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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7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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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34g | 120*205*16mm |
ISBN13 | 9788954681025 |
ISBN10 | 895468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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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와 남궁인이 주고 받은 편지, 서간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두 작가 모두 내게 친숙한 작가들이다. 그런데 정말 친숙한 만큼 나는 그들을 잘 알고 있을까?
정작 이슬아의 책은 인터뷰집 한 권 [깨끗한 존경] 과 아이들과의 글방수업과 관련한 산문 [부지런한 사랑] 한권을 읽었을 뿐이다.
나는 일간 이슬아 구독자도 아니고 일간이슬아에서 적은 글들을 산문집으로 엮은 책을 읽어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내가 만났던 두권의 책이 참 산뜻했기에 그녀에 대해서는 무수한 이야깃거리와 대중의 관심만큼 나도 그녀를 모르진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했던것 같다.
남궁인 작가는 내게 작가로서보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가 적은 칼럼들과 여기저기 퍼날러진 여러 사건사고들과 관련해 쓴 페북의 글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첫 책 [만약은 없다]에 나온 몇편의 응급실의 삶과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그리고 자살시도 끝에 응급실로 실려온 이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절망적인 마음으로 썼던 글 한편을 읽은게 전부이다.
그의 글이 너무 좋아서 몇번 그의 책들을 사서 읽어볼까 싶다가도 내 심약한 마음에 극한 상황의 죽음을 마딱드리는 다양한 버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매번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이곳 저곳에서 그리고 블로그에서 만나는 그의 글들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두 작가를 잘 안다고 하기에는 참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들이 쓴 글에 호의적이고 그래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독자중 한명정도라고 해두면 적당하겠다 싶다.
이번에 나온 신간은 두 사람의 서간문을 책으로 발간했는데 제목부터가 왕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두 선남선녀가 혹시 무슨 관계? 혹시 사귀나? 라는 아주 속물적인 호기심으로 부터 시작하여 두 작가가 얼마나 친한 사이이고 또 책에서 무슨 대화를 주고 받으며 편지를 나누었을까...너무 궁금해졌다. 게다가 둘다 글을 꽤나 잘쓰는데 이 책에서는 그 썰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책을 읽는 초반부엔 이슬아의 빵빵 터지는 선방에 웃음이 계속 나왔다.
아...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남궁인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게 한권도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고 이분의 응급실 이야기 외에 지극히 사적인 감상을 담은 에세이는 읽어보지도 못헀다는걸 문득 깨달았고 이슬아의 '까르보나라를 떠올리는 느끼한 남궁인 선생님의 글'(일명 까궁인) 이라고 묘사한 그의 글들이 무슨 의미인지 팍팍 와 닿았다.
나도 느끼한 글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ㅋㅋ 자기 감정에 너무 빠져서 독자가 빠져들 틈마져 주지 않고 자신의 감정으로 꽉 채워버리는.
그런데 나도 글을 쓰다보면 가끔씩은 내감정에 복받쳐서 글을 쓰는 날들이 있고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 나 뿐이 아니라 전문 작가나 소설가가 아닌이상 일반인들은 그런 글을 정말 많이 쓴다. 자아가 꽉 찬 글들을...
책은 참 재미있었는데 책을 읽는 시종일관 드는 생각은 내가 글 잘 쓴다고 생각했던 남궁인도 이슬아 앞에서는 오징어가 되는구나...였다.
아니...더 리얼한 속된 표현을 하자만 정말 책 전체를 통해 발린 느낌이다.
매번 이슬아가 강펀치급의 선방을 날리며 남궁인을 조롱하듯 편지를 보내면 그에 대한 변명같은 답을 구차할 정도로 구구절절히 적어서 이슬아에게 다시 회신을 한다. 그의 편지 속 표현대로 사정없는 안구진탕을 경험하며 멘탈이 탈탈 털린 내용의 편지가 이곳저곳에서 절절하게 다가와 웃기다 못해 애처로울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초반을 지나 중반을 넘어서서 남궁인의 서간문을 읽다보면 자세를 고쳐잡고 읽게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그래...정말 글을 잘쓰는 의사였지!' 라는 그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바로 응급실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그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들에서다.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가장 잘 쓸수 있고 가장 감동을 주며 사람들이 가장 감탄하는 이야기는 다름아닌 병원의 이야기들이라는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럼에도 그는 왜 이런 시도를 했을까. 이렇게까지 까발려지고 멘탈이 털리는 경험을 왜 굳이 사서 했을까.
두사람이 만난 대담회에서 와인을 한병 마신 이슬아 작가는 그에게 세번 반복해서 다짐했다고 한다.
남궁인선생님의 '기-승-전-응급실'로 마치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 이런 새로운 시도와 도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선뜻 내어 글쓰기를 시도한 남궁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는 작가이지만 전업작가가 아닌 상태로 어찌되었건 하루 16시간의 초강도의 노동을 응급실에서 하는 날조차도 퇴근하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글을 쓰는 그는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때때로 느끼한 까궁인에다 꽉찬 자아가 다소 거슬리는 문장에서 조차도 그는 참 소탈한 사람이고 친절한 사람이라는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을듯 한 따로 국밥같은 성격과 스타일이 10개월간의 편지를 통해 의외의 멋진 조합으로 탄생된 서간문을 읽으면서 서간문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제가 쓴 남궁상이라는 호명으로부터 선생님의 여행 회상이 시작되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궁핍하고 씩씩했던 저의 성장기와, 궁핍하지는 않았으나 궁상스러운 선생님의 성장기가
느슨하게나마 연결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선생님이 쓴 지난 편지의 상당 부분은 저라는 수신자가 없었어도 쓰였을 글이라고 느껴집니다.
다른 연재 파트너와 편지를 주고 받았더라도, 심지어는 파트너 없이 혼자서 연재를 했더라도
남궁인의 이러한 여행기는 언젠가 쓰였을 듯합니다.
그러면 안될까요? 당연히 됩니다. 그저 아쉬울 뿐이죠.
하필 이 두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쓰여지는 이야기가 서간문의 매력이잖아요.
서로를 경유한 문장을 생각해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번갈아가며 자기 얘기를 쓰는 사람들 일 것입니다.
...
작년 6월에 쓰신 첫번째 편지에서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문득 남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서간문의 본질"이라고.
사실 저는 쭉 반대로 생각해왔답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자기만 생각하던 사람이 문득 남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양쪽 다 진실일 것입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다양할 테니까요.
(p.205 오해를 줄이기 위해 연구자가 된 이슬아 편지 中)
이 책이 문학동네 총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시대의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신을 엮는 서간에세이 시리즈로 만들어진 책이며 그 첫번째가 되는 책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다른 책 한권이 더 출간되어 있는걸 보았고 이 시리즈들이 작가들의 캐미에 따라서 상당히 재미있는 책 시리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편집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기대도 된다. 이후에 출간될 책들은 어떤 작가들의 편지들로 채워질지, 그리고 그들은 편지를 통해 어떤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고 받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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