남아있다).
네덜란드 편에서는 17세기에 드물었던 여성 화가인 유딧 레이스터르의 <젊은 여인에게 돈을 제안하는 남성, Day 40>을 비롯해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한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Day 42>, 반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 Day 45>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유럽 배낭 여행 당시 방문한 반 고흐 미술관 팜플랫]
□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톨레도 대성당,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 살바도를 달리 극장 박물관, 호안 미로 미술관] -Day 46 ~ Day 68
[벨라스케스 <시녀들>, 프라도 미술관(255쪽), 피카소 <시녀들>(右), 피카소 미술관(299쪽)]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 steal."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피카소의 말입니다. (301쪽)
제목도 똑같고 심지어 등장 인물의 위치도 동일한 두 그림이 있다. "내가 뛰어넘고 싶은 화가는 벨라스케스가 유일하다.(299쪽)"라며 벨라스케스를 평생 존경했던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 左>을 일흔여섯의 나이에 새로운 화풍으로 재창조한 <시녀들, 右>이다. 스페인의 보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그림 중앙의 자리잡은 귀여운 공주가 주인공 같지만 일반 그림들과 달리 화가가 공주의 뒤에 있고(화가가 가장 크게 그려져 있다) 거울에 희미하게 국왕 펠리페 4세 부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왕실 규정상 왕과 왕비를 한 화폭에 담을 수 없었다고 한다). 커다란 캔버스에 화가가 그리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도 많은 추측을 하고 있는 그림이라고 한다. 아무튼 전문가들이 뽑은 회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림이자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논란과 해석을 낳고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역사상 수많은 모작, 오마주, 차용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피카소의 <시녀들>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라 하겠다.
이 외에 세계 3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에서는 많은 명화들을 만날 수 있는데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Day 52>,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불카누스의 대장간, Day 54>,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 벗은 마하, 옷 입은 마하, Day 57>, 살바라도 달리의 <구운 베이컨과 부드러운 자화상, Day 65> 등 23점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 독일 [알테 피나코테크] -Day 69 ~ Day 82
[<카를 5세의 초상>, 알테 피나코테르(左), <개와 함께 있는 카를 5세 초상>, 프라도 미술관(右) 343쪽]
"그림의 주인공인 카를 5세는 1519년 독일의 제1제국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하면서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과 스페인령의 식민지까지 다스렸던 당대 가장 강력한 군주였습니다. 베첼리오
티치아노는 카를 5세의 초상화를 두 번 그렸는데, 이 작품 <카를 5세의 초상>은 두 번째로 그린
초상화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초상화도 보는 게 좋겠죠?(341쪽)"
미술관 드슨트는 카를 5세의 초상화 두 점을 비교해서 감상하라며 해설을 시작한다. 티치아노가 먼저 그린 첫 번째 초상화(右)는 입상 초상화로 당시에는 강력한 군주만이 입상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는데 교황에게 황제의 관을 받은 카를 5세가 로마 황제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통치자로 표현하길 원하자 티치아노가 의도적으로 입상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럼 두 번째 초상화(左)는 왜 카를 5세를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렸을까? 두 번째 초상화 역시 카를 5세가 요구한대로 의도적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당시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촉발된 구교와 신교와의 전쟁에서 가톨릭 편이었던 카를 5세가 뮐베르크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초상화로 단순히 힘만 센 중세 시대 황제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통치자의 이미지를 원했기에 첫 번째 초상화 때와는 달리 성직자 같은 수수한 검은색 옷에 소박한 의자에 앉아 있는 지적인 황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품은 칼과 장갑이 전부인데, 칼은 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는 칼은 "나에게 힘은 있지만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344쪽)."라는 점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무튼 자기 의도대로 척척 그림을 그려주는 티치아노를 아꼈던 카를 5세는 티치아노가 그림을 그리다 붓을 떨어뜨리자 아무도 붓을 줍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그 붓을 주워줬다고 한다.
이 외에 독일 알테 피나코테르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알린 조토 디본도네의 <최후의 만찬, Day 69>을 시작으로 르네상스 3대 거장이라는 라파엘로 산치오의 <카나자니 성가족, Day 73>,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 Day 80> 등 14점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 그외 지역 -Day 83 ~ Day 90
[마르크 샤갈, <초록색 얼굴의 바이올린 연주자>,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382쪽]
"저 그림이 걸려 있다니 놀랍네요."
"샤갈을 좋아하나 봐요?"
"좋아해요. 사랑이 어떤 건지 말해주는 것 같아요. 파란 밤하늘을 둥둥 떠나니는 거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염소와 함께 말이죠?"
"물론이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염소가 없다면 행복은 행복이 아니에요.(382쪽)"
영화 <노팅힐>에서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윌리엄(휴 그랜트)이 주고 받은 대사라고 한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중력을 거스르 듯 둥둥 떠나니는 초록 얼굴의 음악가(염소 같다)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그림으로 보이는 이 그림은 그림 역시 한 편의 시처럼 여기길 바랬다는 은유하는 화가 샤갈이 그린 <초록색 얼굴의 바이올린 연주자>이다.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샤갈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초연되었고 7년 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내겐 영화 속 주제가가 귀에 익숙하다. 바로 어릴 적 나를 목마 태우고 다니기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허밍으로 자주 부르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목에 목마를 타며 머리 위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어린 나는 이렇게 자라 두 딸의 아빠가 되었고 이제 예전보다 작아지신 아버지를 만난다. 리뷰를 다 쓰고나면 아버지께 오래 전 즐겨 부르시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주제가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 샤갈의 <초록색 얼굴의 바이올린 연주자> 그림 덕분에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릴 수 있으니 90일 밤의 미술관 여행을 잘 한 것 같다.
그 외 지역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의 바르벨리니 궁전 국립 미술관, 벨기에의 미그리트 미술관, 미국 캘리포니아의 LA 카운티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7곳의 명화 8점을 만날 수 있는데 앞서 소개한 샤갈의 그림에서부터 프리다 칼로의 <단지 몇 번 찔렀을 뿐, Day 87>,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Day 90> 등을 감상할 수 있다.
[90일 밤의 미술관]은 유럽의 주요 미술관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도슨트 투어를 내 방에서 즐길 수 있는 책으로 유명 도슨트인 5명의 저자가 유서 깊은 유럽 각지의 미술관에서 엄선한 명화 102점을 만날 수 있는 언택트 시대에 딱 어울리는 책이라 하겠다. 장마다 감상 팁이 있어 독자들에게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하루 1작품씩 90일 동안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독자들도 부담없이 유서 깊은 유럽 미술관의 명화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림을 적절히 배치하여(때로는 한면, 때로는 전면을 할애를 한다) 그림에서 전해지는 감흥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90일 밤의 미술관] 덕분에 퇴근 후 내 방에서 유럽 미술관 투어를 하며 서양 미술사를 빛낸 명화들을 만나는 호강을 했다. 앞으로 기회가 생겨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유럽 미술관 투어를 통해 책에서 만난 그림들을 꼭 직접 만나보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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