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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3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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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374g | 133*200*18mm |
ISBN13 | 9788954685436 |
ISBN10 | 89546854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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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미래에는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낙관하는 것. / p.183
이 책은 김지연 작가님의 첫 단편 소설집이다. 우연히 출판사에서 나온 세 권의 소설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소설이었다.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여성 중심의 서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해 읽게 되었다.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다. 단편의 주인공은 모두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기는 하나, 다른 면에서 보면 사회로부터 소외나 차별을 받는 등의 폭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볍게는 결혼을 종용하는 주변 사람들부터 부여된 역할에 따라 직접적인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성소수자의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다.
여성이기에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아홉 편의 단편 중에서도 <작정기>, <사랑하는 일>, <공원에서>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정기>는 주인공과 친구인 원진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원진과 일본 규슈 지역을 놀러가기로 했으나 원진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다. 거기에서 렌트카가 사라지다 다시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을 겪었으며, 일본인 유코라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유코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의사소통의 오해로 유코는 친구가 죽어서 여행을 왔다고 생각한다. 원진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이를 굳이 정정하지 않는다.
이 단편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주인공의 이중 심리가 무엇보다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원진이를 좋아하고 있으나, 오랫동안 이를 티내지 않는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겪은 렌트카 사건을 보더라도 원진이 가지고 갔기를 바라면서도 반대의 감정도 함께 느낀다. 어떻게 보면 유토의 잘못된 해석에도 굳이 나서서 정정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양가감정에서 나온 행동이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원진을 연인에게서 느낄 법한 그런 애틋한 감정들이 나에게도 오롯이 전달이 되었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야기와 심리에 가장 큰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일>은 은호와 그녀의 연인 영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은호는 가족들에게 동성의 연인이 있다고 밝히는 성소수자이다. 영지와는 오랜 연애를 하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섹스리스 상태로 지내고 있으며, 영지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한다. 가족과는 데면데면 지내고 있는 중에 아버지의 호출로 영지와 함께 술자리에 나간 은호는 감정이 폭발한다.
지금까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퀴어 문학을 읽었지만 성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은 많이 읽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인식 자체가 보수적이기에 가까운 가족들한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 작품에서 성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벽이 무엇보다 깊이 와닿았다. 커밍아웃한 딸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하는 어머니와 아끼던 손녀에게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의 큰 상처를 남기는 할머니, 기득권의 위치에 있으면서 이해한다고 말하는 남동생까지. 소설로나마 그들이 겪고 있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공원에서>는 남자 친구 집 근처의 공원을 하나의 휴식처로 생각했던 주인공이 불의의 사건을 당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큰 키와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 겉으로만 보면 성별이 헷갈리는 외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남성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도 모자라 그녀를 향한 언어와 신체적인 폭력으로 큰 상처와 충격을 받는다. 심지어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난 이후 남자 친구는 주인공이 예민하다는 식의 반응과 함께 마치 잘못이 주인공에게 있는 것처럼 달랜다.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듣고 비명을 지른다.
주인공은 이 또한 여성으로서 요구되는 겉모습을 하지 않아 사회로부터 차별과 무시, 성적인 모욕감을 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일이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다. 특히, 공원에서 주인공을 오해하는 한 남자를 보면서 윤여정 선생님의 영화 중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다. 해설을 보니 내 예상이 맞았고, 거기에서 현실의 씁쓸함과 답답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안전을 느끼는 공공의 장소인 공원에서 이러한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고, 공평한 곳에서 자신을 배제한다는 말이 무엇보다 아프게 들리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전에 읽었던 한 소설집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현실감이 느껴져서 쉽사리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단편 하나가 끝나면 한숨을 크게 내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다시 펼칠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의 동요가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위로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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