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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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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66g | 127*188*20mm |
ISBN13 | 9788936433635 |
ISBN10 | 8936433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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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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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 닫기 20분 전. 책을 펼쳐 읽는 순간 그 공간에 아무도 없음은 축복이었다. 혼자서 키득키득, 큭큭큭, 히히힛, 하하하, 혼자서 낼 수 있는 웃음 소리를 모두 내며 웃고 또 웃었다. 책 한 페이지마다 웃음을 터트려 본 적이 언제인가? 오쿠다 히데오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웃었던가. 아니, 이 책이 그 배는 나를 웃긴다. 재미있네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다. 이미 대여할 책 세권이 옆에 있는 지금 내게 남은 시간은 짧다. 그저 나는 읽고 웃는다. 사서 아저씨가 웃음을 참고 나를 툭툭 칠 때까지. 책을 다시 꽂는 손이 애처롭다. 대여한 책 중 한 권을 내려놓자니 이 녀석들이 애처롭다. 사서 아저씨가 나를 보는 눈길은 장난스런 애처로움이 넘친다. (네 나이가 몇인데 이러냐는,, 눈빛이다...;;;) 차가워졌는지도 몰랐던 얼어버린 엉덩이를 툭툭 털며 문을 연다. 아, 완득, 너를 두고 내 어찌 집으로 갈 수 있으리!!!
그럼에도 집으로 왔다. 서점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아주 작았던 서점 하나도 얼마 전 문을 닫아버렸다. 이 작은 읍내는 이제 서점도 없다!!! 내 맛난 사탕가게가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아아, 완득, 내 너를 어찌 하리오!!! 일주일 이 시간동안 내 너를 잊지 않으리오! 너를 손에 펼치는 날이 오기 전까지 네 이름을 가슴에 새기리라!!
일주일을 기다렸다. 완득이를 만나기 위해. 엄마는 완득이, 완득이 하는 내 모습에 책을 사서 보라 했고, 커피마시면서 완득이 얘기만 하는 친구는 짜증을 내며 인터넷으로 주문하라 했지만 완득이를 도서관 그 바닥에서 읽고픈 마음이 강했던 것은 왜일까? 편하게 읽고 싶지 않았다. 애가 타도록 그리워한다음에 읽고 싶었다. 20분간 만났던 완득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라며 보내는 나를. 쉽지 않은 너의 삶을 쉬운 방법을 써서 읽지는 않겠다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것, 서점을 가지 못하는 것 이거라도 해야했다.
# 재미를 원한다면 기꺼이 드리지!!
분명 완득이의 환경은 어둡다. 바라보는 내 시선이 어둡다. 난장이라 불리는 아빠와 피가 섞이지 않은 말 더듬이 삼촌, 어디있는지 몰랐던 엄마, 선생인지 의심가는 똥주까지. 그럼에도 우선 한바탕 웃고 보자고 한다, 작가가. 그래서 웃었다. 미친듯이 웃었다. 하나님께 똥주 죽으라고 빌고 비는 완득이의 행동이 웃겼다. 분명 사악한 마음인데도 그 순수함이 웃음을 자아낸다. 알거 다 아는 녀석이 하나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원하는 일이 생기자 하나님께 빌고 비는 모습과 그 말투가 폭소를 자아낸다. 똥주와의 티격태격에 쓰러지는 기본이다. 방이었으면 데구르르르~ 구르는 연습을 한참을 했을 것이다. (왜 초등학교때 구르기 시험 볼 때 이 책이 없었는지!! 그럼 잘했을텐데!!!) 읽게 해야 한다. 책으로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 하려면 책을 읽게 해야 하는 것, 그러기 위해 웃음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이 작가의 이름을 잊지 못할 것이다.
# 숨박꼭질, 나를 찾아내요!
어렸을 때 가장 싫었던 놀이는 숨박꼭질이었다. 잘 숨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않을 것 같아서. 나를 못 찾았음에도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가까이 있음에도 나가지 못하고 아이들 웃음소리에 내 이름이 불러지길 원하는 씁쓸한 간절함을 알고 있어서. 이런 나에게 "못 찾겠다. 꾀꾀리!!" 는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가. 나갈 수 있는 순간이 생긴 것 얼마나 다행인가. 등이 식은땀으로 다 젖어버리게 만드는 놀이, 숨박꼭질. 지금도 잘 하지 못하는 놀이.
