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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편집/디자인 | 소금창고 | 2020-04-27 | 추천0 | 댓글0
다양한 마을 공동체의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음은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다.
"기업들은 인간의 무의식적 습관까지 코딩화해 구매케 한다. 카드 내역을 파악해 소비 패턴을 읽어 자기보다 자기를 훨씬 더 잘 아는 기업의 마케팅을 개인이 당해내긴 어렵다. 텔레비전과 영화, 게임, 인터넷의 정보와 재밋거리는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이를 즐기는 동안 우리의 데이터는 낱낱이 자본가의 빅데이터에 헌납되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와 마케팅이 신 같은 위력으로 다시 나를 조종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카드를 사용하는 이상 일거수일투족이 자본에 파악돼 그 노예로 살아가는 걸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소비하고 즐기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내용 편집/디자인 | 콩 | 2019-08-09 | 추천2 | 댓글0
며칠 전 내가 일하는 센터에 한 공동체에서 여러 분들이 탐방을 왔었다. 이 공동체는 내가 3-4년 전에 탐방을 갔던 공동체이다. 공동체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 강의도 들어보고,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만난 공동체였다. 이 공동체를 탐방한 결론은 나는 '느슨한 공동체'가 좋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개인적인 공간과 자유는 갖추되, 한 마을을 이루고 살아서 자주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책도 읽고, 같이 공부도 하고, 같이 토론도 하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돕기도 하고... 이런 정도가 나한테는 딱 좋을 것 같다. 너무 심각하거나 거창하거나 하지 않고, 너무 규모를 크게 하지 않고...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마음 한 켠에 늘 있지만, '언젠가는... 더 나이가 들면...' 하고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 이 공동체 사람들이 탐방을 오면서 다시 공동체에 관심이 생겼다. 바로 이 책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떄문이었다. 탐방 오신 분들이 이 책을 선물로 주고 가신 것이다. 센터장님이 나한테 읽어보라고 주셔서 '횡재다'를 속으로 외치며 냉큼 집어서 집에 갖고 왔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 마침 휴무라서 시원한 동네 카페에 가서 읽었는데, 정말 술술 읽혔다. 관심이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여러 공동체 이야기를 들려주니 재미있기도 해서 책이 꽤 두꺼운데도 하루만에 거의 다 읽었다. 나에게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주는 곳곳을 표시하면서 읽다보니 이 책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문해 보고 싶은 공동체도 있고(특히 태국 아속공동체), 따라해 보고 싶은 공동체도 있었다. 나는 공동체를 하게 된다면 좀더 지방이나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데, 정말 바램을 구체화시킬 때가 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고 싶다.
공동체를 원하는 것은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한정된 자원밖에 없는데, 그걸로 나 혼자 쓰면 부족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인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품앗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로 모여 사는 삶은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삶이다. 단순히 내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이 돌보는 삶이다. 내가 행복하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도 도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은, 어느 정도 자연을 맛 보면서, 농사도 조금 짓고 싶다. 농사로 먹고 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먹거리를 해결했으면 좋겠고,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돌보고, 시골 할머니들도 돌보고, 시골 아이들하고도 같이 놀고, 그러면서 살고 싶다. 혼자서는 그렇게 할 자신은 없고, 마음 맞는 사람들 대여섯 명만 같이 모여 산다면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모여서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주위에 나처럼 싱글 언니, 동생들한테 이 얘기를 비치면서 같이 하자고 하면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다. 솔직히 나는 시골이나 소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배경을 가진 친구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나보고 먼저 터를 잡고 자기를 부르라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 덕 보기도 글렀고,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내가 먼저 나서야 될 것 같다. 이젠 슬슬 땅을 보러 다녀야겠다. 비록 돈은 없지만, 마음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공동체로 살기 좋고, 자연이 좋은 곳이 왠지 나에게 올 것 같다. 인생의 후반부는 그렇게 모여서 오손도손 살고 싶다.
