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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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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00g | 130*225*20mm |
ISBN13 | 9791157280292 |
ISBN10 | 1157280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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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시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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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1> 中
너무나도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1'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전 훌쩍 떠났던 군산여행에서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 옆 벽담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의 시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적혀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읽으면 저절로 사랑이 전해져 따뜻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 외적인 이야기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같은 날 여행 중 철길마을 한켠의 벽에 적혀있던 그 시.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했지만 내려올 때의 마음으로는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그 꽃처럼,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말랑말랑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다.
이름 모를 풀꽃으로 그저 흔하게 놓여있지만, 자세히보지 않으면, 그것을 꽃으로 볼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것. 꽃을 꽃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나의 마음이 전해졌을 때 꽃은 의미가 생길테니까. 그리고 꽃을 볼 줄 아는 마음의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온 세상의 존재들도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잠시 시간을 내서 찾은 서점에서 나는 무언가에 홀리듯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집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그의 시집의 제목을 보며, 잠시나마 세상을 꽃처럼 보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었던 것일지도.
얼마 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옆동에서 시끌시끌한 일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많이도 쏟아지던 날,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과학수사대 경찰관분들이 들락날락할만큼. 나중에 알고보니 누군가가 투신을 했단다. 그 분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는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조차 나는 일체 알지 못한다. 비 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와 조금의 숨실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세상의 매정함으로 인한 우울증 같은 것이 아닐었을지 감히 추측해 볼 따름이다. 다시 비가 그치고, 폴리스라인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영위한다. 사고자리 근처의 벤치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더위를 피해 앉아 담배를 피해 부채질을 하는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그저 온라인커뮤니티에만 그 사고? 사건? 의 흔적이 간헐적으로 남아있고, 그 마저도 집 값이 떨어질까봐 불안한 이들에 의해 쉬쉬하는 분위기로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있다. 살아있는 자들을 비난하거나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살 사람은 또 살아야 하는거니까.
다만, 그 분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정말 찰나만이라도 꽃 한송이 바라볼 수 있는 사치가 허락이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마음 속 꽃 한송이 발견할 줄 알았다면, 가족들의 눈동자에 담긴 꽃 한송이 볼 수 있었더라면, 옆 집 이웃의 인사에 담긴 꽃 한송이 볼 수 있었더라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 활짝 핀 예쁜 꽃 한송이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나 역시 아름다운 꽃송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을텐데. 내 안에 아름다움을 꽃피울 씨앗 한 알 있음을 알 수 있었을텐데. 그랬었다면 이 아름다운 꽃밭을 등지려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짧은 점심시간, 그렇게 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통해 마음에 꽃씨 한 알 심어본다.
새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씨를 지닐 것.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것.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
오늘의 약속 /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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