완득이가 숨어있는 아이였다고? 책을 중반부나 읽고서야 주인공의 아픔이, 아비의 슬픔이, 어미의 회한이, 똥주의 참뜻이 보인다. 책은 웃긴데 마음은 아파온다. 완득이 말처럼 웃으면서 울까봐 겁이 난다. 아프게 울 것 같아서 겁이 난다. 완득이처럼, 그의 아버지, 어머니처럼.
완득이의 꾀꼬리는 우리의 똥주 선생님이다. 사람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쉽사리 보이지 않아서 다리를 놓아야 할 때가 많다. 가족임에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 사이에 똥주가 다리를 되어준다. 세상과의 다리도 되어준다. 똥주, 얼마나 다정한 꾀꼬리의 이름인가.
# 세상이 변하길 기다리지마, 네가 먼저 변해, 세상은 너로 인해 돌아가니까.
세상은 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돌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은 정녕 올 것인가. 그럴리 없다고, 내가 주인이 될리없다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세상인데 그게 말이냐 되냐고 묻는다. 내가 나에게.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누구도 나에게 핀잔을 주지 못할만큼 열을 내야 하는 것이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 할머니 말씀대로 믿어도 될까말까인 문제들이 넘쳐나는데 왜 믿지 않는가. 믿어야 한다. 완득이로 인해 세상은 나로 인해 돌기 시작하고 나는 발을 놀리고 훅을 날린다.
책 속에는 희망이 있고 그 희망을 가슴에 품는 독자가 있다. 가을 바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뜨거움을 가슴에 담게 해 준 책이었다.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분명!
이제 자야지... 침대에 누웠는데도 나는 킥킥거린다. 완득이와 선생 똥주 사이에서 양념 역할을 해 주었던 앞집 아저씨의 존재가 생각나서. 그리곤 웃음이 눈물로 변해버린다. 혼자서 훌쩍거렸다. 수급대상자이면서도 마음으로 보살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완득이의 속깊은 서러움이 생각나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민층이란 테두리를 둘러쳐 놓은 세상속을 걷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삶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또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세상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살아왔던 먼 날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책을 읽기 전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완득이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삶의 여정속에서 내 모습을 찾아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던 까닭이기도 했다. 완득이.. 완득이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인이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완득이 안에 숨겨놓았을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쩌면 저리도 신랄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서민층의 모습을 그려낼 수가 있는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작가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미 다른 동네로 이사가 버린 하나님한테 똥주 좀 죽여주세요 기도를 하는 완득이.. 등에 제 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달팽이처럼 건드리지만 않으면, 옆구리 찌르지만 않으면 그저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완득이를 세상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난쟁이인 아버지를 숨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그것조차도 세상은 완득이더러 나쁘다고 한다. 고슴도치처럼 사랑을 가슴에 숨겨놓아야 했을 난쟁이 아버지의 서러움을 누가 알까? 선생 똥주의 접근조차도 완득이에게는 참을수 없는 가벼움이었을 게다. 이해하는 척하는 것과 진실로 이해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완득이는 이미 안다. 어쩌면 그런것들이 싫어서 제 속으로만 숨어들었을 게다. 하지만 진실은 통한다고 했던가? 방법이야 어쨌든 선생 똥주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는 완득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세상은 어차피 혼자 살수는 없는거지.. 한다. 나 역시 완득이처럼 나하고 상관없는 일에는 지독히도 무심하게 살았었다. 완득이처럼 서로 피해 안주고 조용히 살다 죽는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살면서 보니 딱히 그런것도 아닌 듯 하다. 정말 세상은 남끼리 바글바글 얽혀사는 곳이니까. 5%안에 드는 인생이 아니라면 어차피 그 바글바글한 세상속에서 살아야 하니까.