내용 편집/디자인 | 수지니 | 2019-07-16 | 추천0 | 댓글0
대한민국 공동체 18곳 세계적인 공동체 5곳을 총망라한 단 한권의 책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혼자는 외롭긴 한데 함께면 솔직히 말해 성가시고 귀찮다 괴로운적도 있다 처음에는 인간관계에서 많이 힘든 부분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곳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마음이 엄청 생겼다
보통 공동체라고 하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안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마을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땅값이 비싼 현실을 고려해 새로운 형태의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의 마을과 공동체 18곳부터 소개했다 기존 마을을 좀더 사이좋고 재미있는 마을로 변화시킨 전환마을과 도시에서 열 집 정도가 함께 집을 지어 사는 공유 주택 그리고 뜻 맞는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가 만든 공동체를 두루 살펴본다 서울의 은혜공동체 소행주 1호 은평 전환마을 밝은 누리 공동체 경기의 마을 카페 다락 논골마을 공방골목 더불어숲동산교회 경남의 민들레공동체 성모울타리공동체 오두막공동체 충남의 시온교회 갓골 충북의 산위의 마을 선애빌 인천의 창문카페 광주의 신흥마을 전북의 실상사 등 공동체의 삶과 특징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공동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함께 산다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삶의 여유와 재미를 주고 실직이나 힘든 일을 당했을 때도 내 일처럼 해결해주며 적게 쓰면서도 몇배의 효과를 누리는 경제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무엇보다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치유와 살맛을 줘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도를 경험케 한다고 말이다
내용 편집/디자인 | 름름 | 2019-06-30 | 추천1 | 댓글0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김장이나 장을 담글라치면 동네 아이들은 근처에서 나름의 놀이를 하곤 했었다. 친구네서 놀다가 밥을 먹기도하고, 급한 일이 있을때에는 재워주기도 하고... 그렇지만 지금은, 아이는 오롯이 '부모'가 키워야 하고 맞벌이라도 할라치면 조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성립이 되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을 줄여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때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없을까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책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출시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국가 혹은 개인, 한 가정이 해결할 수 없는 육아와 생활에 대한 부분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나가는 현실적이고 대안적인 현재 진행형의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한국인의 유별난 욕심은 엄청난 상승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브레이크가 파열돼 멈추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 자살률, 세계 최고다. 다들 죽지 못해 산다고 한다. 최근 평등의식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그 또한 모순이다 금수저의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빈곤층과 같은 대우를 받거나 임대주택 청년들과 한 동네에 사는것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도거부한다. 자신이 약자일 때에는 정의의 투사이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자신도 모르게 차별하고 박해에 가담해버리는 반공동체적 삶을 살기도 한다.
이 책은 연애나 결혼, 가족에 대한 책이 아니다. 혼자나 둘, 혹은 가족들끼리만의 울타리를 낮추고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이야기다. 행복의 길은 '돌봄'과 '친밀'에 있었다. 서로 돌보고 서로 친해지는 최고, 최적의 조건이 마을과 공동체이기에 이런 삶을 택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마을 공동체 살이는 장소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의 변화다. 마을공동체살이를 선택한다는 것은 남한테 자신의 잘난 점을 과시하고, 남의 약점을 발견해 짓밟으면서 상대를 이겨 출세하려는 식의 자본주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보는 것이다. 죽도록 달리다보면 언젠가 행복해지겠지 하며 미래의 보험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소박하게 이웃과 서로 돌보며 친밀해짐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다.
다소 과격한 서문이 길게 이어지기는 하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지만 쳇바퀴 같은 생활- 워라벨을 보장하는 곳으로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도 참 많고, 육아에 대한 부담때문에 하나이상 낳기가 (아니 하나를 가지는 것도) 꺼려지는 사람들도 무수하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어떤 마을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을까?
