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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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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5쪽 | 412g | 134*195*30mm |
ISBN13 | 9788936471538 |
ISBN10 | 89364715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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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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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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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파괴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철저하게 침묵당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자신을 감추며 이슬처럼 사라졌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전쟁이란 잔해에서 떨어져 나온 그 시대만의 옷을 입은 냉혹한 공기는, 그 무엇을 상상하든 적어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W.G. 제발트의 <이민자들>에는 자신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더욱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들은 전쟁이란 혹독함으로 정신적 빈곤과 절대 고독을 겪은 이민자였다. 그들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독일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유대인의 피 때문에 독일인이 될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고난의 발자취를 강요받은 그들의 삶은 생명이란 삶의 원천수 대신 반항하는 침묵을 얻었다. 결국, 자신들의 심장을 겨냥해 총을 쏘았던 조국을 잊지 못해, 죽음의 장소로 자신의 고향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한(恨)에 대한 얘기들이 펼쳐진다.
역사는 패배자를 기록하지 않고, 역사는 죽음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W.G. 제발트는 역사가 한 방향으로 발전해 온 탓에 그 토대 위에서 사라져 간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관점들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이 세상에 가벼운 죽음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면, 필연으로 남게 되듯이 죽음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그 죽음의 무게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W. G 제발트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죽음의 무게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죽음의 무게를 결정 지었을 더 큰 '삶의 무게'와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몰락하였을 그 세계에 대해 얘기한다.
비록 이민자의 삶이었지만, 한때 의사로서 사회적 부유한 삶을 누렸던 '쎌린 박사'는 유대인이라는 멍에와 마음에 찌든 가난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끝내 자신의 턱을 향해 총을 겨누어 자살을 선택하고야 만다. '파울 베라이터'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에 군대에 징집되어 유대인의 학살과 전쟁의 소용들이 한 가운데서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고, '암브로스 아델바르트'는 솔로몬의 집안의 집사로 평생을 일하고 예루살렘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자신의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막스 페르버'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으로 징집 당하고 참전에는 실패하지만, 나치스가 파괴한 정신적 고통으로 상실된 삶이라는 절대 고독과 평생을 싸워야 했다. 그들은 모두 전쟁과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이 송두리째 조각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대인의 피가 4분의 3이나 썩여 있음에도 전쟁에 징집되어 유대인의 말살이라는 참혹한 상황을 겪었을 '파울 베라이터'의 삶은 연민으로도 모자랄 정도이다. 전쟁과 함께 초등학교 교사라는 자신의 꿈을 버려야 했고, 고향에서조차 유대인이라 이유로 멸시당해 프랑스로 떠나게 되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고향의 향수는 결국, 파울 베라이터를 철로에 뛰어들어 자신의 기억마저 상실 당하는 죽음의 미로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막스 페르버'의 애환의 삶 역시 폭풍 같은 연민을 자아내게 만든다. 유대인에 대한 강제 이주가 시작되었을 무렵 혼자만이 죽음의 열차를 타지 않게 되었던 '막스 페르버'는 혼자서 멘체스터에 정착하게 된다. 유대인이라는 짐을 벗어 버리고 싶었던 막스는 그렇게 이민자들의 모여서 만들어진 멘체스터라는 '또 다른 독일의 땅'에서 독일인도, 유대인도, 영국인도 아닌 삶을 살아간다. 막스는 평생을 부모님의 생사도 모르는 체 불안마저 가슴으로 태워야 했고, 그의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10시간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보내게 된다. 이러한 막스 페르버의 파괴된 삶과 정지된 시간은, 이민자들의 억압된 삶과 함께 한 세계가 서서히 붕괴해 가는 과정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전쟁의 상흔은 최후의 기억마저 파괴시키며 세월이 흐른 뒤에도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시대적 오만과 편견이 낳은 불평등이라는 갈라진 틈은 인류사에 지속될 커다란 재앙이 되었다. W.G. 제발트는 그 왜곡된 시선으로부터 뻗어온 잔해의 조각들이 침묵하는 죽음을 넘어 우리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변형시켰는지에 대해 역설한다.
'파시즘'은 다른 것에 대해 무조건 반대해 무너뜨리려는 파괴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파괴 본성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내 숙연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反 자본주의, 反 유대주의, 反 국제주의, 反 보수주의...., 그러니 파시즘에 감히 대항하며 그 시대의 옷을 입었던 이민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태어난 곳이 아닌 곳에서 자신들을 소멸시키려는 무리들과 싸워야 했던 고통과 분노의 시간들은, 그것에 대한 고통이 커질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생산해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들의 인생 얘기와 더불어 퇴색된 사진들이 등장한다. 어쩌면 W.G. 제발트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버린 낡은 사진 한 장에는 수많은 꿈과 희망이 있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독일인으로 독일인이 저질렀던 전쟁의 상흔과 유대인에 대한 과거의 흔적을 지워 버리는 빈곤적인 삶 대신 그들의 교묘함을 들추어 내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려 애쓰는 W.G. 제발트의 이러한 시선은 단지 상상력의 산물이라 하기엔 촘촘한 사실들과 허구의 경계가 만나 펼쳐지는 픽션들이 또 다른 미로 같은 경계를 탄생시키고 있어 경이로움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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