이 세상에는 똥주처럼 정말 한 대 패주고 싶은 말만하는 족속들도 많다. 어쩌면 그리도 이론에만 빠삭한지, 어쩌면 그리도 말은 잘하는지...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찾아가면서 저 인간 좀 빨리 데려가 주시면 안되나요? 들어줄 기도가 많이 밀렸다면 제 기도를 우선적으로 처리해 주시면 안될까요? 그것도 안된다면 그저 제 앞에서만 없어지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부탁하고 싶은 인간들 정말 많다. 일주일 내내 죄짓고 살다가 오늘 하루만 여기와서 회개하면 되는겁니까? 오지랍도 넓습니다그려.. 기도한 적도 정말 많다. 선생 똥주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위장취업이란 말이 떠올랐다. 완득이처럼 나도 그랬었다. 이미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해서 없는 사람들의 속까지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을테니까.. 상대를 진실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지 못하면서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상처로 남는지 나는 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정말 완벽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하기에 완득이를 바라보는 선생 똥주의 시선이 따스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제 안에 핵을 품고 있는데, 그거 잘 못 뿜으면 여럿 다치겠다 싶어서, 라던 체육관 관장님의 말씀.. 제 안에 핵 하나씩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수도없이 씨불놈을 외쳐대던 앞집 아저씨의 가슴속에도, 잘난 아버지의 처세술이 싫어서 뛰쳐나온 선생 똥주의 가슴속에도, 동네를 접수하겠다고 체육관을 찾은 중학생 녀석의 가슴속에도 저마다의 핵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을테다. 어쩌면 그 핵이 있어 살아가는 이유로 삼을 수도 있을테다. 킥복싱을 통해 화산처럼 분출해냈을 완득이의 가슴속에서 새싹처럼 파릇했을 윤하와의 풋사랑. 물컹물컹한 토마토에 입을 댄 것 같았던 첫 키스에는 달콤함이 없었다. 이쯤에서 나는 슬며시 어깃장을 놓는다. 그저 아름답게만 포장하려고 애쓰는 사랑이란 존재의 가치에 대해 한방 먹여준 작가에게 박수를!
완득이의 가슴앓이를 정리해주는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후욱~하고 숨을 내쉬었다. 정말 작게만 느껴지던 내 인생의 크기.. 흘려보낸 내 지난날의 시간들이 등짐처럼 나를 휘어지게 했다. 그 휘어짐을 피기까지는 정말 한참이 걸리겠지.. 작은 것들이, 평범한 것들이, 주변에 머무는 것들이 소중하다고 늘 말을 하면서도 나는 그렇지않은 모습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분명히..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라던 완득이의 다짐을 나도 따라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돌아볼 수 있었던 내 성장소설의 단편은 정말 아픔뿐이었던 것일까? 되물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아픔뿐이었다고 정의내린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되물었다. 마흔 중반을 살아내면서도 끝없이 되물어야만 하는 삶의 아이러니다.
불법체류자의 삶속에 숨어 있던 우리 사회의 모순점들은 너무도 많았다. 장애인들의 삶속에는 우리가 말로만 인정하며 피해갔던 뻔뻔함이 너무도 많았다. 비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우리의 현실을 뼈아프게 짚어내던 작가의 솔직함이 너무도 고맙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또 한가지 정말 빼놓고 싶지 않은 이 대화체..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이 후련해지곤 했었다.
"완득아! 완득아, 새끼야 빨리 문 열어!"
"야이, 완득인지 만득인지 씨불놈아! 빨리 문 안 열어! 이것들이 밤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완득이 문 열었잖아, 이 양반아!"
"어떤 씨불놈이 밤만 되면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고 지랄이야! 야이 씨불놈들아! 니들은 전화도 없냐!"
"완득이네 집에 전화 없다잖아, 이 양반아!"
우리 집에 전화 있다. 하나님, 이번 주 안에 똥주 꼭 죽여주셔야 합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정말 듣기에 민망한 대화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묘하게도 그 천박스럽고 민망한 느낌을 비껴간다. 오히려 저런 대화속에서 감춰두었던 핵이 하나씩 조용히 터져버리게 만든다. 그렇게 속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또한 이 책의 매력이지 싶기도 하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선명하게 그려지던 밑그림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TV문학관 한편을 본 것처럼 생생하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소설 <완득이>는 정말 재미있다. 정말 솔직하다. 정말 시원하다. 정말 눈물난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손잡아주고 싶게 만드는 완득이 화이팅! 완득이를 만들어 낸 작가 화이팅! /아이비생각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이 미친 세상이 왜 자꾸 건드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34쪽)
이 세상이 나만 당당하면 돼, 해서 정말 당당해지는 세상인가? 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남이 바글바글한 세상이니까! 호킹 박사처럼 세상에 몇 안되는 모델을 두고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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