막상 책을 열고 보니, 그렇게 멀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곳에서 부터 공동체는 시작되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28통 골방골목길, 마당이 하나 있다. 예전의 우물가 옆 마당이 아닌, 탁구대가 하나 설치된 그런 실내이다. 탁구대를 이용하던 마을 어른들이 '우리동네탁구'라는 뜻의 '우동탁'모임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아이들의 탁구모임'인 '아동탁'모임을 만들었다. 금요일 모임 '불금탁', 청년탁구모임 '청탁' 등 점점 탁구를 중심으로 단체가 생겨났고, 사람들은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래를 불러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합창단 '파노라마'까지 탄생했다. 어울림은 어울림을 낳았고, 500여개의 동아리가 생겨났다. 새해가 되면 아이들은 집집마다 세배를 다니고 어른들은 주말 '마을살이'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인생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루한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니까요. 좀 힘이 들더라도 재미가 있으면 돼요. 주말이면 워낙 모임이 많으니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아이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한테 공부잘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건지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행복을 체득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진짜 교육 아닐까요
문발동 마을공동체 '산이아빠'
탁구대 하나로 시작된 마을 공동체를 시작으로, 저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깜짝 놀랄만큼 다양한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인터뷰와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광주시 광산구 신흥마을: 공동 육아를 했던 이들이 한집, 두집 시골로 건너가 형성된 곳 (본량마을 공동체 네트워크) 11가구 41명의 가족이 만들어낸 마을. 초등교육, 육아, 음악회, 캠핑, 해외여행까지 함께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소행주 1호: 우리나라 코하우징의 선구자.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9가구 34명 거주. 지상 6층짜리 건물. 1층 주차장, 2층 공동부엌&커뮤니티룸, 3층-6층 주택, 옥상 공용공간. 저녁마다 공동밥상에서 함께 식사, 저녁에 함께 모이기도 하지만 피곤하면 각자의 집에서 쉬어도 되는 자율성이 보장된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고 노후 불안도 거의 없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 밝은누리공동체: 마을에 흩어진 빌라에서 옹기종기 살아가며 어른, 아이 150명 안팎이 주로 '마을밥상'에서 점심과 저녁을 함께한다. 부모가 식사를 할 동안 옆의 어른들이 아이를 봐주며 모두가 이모이고 삼촌이다. 육아 품앗이로 '독박육아'가 없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안골마을 '은혜공동체" 공유주택/ 50명의 대식구중 아이가 절반. 공동부엌에 있어 당번제로 하루에 2-3명만 부엌일을 돕고 나머지는 부엌살림에서 해방된다.
이 외에도 밝은누리 공동체,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실상사귀농학교'가 만들어낸 공동체, 충남보령시 천북면의 '시온교회'를 기반으로한 공동체, 충남 홍성 홍동면 갓골의 공동체 등 다양한 공동체의 모습이 하나하 보여진다. 각각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를 잇는 공통점은 '서로를 돌보면서 돈과 시간에서 각자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며, 소비나 쇼핑으로 점철된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어른과 아이가 서로 성장해나가는' 그런 마을공동체를 스스로의 힘들어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의 노예로 살지 말라고 다짐했던 동료들도 결혼을 하고 ,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의 관습대로 따라가는 것을 수없이 보았지요. 허례허식에 과도한 비용을 낭비하지말자고 생각하고서도 정작 결혼할 때가 되면 '보는 눈이 있고, 체면이 있지'라는 부모님 말에 굴종해버리잖아요. 둘이 간소한 커플 반지나 하나 끼겠다며 백화점에 갔다가도 직원이 "예쁜 아내에게 이정도는 해줘야죠"라고 말하면 애초의 다짐은 어디로 가고 어느 틈에 고가품을 사고 말지요. 자본의 상품화 전략은 치밀하기 그지 없어서 욕망이 곧바로 작동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배워서 알고 깨닫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살면서 벌어지는 일에 저항할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까지 갖추고있어야 해요. 가령 공이 날아오면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알고 구체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갖고, 이를 실천할 용기를 갖고있지 않으면 자본의 부추김에 백발백중 당하고 말아요. 인문학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을 변화시켜야합니다.
