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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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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323g | 153*224*20mm |
ISBN13 | 9788936434151 |
ISBN10 | 8936434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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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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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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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대형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수많은 경미한 사고를 반드시 동반한다, 는 '하인리히 법칙'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이는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결국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는 동안, 나는 하인리히 법칙이 과연 안전사고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자문해보았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한 반인륜 범죄를 목도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끔찍하게 학대하다 끝내 목숨마저 빼앗아 버린 사건, 어떤 이유나 원한도 없이 모르는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건 등의 소식을 접하는 일은 슬프게도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은 우연이 일어난 것일까. 혹은 문제를 가진 어느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으리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너무나 사소하게 취급하고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우리의 인간성, 휴머니티는 아주 조금씩 느리게 상실되어왔고, 끝내 붕괴하는 모습이 우리 앞에 닥친 것이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인간성의 근간이라면, 산과 강이 요동치는 대지진의 한복판에 지금의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늦었으니 체념, 절망하고 포기하라는 말는 결코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작은 경고의 소리를 우리에게 보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간에 다시 찾아온 기회이다. 그 소리를 우리와 함께 듣는 『계속해보겠습니다』 속 소라와 나나와 나기는 무슨 말을 전해줄까.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아기가 생기더라도 아기에게든 모세씨에게든 사랑의 정도는 그 정도,라고 결심해두었습니다.
애자와 같은 형태의 전심전력, 그것을 나나는 경계하고 있습니다. p.104
마냥 쉬운 삶이 어디 있으랴만, 소라와 나나와 나기는 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인생은 끊임없이 웅덩이에 빠지고 빠져나오는 일의 반복이다. 어렸던 소라와 나나는 산업재해로 아버지 금주 씨를 잃었고, 금주 씨의 형제들은 보상금을 빼앗고 소라와 나나와 그녀의 어머니 애자 씨를 외면했다. 빈털터리로 향한 반지하의 이상한 집에서 만난 나기, 그도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어머니 순자 씨와 살았다. 소라와 나나의 애자 씨는 금주 씨의 죽음 이후 마음이 죽어갔다. 전력을 다해 인생을 살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애자 씨에게 돌아온 것은 금주 씨의 죽음뿐이었다. 그런 애자 씨를 보며 소라는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없어져 버릴 삶, 언제고 모르게 끝나버릴 삶은 아무래도 좋을 것과 아무래도 좋을 일로 채우며 사는 것이 좋다. 전심전력을 다 해 사는 것은 부질없다. 그런데 나나가 임신을 했다. 소라는 애자 씨의 파괴된 삶을 함께 지켜본 나나가 아기를 가진 일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 전심전력을 다 해 책임져야 할 존재를 만들려는 나나의 앞으로의 삶이 걱정된다. 나나는 아기의 아버지 모세 씨와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지 고민한다. 송곳니가 하나 사라져 집으로 돌아온 나기, 인생에 하나의 감정의 기억을 심어준 사람을 생각하며 빠져버린 송곳니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생사도 알 수 없는 그의 소식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으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p.160
경고의 소리가 작지만 끊임없이 들린다. 금주 씨의 죽음 이후 소라와 나나와 애자 씨를 내팽개친 금주 씨의 형제들, 가부장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모세 씨와 그의 가족들, 순자 씨와 할아버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폭력. 많은 것이 결여된 반지하의
이상한 집에서의 기억이지만, 유년의 시간을 공유한 세 사람은 알고 있었다. 내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내가 그렇게 아프듯 다른
사람도 그렇게 아프다. 너무나 당연한 이것을 망각해버리면 괴물이 될 뿐이다. 어린 나기는 알았고 소라와 나나에게 그것을 나누었다.
그래서 그들은 경고의 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무심코 넘겨버리는 잘못된 것들을 섬세하고도 은근히
꼬집는다. 인간 내면에 은밀히 내재한 폭력성, 잘못된 틀을 조용하지만 강력히 거부함으로써, 발이 푹푹 빠지는 웅덩이 같은
삶일지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 나간다. 소극적일지라도 조용히 투쟁한다. 행하는 자들이 폭력이라고
인정하지 않지만 명백한 폭력에 단호히 저항한다. 도리를 잃은 폭력에 비폭력으로 저항한다. 소라, 나나, 나기에게는 꿋꿋한 생각의
심지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게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의 일생이란 그뿐,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나나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p.227
소라, 나나, 나기는 끊임없이 웅덩이에 빠지고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며 사는 사회적
약자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우리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마지막까지 놓치면 안 되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힘겹지만, 그럼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뉴스 속 세상은 온통 인간성을
상실한 사건으로 가득하다. 이런 세상에서, 세상의 낡은 기준으로 바라볼 때 정상의 선을 넘지 못한 사람들, 무언가 잘못되었고
결여되었다고 여겨지는 이들, 소라와 나나와 나기만은 놓치지 않았고 잊지 않았다. 그런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낮고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전한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다는 사소하지만 당연한 것을 망각해가는 이 세상에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우리 계속해보겠습니다, 조용히 외치는 이 젊은이들은 최후의 보루이다.
http://blog.naver.com/shyboys5/22087382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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