- 밝은누리 최철호 교장
마을공동체는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에게는 더욱더, 조금 더 나은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나 아이가 있다면 2-3배로 밀려오는 책임감과 의무들을 '함께' 나눠서 지고 갈 수있다. 우리나라의 공동체가 유서가 조금 짧은 곳들이라면 4부에서는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켜온 해외의 공동체들이 소개되고 있다. 종교인이 만든 곳도 있지만 '종교'에 대한 강요가 없고, 어른과 아이가 모두 평등하게 자신의 몫을 해낸다.
뜻이 모이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모이면 더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바쁜 일상과 생활에 이리저리 치여서 녹초로 하루하루가 끝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민을 가야지...'고민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제대로 곰곰이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지금 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앞으로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한층 고조될 것이다. 그런데도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추세가 쉽사리 멈추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자유주의 시대는 기존의 억압에서 해방을 최고의 미덕으로 만들어놓았다. 즉, 얽매이지 않고 홀로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책에서 언급했듯 자본주의로 인해 어려서부터 '엄마와 가족과 대가족과 이웃'이라는 공동체를 뺴앗긴 세대는 안전 기지를 상실한 트라우마로 '인간 귀차니즘'이 생기고, '인간과 더불어 사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됐다. 여기에 자본까지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기 쉽게 개성과 자유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각자 도생을 부추기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고 있다.
앞으로는 수십 년의 노년을 홀로 살아가고, 고독사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그런 시대를 앞두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엄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지. 신적인 자본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따져본다면 마을공동체만 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재력도, 권력도, 대단한 능력도 없다면 더욱 그렇다.
...
동물과 인간의 차이 만큼이나 인간과 슈퍼 자본가의 차이 또한 현격해지고있다. 개인은 자신의 욕구와 개성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의 심리 상태까지 정확하게 포착한 슈퍼 자본에게 보통의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이 점점 사육되고 조종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 건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점이다. 동물은 협력을 통해 인간의 압제에 저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마을 공동체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고 협력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고, 우리를 지켜낼 수있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에겐 그런 지성이 있으며, 민주주의와 선거권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는 않다. 우리가 더 이상 '우리'라는게 무색해질 만큼 모래알이 되어 힘을 잃어가는 사이, 대자본은 신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 편집/디자인 | 스컬리 | 2019-01-17 | 추천4 | 댓글0
공동체가 100개라면 100개의 운영방식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한 동네에 살며 옆집 밥 숟가락 수까지 속속들이 알던 옛날 공동체와는 사뭇 다른 현대의 공동체는 존재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함께 거주하면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이루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한 아파트의 주민들이 교류하며 도시공동체를 이루기도 하고,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모여 공동육아로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세상과는 거리를 둔 채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곳도 있고, 세상속에 녹아들어가 한 마을 전체를 공동체의 방식으로 재조직하는데 열정을 바치기도 한다.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비슷하다. 채움보다는 비움을, 소비보다는 나눔을, 이윤보다는 가치를, 혼자보다는 함께를 추구하며 세상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간다. 각양각색의 공동체들 안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균질한 집단이 아니다. 공동체를 이루겠다고 모여 획일화를 추구한다면 모순이다. 두 사람만 모여도 다툼이 있을진대, 하물며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갈등이 없을 리 없다.
숙명같은 갈등을 짊어지고
나 또한 농촌시골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실패를 반복해왔다. 우선은 도시에서만 살다가 처음 살아보는 시골살이에 삶을 꿰어 맞추려니 고역이었다. 자급자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씀씀이를 줄이고 작게라도 텃밭을 일구며 땅과 생명의 진리를 몸소 체득해보고자 노력했다. 반복되는 풀과의 전쟁에 호미 하나 달랑 들고 덤벼들었다가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고 10년째 하는 텃밭농사는 여전히 엉망이다. 시골살이의 불편함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도시에서 살던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터전을 잡고 들어간 마을의 원주민들속에 스며들어 어울리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함께 하는 이들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거나 심지어 동지라고 믿었던 이가 한순간에 적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텃밭에서 실패할 때는 땅의 위대함 앞에 겸손해졌지만, 사람 가운데서 실패할 때는 존재의 연약함에 절망하며 상처를 입고 불면의 밤을 보냈다.
한겨레신문 조현 기자의 마을공동체 탐사기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다른 공동체들을 봤다. 이 책은 공동육아, 공유주택, 마을교육공동체, 영성공동체, 마을만들기 운동 등 내로라 할만한 공동체 운동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노예적 삶이 아니라 돌봄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삶의 대안은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외람되지만 기자의 시각으로 해석되고 다듬어진 저 아름다운 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땀과 투혼을 바쳤을까 생각했다. 뜻이 좋다고 언제나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공동체는 수없이 많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갈등은 공동체의 숙명과도 같다. 공동체 내면의 서사에는 즐거움과 행복만큼 아픔과 고통도 짙게 배어 있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속살에는 의외로 상처가 많다. 숙명같은 갈등을 짊어지고 기꺼이 불편함을 무릅쓰며 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사람들의 마음이 책 마디 마디 글의 행간에서 느껴졌다.
"함께 하는 것은 변화를 촉진한다. 감자와 고구마 당근을 씻을 때 한 바가지에 넣고 씻으면 서로 부딪치며 빨리 씻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씻기는 과정은 좀 더 세련되고 원만해지는 과정이자 아픔의 여정이기도 하다."(238쪽)
돌아보니 기쁨도 슬픔도 모두 사람에게서 나왔다. 공동체의 처음도 끝도 다 사람이다. 그 자체로 살아있는 유기체다. 그 형태가 세모이든 네모이든 '관계의 총합'이 바로 공동체다. 함께 어울리며 부딪치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못했을 경험이다. 인간의 삶이란 더불어 함께 하는 가운데 성장해나갈 때 가치있게 빛난다는 진리를 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깨달아간다.
공동체, 희망과 절망 사이
사실 이 서평을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책장을 덮었는데 뭔가 불편한 느낌이 가시지를 않았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기를 반복했다.
나는 '공동체는 선인가?'라는 질문이 자칫 '공동체만 선이다'로 귀결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늘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는 세상의 진보와는 별상관없는 '그들'만의 자족적인 실험에 머무를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안이 과정의 언어이듯이 공동체도 과정일 뿐, 세상사 문제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답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대안 중의 하나일 뿐이고 그마저도 현재진행형이다.
공동체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나가는 하나의 여정이다. 나는 공동체가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노예적 삶을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락이 두려워 발버둥치며 경쟁을 강요당하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생활과 과감히 결별하고 공동체를 선택하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겠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가진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므로 생기는 말도 안되는 문제들이 산적하다. 시야가 '공동체'에만 갇혀 좁아지면 자칫 이런 국가의 무책임함과 무능력함에 의도치 않게 면죄부를 주게 될 수도 있다. 공동체 운동을 하는 내가 끊임없이 시선을 공동체 밖으로 두려는 이유다.
21세기 대안적 삶으로 마을공동체를 주목하면서 민간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들도 경쟁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고 각종 공모사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마을공동체를 칭송하고 그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장밋빛 전망들은 넘쳐나는데 우리네 삶의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앞다퉈 마을만들기 사업이 벌어지면서 '공동체'라는 말이 너무나 가볍게 소비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모로 공동체는 한국사회 희망과 절망 사이 그 어디쯤에 있다. 나는 다만 다른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 운동이 우리 사회가 절망에서 희망쪽으로 옮겨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조현 기자의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읽는 독자들이 공동체의 생활 방식에 매료되어 다른 삶을 기획해보는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그건 충분히 가치있고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동체의 명과 암을 같이 보고, 공동체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현실과도 연관지어 입체적으로 보기를 바란다. 시골살이가 마냥 낭만이 아니듯이 공동체도 마냥 유토피아가 아니기에.